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감독은 26일 서울 인근 한 호텔에서 “대표팀 감독이 외부 바람에 흔들린다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며 “부끄러운 한국 축구의 자화상이지만 (선수 선발에) 외압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조 전 감독에 따르면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레바논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던 시점에 축구협회 수뇌부 세 명이 선수 추천을 해 왔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추천을 할 수 있지만 공교롭게도 세 명이 똑같은 선수를 지목하며 대표팀에 발탁했으면 하는 뜻을 전해왔다”며 “상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나 또한 차마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전 감독은 “당시 협회가 추천한 선수를 뽑아주면 그만 아니었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며 “원칙과 소신은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릴 수 없었고, 한 명을 넣어주면 두 명, 세 명이 돼도 할 말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조 감독은 “그 선수 선발을 놓고 코치들과 논의하고 소속팀 감독과도 상의했지만 모두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아직 아니다’였다”며 “대표 선수로 뛰기에는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는 평가였다. 그런 상황에서 외압과 타협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조 전 감독은 이 같은 폭로를 하는 배경에 대해 “대표팀 지휘봉을 새롭게 잡은 최강희 감독을 위한 것”이라며 “성공한 대표팀 사령탑이 되려면 협회 수뇌부가 전폭적인 힘을 실어줘야 하고, 외압에 흔들려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 전 감독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회택 전 축구협회 기술위원장(현 축구협회 부회장)은 “지난 8월 일본과의 친선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풀백이 없다고 먼저 조 감독이 얘기해 왔다”며 “그래서 남아공 월드컵을 다녀온 ‘000’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누가 조광래 감독에게 가서 선수를 뽑아라 말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이나희 기자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