<폴리뉴스>, 자매지 <폴리피플> 신년호는 임진년 새해를 맞아 국내 알코올중독 치료의 권위자인 W진병원 양재진 원장을 만나 알코올중독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1. 진병원과 W진병원에 대해 소개해달라

‘진병원’은 남성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이다. 과거 진정신과의원에서 남성 알코올중독 전문으로 시작했고, 2008년도 1월부터 ‘진병원’이라고 하는 알코올중독환자 분들만을 대상으로 특화한 병원을 시작했다. 2011년 10월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알코올전문병원으로 지정받았다. 지금까지 대략 4,000사례 넘게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남성 알코올중독환자 분들만을 치료해온 병원이다.

‘진병원’이 남성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이다 보니까 여성 알코올중독환자 분들의 수요가 상당히 느껴졌다. 실제 저희에게 치료를 요구하거나 문의하는 여성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여러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5년 사이에 여성의 알코올중독 유병률이 거의 300%, 3배 정도 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동시에 나타난 우울증 등이 알코올중독이라는 2차 증세로 나타난 경우다. 이에 저희가 여성 알코올중독환자 분들을 타깃으로 한 Woman’s Jin hospital이라는 뜻의 ‘W진병원’을 2010년 7월에 오픈하게 됐다. 이에 ‘진병원’은 남성 알코올중독 전문병원, ‘W진병’원은 여성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으로 나눠 두 군데를 운영하고 있다.

2. 진병원 한 곳에서 남성알코올중독자와 여성알코올중독자를 같이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아예 병원 자체를 성별로 나눈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남성 알코올중독과 여성 알코올중독은 상당히 다르다. 남성은 유전적이고 1차적으로 알코올중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신과적으로 보자면 남성 알코올환자들은 그동안 만들어왔던 본인의 자아가 무너진 상태에서 알코올중독이 되고, 여성의 경우는 1차성 알코올중독 보다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기존의 질환 때문에 2차적으로 알코올중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알코올중독의 치료가 남성환자의 경우 무너지고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는 과정이라면, 여성환자는 성장과정에서의 트라우마로 인해 처음부터 자아가 제대로 성립되지 못한 경우가 2/3 가량 되기 때문에 미완성된 자아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는 치료과정이라고 하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 때문에 분리한 것이다.
또한 남성환자와 여성환자가 같이 생활하는 경우 실제 문제가 많이 일어난다. 기타 병원들의 사례를 보면, 남성·여성 알코올중독환자 분들의 성격적인 특성상 이들이 한 병동을 같이 사용하게 되면서 교제를 한다거나 퇴원 후 남녀관계로 발전해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서로 술을 먹이도록 하는 원인 제공 역할을 하는 경우가 꽤 많다. 그래서 저희 진병원은 아예 남성환자만 대상으로 시작한 것이고 작년에는 여성 알코올전문병원으로 ‘W진병원’을 오픈하게 되었다.

3.‘사랑은 만병통치약’이라는 측면에서 남녀환자가 한 병동에서 만나 진지한 관계로 발전한다면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나

남성 알코올중독자들의 상당수가 가부장적이고 강박적 성격이 많은 반면 여성 중독자들은 연극적 인격장애가 상당수다. 그런데 이들은 첫만남에서부터 서로에게 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신학적 개념에서 성격이라는 스펙트럼을 놓고 보면 서로가 양 끝에 있으면서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다 보니까 순간적으로 확 끌리지만, 가까워져서 애인관계를 이루거나 가정을 이루면 엄청난 불만이 쌓이고 서로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 결국 서로가 병적인 존재가 되면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여성 알코올, 남성 알코올이 이와 거의 비슷하다. 가령 남성 알코올환자 분들 중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강한 남성성, 나쁜 남자, 짐승남 등의 이미지를 풍기는 분들이 꽤 있다. 여성 알코올환자 분들 중에는 연극적인 부분이나 경계선을 지닌 성향의 분들이 많은데, 이들을 남성환자가 봤을 때는 굉장히 보호해 주고 싶고, 여성환자는 남성환자에게 의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실제 교제를 한다거나 가정을 꾸렸을 때 서로의 기대치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면서 싸우게 되고 스트레스 수치가 올라가면서 둘 다 이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술을 또다시 마시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단주치료를 방해하고 알코올중독을 재발시키는 원인제공을 서로에게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랑이 알코올중독치료에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고 봐야 한다.

4. 알코올에 중독됐더라도 강한 의지만 있으면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꼭 정신적 병리현상으로 봐야 하나?

그동안 많이 연구된 결과인데, 모든 중독이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알코올중독은, 지속적으로 술을 찾아다니고 술을 끊지 못하는 일들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할 때를 가리키는데, 이는 오랜 기간 많은 양이 알코올에 노출되면서 뇌의 일정부위가 망가지는 일종의 뇌의 신경증적 병리현상이다.
쉽게 말해, 감기 걸린 사람에게 기침 참으라고 해서 기침을 참을 수가 없고 콧물 참으라고 해서 콧물을 참을 수가 없는 것은 생리현상이지 내 의지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알코올중독환자에게 네 의지로 그냥 술을 참으라고 하는 것은 감기 걸린 환자에게 기침 참으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물론 퇴원 후 외래치료를 받게 되는 단주치료 단계로 넘어갔을 때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치료는 일단 뇌에서 일어난 병리적 현상에 대해서 환자들에게 충분한 교육을 실시한다. 이와 함께 병리적 현상에 의한 알코올 갈망을 억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약물치료를 하고 약물로써 금단증상에 따른 부작용을 억제한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충분히 이해하고 돌아보면서 알코올중독이 병이기 때문에 내 의지만으로 어떻게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시켜주는 것, 단주 의지를 고취시켜줄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를 돕도록 하는 모든 단계를 치료라고 생각한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로 ‘네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 ‘마음을 다잡으면 좋아질 거다’라는 건 위험한 발언이다. 뇌 안에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이 깨진 상태가 우울증이다. 단지 내가 우울하고 싶고 게으르고 마음이 약해서 우울증이 생긴 게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약물치료를 통해 그 깨진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물론 처음에 술을 좋아해서 많이 마시다 보니 알코올중독이 됐지만, 이미 알코올로 인해 뇌가 망가진 후부터는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알코올중독도 암, 심근경색, 감기 등 질병과 마찬가지로 질환의 하나다. 단 그 병이 어떠한 물질에 대한 중독이다 보니 의지의 문제로 오해하는 측면이 큰 것이다.

5. 자신 또는 주위 사람이 알코올중독임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알코올중독의 징후와 증세 등에 대해 설명해 달라

먹는 양이 얼마인가는 아주 상대적인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 소주를 두세 병씩 마셔도 알코올중독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간의 해독능력이 뛰어나서 알코올이 뇌에 치명상을 미칠 정도까지 올라가기 전에 빨리빨리 해독되어지는 것이다. 반면, 하루에 소주 반병도 못 마시는 사람 중에 알코올중독이 심한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오랜 기간 동안 혈중 알코올농도가 치명적인 수치로까지 올라가면서 뇌에 손상을 계속 준 것이기 때문에 술의 마신 양으로 알코올중독이라고 규명 짓는 것은 맞지 않다.
알코올중독은 사회에서 흔히 하는 말이고, 정신과적인 정식 진단명은 ‘알코올의존증’ 혹은 ‘알코올의존성증후군’이라고 한다. 알코올중독이란 본인의 의지로 술의 양을 조절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 쉽게 말해 혼자서 술의 마시는 양을 조절 못하면 알코올중독의 넒은 범주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가령 내가 오늘 딱 한 병만 마시겠다고 했는데 벌써 두세 병 마시고 있는 것도 넒은 의미에서는 알코올중독에 포함되고, 내가 일주일만 참아야지 했는데 벌써 월요일, 화요일부터 술 약속 잡아 마시고 있는 것 역시도 알코올중독 범주 안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6. 알코올중독의 구체적 원인은 무엇인가?

알코올중독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정신과 테스트를 해보면 여러 가지 원인이 나오는데, 이 얘기는 한 가지 원인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는 것이고, 바꿔 얘기하면 아직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지금까지 많은 연구를 통해 가장 확실하게 밝혀진 원인은 ‘유전’이다. 알코올중독은 유전이 되는 병이다. 아기가 어머니 뱃속에서 만들어질 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유전자를 반반씩 받는데, 이때 아버지의 유전자는 아버지의 아버지, 그 윗대의 윗대까지의 유전정보들이 집약되어져서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어머니의 유전정보도 마찬가지다. 아버지 쪽이건 어머니 쪽이건 알코올중독에 약한 유전자를 받아서 그 환자의 뇌는 이미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알코올중독 원인 중 가족력이 이론상으로는 40~70% 정도라 규명하고 있지만, 실제 알코올중독을 임상에서 다루는 전문가들의 소견을 모아보면 가족력이 거의 80~90%다. 가장 흔한 케이스는 아버지이고, 또는 할아버지, 외가 쪽 등인데, 알코올중독환자에 대한 가족력은 십중팔구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10~20% 환자들의 알코올중독 원인은, 이는 공식적인 의견이 아닌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 역시도 가족간의 단절이나 병력이 있는 먼 친척과 연락이 닿지 않아 모를 뿐이지 가족력이 100%일 것이라는 게 제 의견이다.
이렇게 유전임은 확실하지만, 단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유전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일 경우 다섯 명의 자녀 중 한두 명, 두세 명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전원에게 모두 알코올중독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는 한 세대를 걸러 손자 때 나타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누구한테 얼마나 유전이 되어지는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알코올중독은 분명히 유전이 되는 병이라는 것이다.
일반인들도 술을 마시면 보통 술 속의 알코올이 소화기관에서 흡수되고 피 속에 스미면서 뇌를 향해 올라간다. 그렇게 뇌의 보상기전이라는 특수부위를 알코올이 자극하는데, 이때 알코올뿐만 아니라 마약, 약물 등 모든 중독성 물질과 도박, 쇼핑, 인터넷 등 중독성 행동까지도 이 부위를 자극시킨다. 알코올도 이 부위를 자극하면 기분이 좋아지게끔 하는 물질이 분비가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술이 깨면 정상으로 돌아오고 다시 술을 마시고 하는 패턴이 일반사람들에게도 오랫동안 지속되고, 여기에 높은 양의 알코올이 계속 들어가 자극을 한다면 언젠가 알코올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러나 여기서 알코올에 약한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서 훨씬 빠른 시간 내에 훨씬 더 심각한 알코올중독에 걸리게 된다. 보통 남성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하고, 대학에 들어가거나 군대에 들어가는 20대 초중반에 술을 규칙적으로 먹기 시작한다. 이렇게 술을 규칙적으로 먹기 시작해서 뇌가 망가지고 알코올중독에 걸리는 시간이 보통 15년이다. 알코올중독이 발병하는 시기는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중반, 그 10년 사이에 대부분 알코올중독이 발병한다.
이렇게 알코올에 의해서 뇌가 자극받다가 어느 순간부터 뇌가 망가지기 시작하는 알코올중독이 시작되는데, 이때 네 가지 변화(내성, 금단증상, 직업·사회적 기능 변화, 대인관계 변화)가 나타난다. 첫 번째는 ‘내성’이다. 만날 먹는 두통약이 어느 순간부터 효과가 없듯이, 소주 한 병을 똑같이 마셔도 어느 순간부터 좋은 기분이 더 오지 않는다거나 그 기분이 오래 가지 않는 경우가 온다. 이때 좋은 기분을 되찾아오게 하려면 두세 병으로 술의 양을 늘리거나 좋은 기분을 오래 유지시키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 마시던 술을 매일 마시게 되고 낮술을 마시거나 아침부터 해장술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뇌에서 요구하는 알코올의 양이 점점 늘면서 환자가 술을 더 자주, 더 많이 마시게 되는 현상을 우리는 내성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알코올중독으로 뇌손상이 오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내성이 아닌 ‘역내성’이 생긴다. 이때는 뇌 자체가 알코올에 굉장히 민감해지면서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술의 양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다. 과거 일시에 소주 대여섯 병 마시던 사람이 이제 두세 병 마시면 취해서 잔다. 단, 깨고 나서 바로 또 술을 마시기 때문에 하루종일 마시는 양을 따지면 점점 더 늘어나는 것은 맞다. 단지 한 번에 마실 수 있는 주량은 오히려 꺾여서 나타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금단증상’이다. 뇌에서 요구하는 알코올의 양은 점점 늘어나게 되고, 이때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예컨대 술을 2주 동안 매일 마시다가 몸이 너무 힘들어서 2~3일 쉴 때, 또는 만날 술 마시던 사람이 사고를 당해서 갑자기 알코올의 공급이 끊겼을 때, 앞서 설명한 역내성으로 취해 잠들면서 뇌에서 요구한 알코올의 농도에 차이가 생겨서 비롯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때 뇌가 혼자 흥분을 하게 되는데, 우리가 평소 불안해하거나 흥분했을 때 하는 행동들이 다 나타나게 된다.
금단증상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데, 첫째로 몸으로 나타나는 신체증상이다. 가장 먼저 잠이 안 오기 시작한다. 보통 환자들이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신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데, 흔히 주변에서도 술 안 마시면 잠이 안 온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게 알코올중독의 시작이다. 이후에는 잘 때나 식사를 할 때 땀이 심하게 나는 변화가 있다. 그러면서 손떨림 증세가 있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다가도 술잔을 잡거나 담배를 피울 때, 젓가락질을 할 때, 글씨를 쓸 때 등 손으로 뭔가를 할 때 수전증이 발생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손을 떨고 그 이후에는 입술, 턱을 떨고 감기몸살 난 것처럼 온몸을 으슬으슬 다 떨게 된다. 또한 술기운이 떨어지면 굉장히 초조해하며,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금단증상에서 두 번째가 중요한데, 정신질환의 모든 증세가 다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섬망(譫妄)이 있다. 뇌가 왔다갔다 헛갈려하면서 시간, 장소, 사람에 대한 판별력이 깨지고 동문서답을 하거나 횡설수설하다가도 자고 나면 멀쩡해지는 증세다.
또한 헛것이 보이는 환시도 흔하다. 가령 검은 물체, 돌아가신 분, 귀신, 저승사자 등 보통 무서운 것들이 많이 보인다고 한다. 헛소리가 들리는 환청 증상이 있다.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듯이 혼자서 질문하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 그런 일이 없음에도 누군가가 나를 쫓아와서 해하려 한다면서 불안해하는 피해망상이나 의처증이나 의부증과 같은 질투망상도 흔하게 나타난다.
세 번째 금단증상이 가장 무서운 증세라 할 수 있는데 바로 간질이다. 태어나서 40~50대 될까지 간질 한번 겪었던 적 없던 분이 어느 날 술을 마시다가 또는 술을 마시고 자다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눈이 돌아가고 거품을 물고 팔다리가 뻣뻣해지면서 발작을 일으킨다. 이를 ‘알코올금단간질’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흔한 케이스로 한번 시작되면 재발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러한 금단증상들을 정신과에서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정신과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금단증상에 대한 치사율은 20%에 이른다. 이는 어지간한 암보다 높은 수치다. 이는 금단증상에 대한 예방 및 치료에 있어 입원한 환자의 치료에 처음 개입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세 번째 변화는 직업·사회적 기능의 손상이다. 직업적 기능이 망가지는 것은 뻔하다. 술먹고 일하러 못 나가고 지각하고 일하다 술먹고 술 먹은 채로 일하다 사고를 치게 된다.
결국 패널티 받다가 회사에서 해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장사나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술 먹다가 중요한 약속을 펑크 내게 되고 결국 가게 문 닫고 사업을 접게된다. 아직 40~50대 한창 일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직업이 없거나 이름뿐인 직업이어서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못하는 경우이고, 대부분 배우자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사회적 기능의 손상과 관련해서는, 한 성인으로서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기능들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된다. 한 가정의 가장, 아버지, 남편, 자식으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술 마시면 난동을 피우는 것이다. 술만 마셨다 하면 집에서 소리 지르고 욕하고 부수고 때리고, 밖에서도 툭하면 시비 걸고 맞아서 입원하거나 폭행으로 경찰서 끌려가는 경우도 많다. 술 먹고 아무곳에 쓰러져 잠들어 객사할 뻔한 경우, 혹은 술만 마셨다 하면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 면허취소, 심할 경우 음주뺑소니로 구속되는 경우도 있다. 취한 상태에서 술값으로 몇 백만원씩 카드 긁어 집안에 경제적으로 악영향만 끼치게 되고 결국 가정파탄을 일으키는 경우도 꽤 많다. 술 때문에 점점 사람 구실을 못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네 번째 변화는 대인관계가 다 망가지고 깨진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는 차치하더라도 같이 사는 가족과의 관계가 다 망가진다. 특히 술 때문에 아내로부터 이혼당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도 어려서는 술 마시고 들어오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아이들이 자는 척하거나 숨는다거나 비위 맞춰주다가, 10대로 접어들어 체격이 커지게 되면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싸우기 시작하는데, 아이들이 20대를 넘겨 독립하면 아버지와 연락 끊고 지내는 케이스가 상당하다.
형제도 마찬가지다. 한두 번은 도와주려고 하지만, 술주정 몇 번 당하면 연락 끊고 지내는 분들이 많다. 실제로 환자의 입원상황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전화하면 저희에게 욕하고 화내는 분들 꽤 많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리지 않는 쪽은 부모님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 환자보다 먼저 돌아가신다. 그렇게 환자들이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찾는 곳이 대개 서울역이다. 제 동기 중 한 명이 서울역 노숙자진료센터 센터장으로 3년간 지냈는데, 그에 따르면 노숙자의 약 85%가 알코올중독환자라고 할 정도다.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친구들에게 술 먹고 계속 실수를 저지르다 보면 연락이 끊어지게 되고, 언제부터인가 주변에 친구가 하나도 없게 된다.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는 같이 술 마시는 알코올중독 친구 한두 명뿐이다. 또한 술 자체가 사람을 폐쇄적으로 만든다. 과거에는 사람들과 어울려 시끄러운 곳에서 술 마시기를 좋아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집에 가는 길에 꼭 술을 사들고 들어가서 먹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집안에 술을 재어놓고 마시면서 밖으로 나가기를 꺼려한다. 자다가 마시다 자다가 마시다가 술 떨어지면 부스스한 몰골로 동네슈퍼에서 외상으로 술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런 패턴을 반복한다.
이런 식으로 내성이 생기고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직업·사회적 기능이 망가지고 대인관계가 깨진 상태를 우리는 알코올중독이라고 한다. 이중 한 가지 이상은 해당되지만 네 가지 모두 해당되지 않을 때는 알코올중독증보다 좀 덜 심한 형태인 ‘알코올남용’이라 진단하게 되고, 이 네 가지가 모두 해당되거나 혹은 금단증상 중 하나라도 해당될 경우 ‘알코올의존’이라는 진단을 붙이게 된다. 그만큼 금단증상은 이미 알코올에 의해서 뇌손상이 상당히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진단기준들이 있다.

7. 본인 스스로 알코올중독 증세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테스트로 어떤 방법이 있나?

저희 병원 홈페이지에도 있는데 알코올중독 자가진단테스트로 나스트(NAST)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데, 몇 가지 사항에 해당되면 치료 또는 입원치료를 권유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알코올중독에서 비롯된 인지왜곡 중 하나라 할 수 있는데, 본인이 바라보는 본인과 주변에서 바라보는 본인은 굉장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본인에 대해서 알코올중독 평가를 냉정하게 받아보고 싶다면 본인에 대한 본인의 평가 외에도 배우자, 자녀, 직장동료 등 주변인들에 대한 본인의 평가를 함께 해서 평균을 내보는 것이 좋다. 특히 배우자의 평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나는 내 문제들에 대해 자기정당화 하면서 살고 있구나’ 라는 점을 인정해야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8. 알코올중독의 원인과 관련해서, 한국사회의 잘못된 관행이나 풍조, 악습 등 외부요인에 의한 영향도 적지 않을 텐데, 주로 어떠한 것들이 있나?

결국 우리나라 비즈니스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장 힘들어하고 불편해하는 부분이 본인의 솔직한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해야 할 때이다.
심지어 정신과 의사들이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미국식 우울증 진단테스트를 그대로 갖다놓고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80%가 우울증 걸렸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우리는 본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거나 본인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상대방에게 설득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지 않다. 토론하라고 하면 싸운다. 상대방 의견을 듣고 정리해서 그것에 대한 동조 혹은 반박하는 의견을 정확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면서 토론하는 문화가 아닌 것이다. 이처럼 내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불편해하는 정서는 주로 비즈니스 술모임에서 나타나는데, 흔히 ‘술 한 잔 해야 친해진다’, ‘같이 술을 해야 사람을 알아본다’는 말도 있는 것이다. 물론 술의 순기능도 있겠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문화로 자리 잡다 보니까 실제 영업을 하면서 접대하는 분들 중 어쩔 수 없이 알코올중독으로 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심지어 단주 치료후 회복되어 회사로 복귀한 분들 중 또다시 재발하는 케이스도 상당하다.

9. 알코올중독이 정신과적 병리현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일종의 정신분열증과 비슷한 병변으로 봐도 무방한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 속에 '정신과적 치료를 받는 사람 = 미친놈'이라는 사고가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인식은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편견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크게 정신병과 신경증을 다루는데, 우리가 말하는 정신분열증, 망상장애 등등은 말 그대로 정신에 대한 병이다.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되어 있고, 현실감각이나 현실 검증력이 다 깨져 있는 상태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 분들은 이성적이고 논리적, 합리적인 판단이나 생각을 전혀 못하는 분들이다. 말 그대로 정신병인 것이다. 이 병에 대한 병명도 최근 정신분열병에서 조현병(調鉉炳)으로 개명했다.
그런데 정신과에서는 조현병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 이에 해당되는 환자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환자는 그보다는 신경증 부분에 해당한다.
신경증은 아주 다양한 부분을 다루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우울증부터 불안장애, 공포증, 강박증, 중독 등이 모두 신경증에 속한다. 따라서 이 분야 환자군이 거의 대부분이고 보통 정신건강의학과 간다고 하면 신경증, 유로시스에 대한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정신병부터 생각한다. 그나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10. 사회병리현상으로서 알코올중독의 근본적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말 제가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는, 알코올중독이 어떤 병이고, 알코올중독이 내 주변, 가족, 사회에 어떤 무서운 일들을 야기시키는지에 관한 대국민 기본교육을 정부나 관련기관이 전혀 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거다. 심지어 공익광고협의회에서 담배를 피우면 나쁜 놈, 미개인, 이상한 놈으로 만들어버리는데, 술에 대해서는 적당히 먹자고 하고 있을뿐, 먹지 말자는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고 있지 않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익집단의 문제가 얽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주류회사들이 현재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데, 주류협회에서 자기네가 만든 술 때문에 알코올중독환자들이 생겨나니까 기부를 하겠다는 취지로 ‘카프(KARF)’라는 재단을 만들었다.
이 재단에서 일산에 30평짜리 조그마한 병원을 하나 운영해왔는데,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다면서 조만간 이것도 매각한다고 한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술에 대한 뿌리 깊은 묘한 정서가 있다. 소주에는 서민의 애환이 담겼다고 생각해서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 감히 술을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다. 가령 담뱃값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투덜대다 말지만, 주세 올리겠다고 하면 난리난다. 예컨대 정부가 소주값 3천원 올려서 국민의 술 소비량 줄이겠다고 하면 진짜 촛불시위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술에 대한 뿌리 깊은 정서를 과연 누가 만들었겠나? 바로 미디어가 만들었다고 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우가 속상한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 받으면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고 아줌마들은 부엌에서 술 꺼내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성공한 사람들은 부와 명예의 상징처럼 호텔바에서 와인이나 비싼 위스키 마시는 장면을 항상 내보낸다. 정·재계 쪽 인물들의 검은 로비 장면에서는 고급 일식집의 사케가 등장한다.
항상 술이 빠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TV를 통해 술에 대한 세뇌를 당하고 있다.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아무것도 제시받지 못한 시청자들에게 미디어가 마치 술이 만병통치약인 양 무수한 장면들을 내보내고 있다.
예전부터 방송과 인터뷰 할 때마다 끊임없이 TV에서 술 마시는 장면 내보내지 말라고 주장해왔다. 담배 피우는 장면은 TV에서 금지시킨 지 몇 년 됐는데, 술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19세 미만은 상관없지만, 어린이·청소년들까지 보는 드라마에도 술 마시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이를 생각 없이 보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나중에 성공하면 좋은 집, 좋은 차 사는 것과 똑같이 성공해서 호텔바 가서 위스키 마시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반사람들도 스트레스 받은 상황에서 그런 장면을 접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술을 마시고 싶어 한다.
미디어가 국민을 상대로 그렇게 술 마시는 문화를 자꾸 만들고 있고, 정부에서는 이를 전혀 규제하지 않고 있다. 술에 관한 공익광고도 매해 연말연시에 잠깐 하는 것이 전부이고, 주제도 항상 ‘적당한 술자리’다. 요즘 1차에서 한 가지 술만 먹고 9시에 집에 가자고 하는 ‘119운동’ 이란 걸 하고 있던데, 차라리 알코올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공익광고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술 소비량 1위다. 2006년 보건복지부에서 ‘파랑새플랜 2010’을 만들어 야심차게 시작은 했지만 별것 없었다. 정부가 왜 이렇게 술 문제를 방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담배는 정말 백해무익하다. 담배는 본인에게도 안 좋은 것은 물론이고 옆 사람에게 간접흡연으로 피해 주는 것도 맞지만 담배 피운다고 가정이 파탄 나는 것은 아니다. 담배 때문에 이혼 당한다거나 중산층 가정이 하위계층으로 내려앉는 일 또한 없다. 그러나 알코올중독으로 이러한 일들이 모두 일어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유전의 문제가 정말 무섭다.
알코올중독의 원인으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환경이다.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첫째는 밥상에 계속 반주로 술이 올라오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그것이 너무 당연한 것이다. 소아청소년들이 폭력장면에 너무 노출되다 보면 폭력에 대한 역치가 올라가서 어지간하게 사람을 때리거나 심지어 죽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경우와 똑같이,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반주로 소주를 먹는 집에서 오랫동안 노출이 되어 자란 소아청소년들은 술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다. 두 번째 경우는 ‘가해자와의 동일시’라고 하는데, 폭력가정 속에서 아버지를 혐오하면서 자란 아이가 20~30년 뒤에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이 가정폭력을 일삼고 있는 경우와 같다.

11. 언제부터 알코올중독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원래 의대에 정신과를 하고 싶어서 들어갔다. 학교에 남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집안사정으로 페이닥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 정신과 의원 입원병동에 3개월 정도 들어갔는데 직함은 부원장이었지만 병동세팅을 모두 직접 해야 했다. 그때 당시 개원을 계획하게 되었고, 특화된 분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분열증을 비롯한 정신증 부분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었고, 입원병동 운영 경험을 쌓은 내게 주로 외래진료인 우울증이나 불안증은 제외하였고 당시 노무현 정부가 노인요양병원을 많이 권장하면서 급격히 늘어난 그 분야 또한 관심 밖이었다. 그래서 아직 할 일이 많은 알코올중독을 특화하게 됐다.

11. 지금까지 원장님은 알코올중독치료 분야의 권위자로서 인정을 받으셨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떤 계획을 하고 계신지 포부를 듣고 싶다.

기본적으로 ‘진병원’과 ‘W진병원’이 현재 건물이 분리되어 있어 효율적인 운영이 좀 아쉽다. , 2012년 지하철 개통 후 내후년쯤 건물 두 개를 합쳐 좀 더 전문적이고 규모있게 운영해 볼 계획이다.
한편, 지금 우리나라에 급격하고 늘어나고 있음에도 정부에서 전혀 손을 안 대고 있는 부분이 마약중독이다. 마약중독은 특이하게 중국유학생이 늘면서 마약중독자 수가 급격히 늘어 나고 있는데, 미국 유학생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엑스터시 위주로 하고 있고, 중국 쪽은 아이스라고 하는 마약을 많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에 아이 아버지 등 가족들이 상당수 연락을 해오는데, 자식이 중국 유학 다녀와서 아이스에 중독됐다며 경찰신고를 배제하고 치료해 줄 수 있겠느냐는 문의를 하는 것이다. 이때는 법적으로 신고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도와줄 수가 없다.
이들을 과연 마약사범으로 만들어버리는 게 맞는지, 1차적으로 치료를 통해 끊도록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정치, 입법 하시는 분들이 좀 더 심도 깊게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마약사범으로 규정하도록 법이 정해지면, 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는데 어떤 부모가 자식을 범죄자로 만들려 하겠나? 결국 엉뚱한 기도원이나 한적한 곳으로 멀리 보내게 되고, 이러한 조치들은 아이들을 더 안 좋게 할 가능성이 크다.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는 국민을 법이 마약쟁이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몇 살 이하 초범 정도는 법적으로 치료를 우선하는 절충안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지금 우리나라에서 마약으로 붙잡히면 공주치료감호소로 보내지는데, 여기는 마약중독에 대한 별다른 치료프로그램 없이 단지 가둬놓고 끊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약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부분에 있어 국가적인 지원이나 시설이 전혀 없는 상태인데, 이 부분에 대한 확충이 필요하고 감호소를 나온 뒤 사후 케어프로그램도 절실하다.
정선에 있는 카지노로 인한 도박중독자들도 심각하다. 도박중독자들을 케어 하기 위해 기껏 해봐야 강원랜드에서 마련한 자조모임이 있는데, 이는 다시 정선을 가기 위한 하나의 코스다. 여기서 교육을 받아야 다시 출입을 시켜주는 식인데, 말도 안 되는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다. 마사회나 강원랜드나 자체적으로 센터 하나 만들어놓고 돈 잃은 사람들 들렀다 다시 오라는 것 같다.
이밖에도 인터넷게임 중독이 있다. 과거 인터넷·게임 중독에 빠졌던 소아청소년들이 이제 20~30대 성년으로 자라서 그 문제는 더 깊고 심각하다. 현재 KBS2TV <호루라기> ‘인권수사대’에 출연하고 있는데, 벌써 두 케이스 정도 접했다. 부모가 인터넷게임 중독으로 젖먹이 아기를 굶겨 죽인 사건도 있었고, 아이들 5명이 집안에서 비위생적으로 방치된 채 부모는 게임방 가서 하루 종일 PC게임 하는 사례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저는 알코올중독뿐만 아니라 마약중독, 도박중독, 인터넷게임 중독을 치료하는 중독 전문병원을 만드는 게 꿈이다. 중독은 매커니즘이 비슷하기 때문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잘 개발해서 조금씩 변형해 주기만 해도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전문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병원은 운영해도 돈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치료비 등 일정부분을 지원해 준다거나 부족한 병원시설과 관련해 위탁운영을 하는 방법 등이 절실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병원은 위탁운영은 대학병원이나 전문성 없는 큰 법인병원에만 맡기고 있다.
개인병원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분명 특화된 병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맡길 때는 유명한 대학병원에 맡긴다. 그 곳은 중독을 전문으로 하는 병동도 있지 않고 있더라도 학술적인 얘기다. 대학병원에 알코올중독 입원환자는 1년에 많아야 10명 남짓이다.
설사 정부가 그러한 의지를 가지고 개인병원에 위탁을 맡겼다하면 특혜의혹이 불거진다. 여러 가지 난관이 많지만, 여하튼 현재 국민은 각종 물질과 행동중독에 의해 병들어가고 있다.
외국의 경우, 스타마케팅의 일부이기도 하겠지만 린제이 로한은 마약중독으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알코올중독으로 여러 번 전문치료를 받았다. 이 외에도 많은 해외 유명스타들이 중독치료를 받았는데 그들을 정신이상자나 환자 취급하지는 않는다. 그런 사실이 뉴스에 나와도 ‘치료 잘 받았다’, ‘이제는 잘 살라’고 성원하지, 모욕을 주지는 않는다. 그런 성숙한 문화가 필요하고 이제는 우리나라도 변화해야 한다. 이제 결핵 걸려서 죽는 사람 별로 없다. 과거에는 정부가 국민의 그런 기본적 건강권에 고민했다면, 이제는 좀 더 고차원적인 건강권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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