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야성 회복해야…호남 포용하는 정부 돼야 지역주의 해결”

▲  김정길 전 장관. ©폴리뉴스
▲ 김정길 전 장관. ©폴리뉴스

“지금 야권은 친노, 비노를 구분해서 어느 한 쪽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하나로 어울러야 한다. 안철수를 비롯해서 모두가 하나가 돼야 된다.”

5일 정계은퇴를 선언한 김정길(68) 전 장관은 35년 간의 ‘정치인생’을 마무리하며 야권에 이 같은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김 전 장관은 “두 개로 갈라지면 점점 더 어려울 것”이라며 계파갈등-야권분열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했다.

김정길 전 장관은 이날 오후 <폴리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뒤, ‘안철수 의원의 앞날’에 대해서도 “안철수 신당이든 민주당과의 새 정당이든 결국 야권이 하나가 돼야 한다. 둘로 해선 어렵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민주당의 활로에 대해 “민주당이 정말 국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 철저하게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면서 “야당이 야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존재감 없는 것도 야성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야당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김 전 장관은 ‘지역주의 타파’와 ‘동서 화합’으로 요약되는 본인의 정치 인생사에 대해 “쉬운 길은 아니었다”고 심경을 밝힌 뒤, “부산시장 선거 때 45%의 득표를 하면서 지역주의에 균열을 내는 것이 제 역할이었다. 나머지는 남은 분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지역주의 해소 방안에 대해 “쉽지 않지만 상대 쪽을 더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특히, 집권 여당이 그렇게 해야 한다”며 “호남을 포용하고 가는 정부가 돼야 지역주의가 해결된다. 역지사지 입장이 돼야 해결된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또 “선거 때 득표를 위해 하는 (정치인들의) 한 마디가 지역주의의 아픈 상처를 건드려 이를 확산시킨다. 그런 것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지역주의를 만들고 그 사슬에 묶여 허우적거린다. 빨리 이를 해소되고 국민 통합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뜻을 함께 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소외된 사람들, 약자의 편에 서 정치를 해온 분”이라며 “가장 어려울 때 서로 정치적 동지였고 친구였다. 누구보다도 가슴에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지난 1985년 부산에서 당선돼 12대 국회에 입성한 김 전 장관은 지난 199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을 거부하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적 뜻을 함께 했다. 노 전 대통령은 ‘YS의 3당 합당에 반대할 때, 다 떠나고 김정길과 나만 남았다’고 밝힐 정도로, 두 사람의 정치 인연은 각별했다.

김 전 장관은 3당 합당 이후 ‘지역주의 벽’에 막혀 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이후 김 전 장관은 모두 7번의 낙선을 거듭하면서도 부산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아, ‘바보 노무현’과 함께 ‘왕바보’로 불렸다. 그는 ‘국민의 정부’에서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 등을, ‘참여정부’에서 대한체육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부산 시장 야권단일 후보로 선출돼 44.75% 득표를 했지만 석패했다. 그는 지난 2012년 총선에서는 자신이 출마해 온 지역구 부산 영도를 양보하고 부산진구을 지역에 출마해 40.5%의 득표를 얻고 7번째 낙선을 했다. 그는 지난 해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로 출마해 강정마을에서 “탕탕평평 인권국가”를 내걸며 출마 기자회견을 했고,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위 고문으로 활동했다.

김 전 장관은 5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jkkim45)에 “이제 저는 정치를 떠나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지역주의에 맞서 수없이 도전하고 좌절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긴 세월 정치적 소신 지킬 수 있도록 격려해주신 여러분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라며 정계은퇴 입장을 밝혔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정치와 연을 끊고 정당도 탈당하려고 한다. 정치권 밖에서 행복한 시민으로 낮은 자세로 소리 없이 살아갈 것”이라며 35년 만에 ‘자연인 김정길’로 돌아갔다. 다음은 김 전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오늘 트위터를 통해 정계 은퇴 입장을 밝혔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소식인데, 트위터 등에서는 ‘마음 아프다’, ‘미안하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35년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는 소회는?

- 오히려 정계 은퇴가 때 늦은 감이 있다. 사실은 (지난 2008년)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을 끝으로 정치를 안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후 갑작스런 노 대통령의 죽음이 있었다. 부산 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었는데 부산에 적당한 후보가 없었다. 당시 후보로 거론된 문재인 의원이 정치를 안 한다고 해서 제가 나서면서 정치권에 발을 다시 들여 놓았다. (부산 시장 낙선 이후) 내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정치를 접을 수 없었다. 총선, 대선까지 갔다.

대선 이후 정치를 접으려고 했는데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지역 분들이 도움을 요청해 마지못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정계은퇴 입장 발표를) 하게 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언론에서 내년 부산시장 후보로 제가 물망에 오르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러다 내년 부산시장 선거까지 갈 것 같았다. 그래서 ‘정치를 안 하겠다’고 해야 (후보) 대상에서 제외될 것 같았다. 

▶ 그럼에도 김정길 전 장관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 않나. 여전히 미완의 정치 과제도 있을 것 같은데.

-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다. 후배들이 잘하리라고 본다. 

▶ 김 전 장관의 지난 35년 정치 인생은 ‘지역주의 타파’, ‘동서 화합’으로 요약된다. 공고한 지역주의 벽 앞에서 가시밭길이었을 것 같다.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다.

- 쉬운 길은 아니었다. 정치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지역주의라는) 것을 허무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힘이 든다. 부산시장 선거 때 45%의 득표를 하면서 지역주의에 균열을 내는  것이 제 역할이었다. 나머지는 남은 분들의 몫이다. 정치인들이 지역주의를 만들고 그 사슬에 묶여 허우적거린다. 빨리 이를 해소되고 국민 통합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과 한계는 여기까지다.

▶ ‘지역주의 타파’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무엇이라고 보나.

- 쉽지 않지만 상대 쪽을 더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특히, 집권 여당이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늘 보면 자기 지역에 더 많은 것을 배려해 참 아쉬움이 남는다. 호남은 소외됐던 지역이다. 호남을 포용하고 가는 정부가 돼야 지역주의가 해결된다. 역지사지 입장이 돼야 해결된다. 국민들이 정치를 탓하면서도 지역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선거에서는 지역주의에 매몰돼 투표를 한다. 지역주의는 어느 한 두 사람의 힘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말 한 마디로 지역주의가 자극된다. 선거 때 득표를 위해 하는 한 마디가 지역주의의 아픈 상처를 건드려 이를 확산시킨다. 그런 것을 자제했으면 좋겠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자서전에는 ‘YS의 3당 합당에 반대할 때, 다 떠나고 김정길과 나만 남았다’는 내용이 있다. 김 전 장관의 35년 간 정치 인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 노무현 대통령은 잘 아시다시피 소외된 사람들, 약자의 편에 서 정치를 해온 분다. 영원한 소수파로 정상에 오른 사람이다. 굉장히 원칙을 중시하고 약자의 편에서 문제를 보고 해결하려는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가장 어려울 때 서로 정치적 동지였고 친구였다. 누구보다도 가슴에 남아 있다.

▶ 정국 현안에 대해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대선에 패배한 뒤 민주당이 최근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등 새 출발에 나섰지만, 정당 지지율에서 10%대에 그치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10월 재보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활로는 어떻게 가야 할까.

-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총선, 대선에서 패배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지지율이 지지부진하다. 존재감이 상실돼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은) 민주당은 정말 국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 철저하게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야당이 야성을 회복해야 한다. 존재감 없는 것도 야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말 이외에 떠나는 사람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문재인 의원이 꼽힌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여전히 차기 대선 주자로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친노의 ‘2선 후퇴’ 상황에서 기지개를 펴고 나아가기에는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문 의원이 향후 활로와 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전적으로 문 의원의 몫이다. 그것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금 야권은 친노, 비노를 구분해서 어느 한 쪽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하나로 어울러야 한다. 안철수를 비롯해서 모두가 하나가 돼야 된다. 이게 두 개로 갈라지면 점점 더 어려울 것이다.

▶ 안철수 의원은 최근 독자 세력화를 통한 제3정당의 길을 시사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23일 당시 안철수 교수가 대선 후보를 사퇴 선언을 하자, 페이스북에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얻으셨다”고 썼다. 안철수 의원의 앞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안철수 의원 스스로 선택의 문제다. 안철수 신당이든 민주당과의 새 정당이든 결국 야권이 하나가 돼야 한다. 둘로 해선 어렵다.

▶ 민주당은 6월 국회에서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국회’를 표방하며 이를 의제화 하고 있다. 향후 야권이 가져가야 할 시대정신을 무엇이라고 보나.

- 을의 입장에서 정치를 보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결국, 어렵고 힘든 서민들 편에서 정치를 풀어가야 한다.

▶ ‘정치인생’을 마무리하지만 향후에 시민정치 등에서 역할을 할 것인가? 향후 계획은?

- 정치와 연을 끊고 정당도 탈당하려고 한다. 정치권 밖에서 행복한 시민으로 낮은 자세로 소리 없이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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