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과의 특별한 만남

<폴리뉴스는 ()창조와 소통과 함께 서울시와 마을 시민단체들의 중간조직인 서울시 마을만들기 종합지원센터의 대표 유창복 마을만들기 종합지원센터장을 만났다>

 

마을공동체란 결국 마을 사람들이 모여 수다떨며 외로움을 더는 것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은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고 시작된 박원순 브랜드 사업이다. 박 시장의 공약사업이며 핵심 정책사업인 마을공동체 사업1년이 지났다. 수십년간 곳곳에서 조용히 활동했던 풀뿌리 시민단체들과 마을활동가들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는 것과 함께 도시화의 상징인 서울에서 이러한 신선한 정책이 시행된다는 것에 대한 긍정적 반응들과, 분명한 성과가 필요한 관에서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활동들에 대해 어떻게 실질적인 효과를 증명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 속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은 시작됐다.

서울시와 마을활동가들의 중간조직격인,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의 유창복 센터장을 지난해 1228일 만나 그 동안의 성과와 함께 마을공동체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 창조와소통)성미산마을에서 17년 동안 주민으로 살고 있으며, 마포두레생협 이사, 성미산학교 설립위원장 및 교사대표, 마포FM 이사, 성미산마을축제 조직위원장 LC 집행위원장, 마을카페 작은나무 운영위원, 성미산마을극장 대표 노릇을 해왔다. 지금은 (사)마을의 대표이며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다
▲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 창조와소통)성미산마을에서 17년 동안 주민으로 살고 있으며, 마포두레생협 이사, 성미산학교 설립위원장 및 교사대표, 마포FM 이사, 성미산마을축제 조직위원장 LC 집행위원장, 마을카페 작은나무 운영위원, 성미산마을극장 대표 노릇을 해왔다. 지금은 (사)마을의 대표이며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다

- 마을공동체 사업이 시작된지 1년 정도 지난 것 같다. 1년 간의 정리는 해본다면?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날 밤, 박시장은 마을공동체 사업이 자기 정책의 핵심 방향이기 때문에 빨리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했고, 바로 박시장의 측근이 날 찾아와 빨리 사업에 관한 준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즉시 서울시 내 마을활동가 10명을 모아 열흘 동안 열띠게 회의를 하여 박시장을 상대로 조찬 브리핑을 했다.

박시장은 매우 흡족해 하면서도 더 많은 활동가들과 폭넓게 대화한 결과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우리는 3차례에 걸쳐 집담회를 개최했는데, 회당 무려 100명이나 참석했다. 서울 지역 내에 마을활동가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기에 주최한 우리도 놀랐고 참석한 사람들도 놀라더라. 90년대 중반 이후 풀뿌리 시민단체의 활동과 공동육아협동조합 같은  활동들로 뿌린 씨앗들이 작은 성과를 이뤄낸 게 아닌가 한다.

회의 과정을 통해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라는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자는 데 합의를 하고, 시 조직인 종합지원센터를 기존의 마을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것까지 합의하여 3월부터 9월까지 센터 수탁을 위한 사단법인 마을을 설립하였다. 공개입찰경쟁을 통해 ()마을이 선정되고, 그리하여 10월부터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의 위탁을 맡아 운영하게 되었다. 즉 아직 만들어진지는 3개월 밖에 안된 것이다. 올해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냈다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였고, 굳이 성과라 하면 민간주체의 네트워크 구성, 자치구 단체의 팀 결성 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각 지자체별로 별도로 마을공동체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과 별도의 조직인가?

서울시에서 각 지자체에게 자체적으로 팀을 구성하라 하여 대부분의 지자체가 자체행정과 내에 한 개 팀정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에는 시장 직속의 사회혁신기획관이라는 국장이 있고, 그 산하에 마을공동체담당관이 있는데 그들이 지자체 활동 포함 마을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부서이고, 실질적인 계획 수립 및 집행은 지원센터에서 한다.

 

- 내년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 것인가

올해는 조직을 만드는 해였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때다. 이번에 서울시의 마을예산이 총 200억정도 편성되었다. 최초엔 700억이었는데, 돈을 많이쓰는 사업은 아니라해서 줄였다. 포괄예산은 아니고 각 실국 별로 집행하게 되어있는데, 마을공동체담당관과 이곳 종합지원센터가 그것의 집행방향, 정책적인 조율을 한다. 관 조직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칸막이 행정이다. 마을공동체 활동은 특히 각 활동간의 연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사업이 자칫 칸막이행정으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을 어떻게 연계시킬 것이냐, 이것이 내년 사업 진행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난항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복지전달체계, 일방적 전달에서 벗어나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 마을공동체 사업 내용들을 보면 복지사업이랑 맞물리는 부분도 많은 것 같다

맞다. 사실 가장 맞물려야 하는 부분이다. 이미 복지관이 자치구에 다 설치가 돼있어서 이미 주민들과 만나고는 있는데, 이것이 마을로 귀결되지 못하고 단순히 자원 배분만 하고 있다. 이것이 마을이라는 개념과 연결되어서 단순한 수혜자-피수혜자 관계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관계망으로 재편이 되어야 한다.

즉 복지자원이 단순 시혜가 아니라 관계망을 강화시키는 하나의 매개체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전환하는 것이 앞으로의 정책 추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와 관련해 올 한해 동안 자활센터, 복지센터, 주민센터 등 여러 기관과 회의를 나눴기에 내년부터는 보다 나은 복지자원 전달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보고있다.

 

- 복지전달체계가 너무 길어서 누수현상이 많고 끝까지 전달이 안되는 문제도 많지 않나

그런 것도 있긴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일방적인 전달체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수혜자가 자신의 지위를 내면화시키는 데 있다. 복지가 모두에게 제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진 자기 삶에서 채우기 어려운, 부족한 부분에 대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자기 삶에서 이러한 부족함과 어려움을 느낄 때 그것을 드러내고 소통함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어야 되는데, 단순히 일방전달체계가 되다보니 그 체계가 역설적으로 개인이 마을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막고 있다.

너 힘드니? 나도 힘들다. 함께 어려움 나누고 타개할 방법 찾아보자' 이렇게 주민들이 주체로 등장하여 힘을 합쳐야 한다. 일방적 자원배분은 낙인효과를 만들어 버리는 부작용이 있는데, 이것이 현재 주민 복지시스템이 안고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아직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고 있지만, 복지재단 대표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긴 하다.

그래서 앞으로 시범적으로라도 복지기관과 마을이 결합되는 형태를 만들어보자 하여 몇 개 기관에서는 커뮤니티 임팩트(Community Impact)라는, 복지를 통해 주민 삶의 질을 개선시킴과 함께 지역사회의 환경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효과를 위한 관계망 형성을 하는 논의를 조금씩 하고 있다.

 

- 서울시에서 복지라고 하면 무상급식이 중요한 부분인 것 같은데, 이것과 같이 맞물리진 않나

무상급식 과정에서 식자재의 공급조리배식까지 일련의 과정이 마을기업의 형태나 마을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마을 만들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마을이라는 것이 밥상공동체 아닌가. 게다가 부모들에게 아이 밥 먹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무상급식이 마을공동체와 연관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년에 키프로젝트로 마을활동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몇 개 선보이려고 하는데, 이 급식 시스템 역시 거론되고 있다. 또 젊은 부모세대들이 가장 고민하는 육아 분야에 대한 공동육아시스템, 방과 후 마을학교 시스템 등도 고민 중이다. 마을공동체 안에서 일상생활 대부분이 해결 가능한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공동체는 무정부주의나 사회주의는 아니지만 파리 꼬뮨과 비슷한 면이 있다.

 

마을살이에 있어서 마을축제는 매우 큰 의미... 마을에서 문화살이를 할 수 있는 방안 모색 중

 

▲  성미산 마을 극장의 공연 사진 (ⓒ사람과 마을)
▲ 성미산 마을 극장의 공연 사진 (ⓒ사람과 마을)

- 마을 내에서 문화예술 관련 활동이나 이와 관련된 축제가 활발한 것 같은데 아직까진 문화가 소비로 인식되는 것 같다. 문화가 창출하는 정신적 부가가치가 크지않나. 이런 것에 관해서는 계획이 없나.

좋은 지적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마을축제의 의미는 크게 두가지다. 첫 번째는 일반인들에게 공동체성을 선체험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마을공동체는 홍보를 통해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 체험해봐야 참여한다. 함께 놀면서 공동체성이라는 것을 몸에 묻히면, 100명 중에 1~2명은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공동체를 알리는 가장 좋은 캠페인 활동이 축제다.

두 번째는 마을 축제는 연예인만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을살이가 다 나온다. 몇몇 어설프게 비판하는 사람들은 축제는 단순히 쇼다, 보여주기다라고 폄하하지만 그것은 기존의 축제가 그런 단점들을 갖고 있는 것이고 마을 축제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관객과 스태프와 액터가 다 마을 사람이다. 마을 밴드도 나오고, 아이들 학예회도 하고, 마을기업, 생협, 마을 관련 기관 등등 마을 네크워크 조직들이 다 나오며 참가자과 관람객 구분없이 주민들 모두가 함께 즐긴다.

▲  2012 재미난 마을 축제 '추락' (ⓒ삼각산재미난마을)
▲ 2012 재미난 마을 축제 '추락' (ⓒ삼각산재미난마을)

이 축제의 준비와 실행까지 일련의 과정이 마을 사람들이 진행하며, 네트워크들의 참여를 조율해나가는 가운데서 신인이 발굴되고, 새로운 선수가 등장하고, 마을을 대표할 리더가 나온다. 즉 마을공동체 조직이 재구조화되는 것이다. 즉 마을 축제는 이런 대외적인 확장효과와 내부적인 재구조 과정을 한꺼번에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한 해동안 마을에서 문화살이를 할 수 있는 계획을 준비 중이다.

 

- 마을공동체 관련하여 마을기업들의 활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과 관련된 정책은 있나

마을기업은 일반 기업과 달리 사업성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수익모델이나 뛰어난 사업아이템이 핵심이 아니라, 당장 내 아이 방과 후를 어쩌나? 어떻게 하면 아이들 점심을 깨끗한 먹거리로 먹일 수 있을까? 혹은 홀로 손녀딸을 돌보며 정작 당신의 아픈 몸은 돌보지 못하는 동네 할머니가 안타까워 시작된다.

수익이 나지 않아도 필요해서 시작하다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기업의 필요성을 느낄 때 비소로 마을기업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마을 기업은 대부분이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운영하는 협업형태이기 때문에, 마을만들기에서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마을기업은 보육, 방과후, 반찬가게, 카페, 식당 등 마을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든지 다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마을기업은 기본적으로 주민들의 출자로 자본을 모으고 주민들의 품앗이로 일을 나누어 한다. 수익 안 나면 자원봉사로 하고, 수익이 나오면 소정의 활동비를 받는다. 큰 돈은 아니지만 마을에서 필요한 일을 이웃과 함께하면서 보람도 있고 활동비도 생기니 일석이조더라.

마을지원센터는 마을기업의 창업을 마을공동체 형성의 중요한 씨앗기로 판단하고, 직접 지원할 계획이다. 일단 마을 지원센터의 마을기업 지원창구에 등록하면 사업계획서 작성과 마을조사, 사업에 필요한 교육과 소정의 창업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물론 주민 당사자들의 자원조달을 전제로 해야한다.

 

마을공동체는 공간의 문제와 밀접... 하지만 복합적 요소가 많아 쉽게 해결할 수 없어

 

- 먹는 거도 먹는 거지만 사람 사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은 자는 곳, 즉 집이 아닌가. 얼마전 성미산 마을에 갔더니 원래의 단독주택이 헐리고 새건물이 마구 지어지고 있더라. 이러다 마을공동체 마저 사라질까 걱정이 앞서는데...

맞다. 이웃도 앞집사람, 옆집사람 이렇게 부르지 않나. 집집끼리의 관계에서 마을이 시작된다, 집은 마을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기 때문에, 마을만들기에서 주거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주제이다. 최근 서울시는 뉴타운의 대안으로 새로운 고층 건물들을 짓는 대신 친환경적이고 공동체적인 주거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공동주택을 짓더라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자기 집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개인주의적 주거형태를 지양하고, 성미산 마을의 소행주(마을이야기1 참고) 공동의 커뮤니티 공간을 늘리고 따로 또 같이를 실현하는 코하우징 형태의 공종주택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  (좌)성미산 마을 일대의 공사 중인 건물 (우)소행주 (ⓒ창조와소통)
▲ (좌)성미산 마을 일대의 공사 중인 건물 (우)소행주 (ⓒ창조와소통)

저층 개발을 기본으로 하는 코하우징식 공간설계, 협동조합형 소유모델을 개발하고 나아가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들어가서 함께 살 수 있는 관계망을 만들어 물리적인 주거재생은 물론 공동체적 생활의 기반까지 구축하는 마을만들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겠으나, 이는 우리 자체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부동산시장 차원의 조정이 불가피한 부분이기에, 먼저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받아들인 이후 민간, , 전문가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주거재생의 시범적인 사업수행 모델을 선정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이 공간의 문제는 집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서울 자체가 워낙 빈틈없이 지가가 비싸고, 민간의 공간이든 공공기관의 기관이든 사용 수요가 너무 많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관의 개입에 부정적인 마을 활동가들도, 이 부분만큼은 관이 지원해주길 바라는 정도다. 참 아쉬운 부분이다.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는 마을공동체... 두려움 벗어던지고 작은도약 시도해야

 

- 주거 정책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전체적인 마을 사업 정책 방향은 좋은 것 같다. 분명 하나하나 시도해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헌데 마을공동체 활동이 아무리 좋아도 참여하는 사람이 참여할 시간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마을활동에 주축이 되는 30~50대 주부들은 요즘 삶이 너무 팍팍하고 바빠서 모일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맞다. 사실 나서기가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주 참여층인 자녀를 둔 부부들이 너무 살기가 힘들다. 아이 키우는 데 돈은 점점 많이 들어가는데, 직업은 불안정하고 생계는 더욱더 불안하다. 50대도 마찬가지다. 자식 다 키워서 대학 보내놓고 나면 여행도 다니고 좀 편할 줄 알았더만, 웬걸 다 큰 자식들 군대 갔다왔고 대학 졸업해도 취직이 안 된다. 집구석에 쳐박혀 죽치고 있는 자식들, 쳐다보는 것도 열불난다. 그러니 엄마들이 알바에 나선다. 자신의 문제를 함께 하소연하고, 해결해볼 궁리를 내고, 이웃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젊은 2030의 참여가 필요하다 (ⓒ건축공방 無)
▲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젊은 2030의 참여가 필요하다 (ⓒ건축공방 無)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마을과 인연을 맺는 다양한 주체들이 마을살이를 기획하고 촉진하는 실헙이 필요하다. 20대와 30, 그리고 은퇴자와 예술가들이 그들이다. 마을공동체 활성화로 청년들이나 은퇴자들이 마을을 통해 직업을 얻거나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으며, 미혼 30대 남녀도 마을살이를 통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 이들이 촉매제가 되어 바빠서 참여하지 못하는 30~50대 부부층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역시 이들을 주체로 하는 마을살이 활동을 시도하려고 고민 중이다.

 

- 사실 마을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없어도 살만하니깐 없는 거 아닐까? 모이면 좋은 점도 있지만 귀찮은 것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요즘엔 간섭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왜 하필 마을인가?

 

맞다. 사실 단어 자체가 두렵다. 공동체라는 말 그 자체가 주는 무거움을 어쩔 수 없다. 무언가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런 규율이 나를 강제하진 않을까, 혹은 드러낸 규율은 아니더라도 은근히 압박해올 것 같은 분위기가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 같다, 모처럼 쉬고 싶은데 시도 때도 없이 불러내고, 회의가 많다던데 개인의 일상이 너무 노출되고 개인생활이 지나치게 방해받지는 않을지... 일리 있는 고민도 있고 막연한 고민도 있겠지만, 사실 대부분 공동체하면 옛날 농촌공동체를 떠올리는데 지금 농촌공동체는 해체되었다. 도시공동체는 참여하고 하지 않는 것 모두 개인의 선택이고, 필요에 의해서 한다. 권유는 하지만,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성미산마을의 협동조합도, 삼각산마을의 어린이집도 전부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사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언제라도 원하는 생활자원을 얻을 수 있으니, 모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도저도 없는 서민들이야 제 몸뚱아리가 생활자원의 전부이니, 각자 가진 재능, 힘을 모으고 나누어야 살아갈 수 있다. 그게 마을이고 호혜적 생활관계망이다.

공동체, 마을, 최근 많이 거론되는 화두이다. 시대가 하도 험하고 삭막하니 그 대안으로 거론될 법하다. 청년들의 미래가 암담하고, 결혼을 미루고 홀로 살아가는 젊은이가 늘어간다. 결혼을 해도 아이 키울 엄두가 나질 않으니 출산을 포기한다. 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했지만 노인을 돌볼 가정적사회적 돌봄이 한참 부족하다. 이미 가족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거다. 다들 허덕이며 마음속으로 깊은 고독을 느낀다.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체, 마을, 매력적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동네에서 살갑게 인사를 나누고, 또래 아이들을 같이 키우고 수다 떨며 생활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나누는 이웃, 상상만 해도 흐뭇하고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진다. 두려움도 있지만, 고독에서 벗어나 불안하지만 풍요로운 대화를 향한 작은도약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한다.

 

 

서로의 고민과 어려움을 나누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 십수년 동안 마을에서 활동가로 살아온 그답게 마을공동체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 중간에서 민과 관의 입장을 조율하며 단순한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마을살이를 만드려는 그의 노력이 돋보였다.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를 만드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와 센터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지원센터의 활동이, 앞으로 전국적으로 일어날 마을공동체 사업의 모범 사례로 남기를 기대해본다.

 

박혜경, 김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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