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후보 지지층 '박근혜 역선택 경쟁' 유도...박근혜 지지층의 ‘역선택’에도 무방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쪽과 안철수 무소속 후보 쪽 간의 단일화 협상이 21일 오후까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안 후보 쪽이 제기한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 가상대결 방안이 ‘박근혜 역선택’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안 후보 쪽은 [박근혜 vs 문재인] vs [박근혜 vs 안철수]로 조사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경쟁력’을 재자는 방식을 고수하는 한편 문재인 후보 쪽은 ‘후보의 적합도’를 묻자는 협상안을 내놓고 양자는 협상의 접점을 마련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이처럼 두 후보 쪽이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는 데는 ‘적합도’와 ‘양자 가상대결’안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간극이 너무 커기 때문이다. ‘문재인 vs 안철수’를 놓고 설문 내용에 ‘적합도’나 ‘경쟁력’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가 두고 협상을 벌인다면 양 쪽이 절충하거나 ‘양보’가 가능하지만 안 후보 쪽이 주장하는 ‘양자 가상대결 방안’은 이러한 절충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두 후보를 대상으로 할 경우, 경쟁력을 묻는 설문은 “어느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인가”, 적합도를 묻을 경우 “어느 후보가 더 대통령 후보로 적합한가”, 지지도를 물을 경우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가” 등 세가지 기본안이 나오고 여기서 상호 절충해 가는 것은 가능하다.
실제 2002년 노무현-정문준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는 적합도와 경쟁력을 결합해 “이회창 후보에 이길 수 있는 후보로 두 후보 중 누가 더 적합한가”로 결정했듯이 그와 비슷한 합의점 도달이 가능하다. 나아가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나서 양보할 공간도 존재한다.
그러나 [박근혜 vs 문재인] vs [박근혜 vs 안철수] 여론조사 방안은 문재인 후보 쪽이 절충안을 낼 여지가 없을 뿐 아니라 무턱대고 양보하기에도 쉽지 않다. 지난 2002년에도 이러한 방안이 잠깐 거론됐다가 폐기된 것과 비슷한 이유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가상대결방식에는 두 후보 지지층의 ‘박근혜 역선택’이 단일화의 승부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문재인 후보 지지층의 경우 [박근혜 vs 안철수] 양자대결에서 의도적으로 박근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역으로 안철수 후보 지지층에선 [박근혜 vs 문재인]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역선택’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날 인터넷토론방에서도 안 후보 쪽의 ‘가상대결 방안’에 대한 이러한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조명되면서 토론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토론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지점은 이 방안대로 여론조사가 이뤄질 경우 각 후보의 지지층이 결집하여 경쟁적으로 ‘박근혜 역선택’을 하도록 조장하고 어느 후보 지지층이 더 많은 ‘역선택’을 했는가로 승패가 갈린다는 데 있다.
문-안 지지층 역선택 경쟁 유도...박근혜 지지층 역선택 차단도 안돼
이러한 ‘역선택 경쟁’에 따른 조사결과는 지금까지의 일반 여론조사와 판이하게 다르게 나올 수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시비논란이 가중되면서 양쪽 지지층에 앙금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문-안 두 후보 중 패자도 이에 쉽사리 승복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안철수 후보 쪽이 지금까지 주장했던 야권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층’의 ‘역선택’ 방지도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vs 문재인] vs [박근혜 vs 안철수] 가상대결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표본추출해야 경쟁력 조사가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자 가상대결에서 박 후보 지지층을 뺀 조사로는 ‘경쟁력’을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박근혜 후보나 새누리당 지지층의 ‘역선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 많은 비율은 아니더라도 일부의 ‘역선택’도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야권단일후보는 야권지지층의 뜻을 가장 많이 담아내는 후보가 선택돼야 하나 ‘가상대결 방안’은 이를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실제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나 안 후보 모두를 선택하는 야권지지층이 다수이다. 그러나 양자대결에서 두 후보 모두를 지지하는 층의 후보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야권의 대표선수를 선출하는 데 있어 자신이 더 선호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없다. 따라서 가상대결방안은 야권 지지층의 핵인 이들의 선택권보다는 두 후보 지지층에서 상대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이탈하는 지지층의 의사결정권의 가치만 높이는 모순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