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우선 공약 사항인 일자리 정책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은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국민들의 최저임금을 높이고, 일자리 공급을 통해 국민의 소득 수준을 높여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즉 일자리 창출→가계소득 증대→소비확대→내수활성화-성장이라는 프로세스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인프라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창출은 공공부문 일자리부터 시작되며, 이의 실현을 위해 정부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11조 원의 추경을 결정했다.

또 지난 5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일자리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을 심의·의결하면서 일자리 정책 실행의 핵심기구로 일자리위원회을 출범시켰다. 

일자리위원회는 정부 일자리 정책 상시적인 점검·평가, 일자리 정책 기획·발굴, 부처 간 일자리 관련 정책 조정, 일자리에 관한 국민 의견 수렴 등을 논의한다.

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회의를 주재한다. 당연직 15명과 민간위촉직 15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된다.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책특보로는 이용섭 전 의원이 선임됐다. 

이 부위원장은 행정고시(14회)에 합격한 뒤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세제 분야의 ‘4대 핵심’으로 꼽히는 국세청장, 관세청장,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국세심판원장을 모두 거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또 24일 자신의 집무실에 전국 일자리 상황을 실시간 점검할 수 있는 디지털 상황판을 설치하고 시연했다. 상황판은 고용·경제 관련 18개 지표를 보여주며 일부는 5초 간격으로 바뀐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며 약속했던 그대로다.

이같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경제 선순환 구축의 시발점이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정책 성공여부에 따라 새 정부의 경제정책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리뉴스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일자리 최우선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실천 방향성과 이를 실천하는 접점에 있는 산업계·경제계의 자동차·조선·유통·건설·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 전환 흐름을 살펴보는 11회의 기획특집 기사를 준비했다.
 
지난 1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일자리 100일 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지난 1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일자리 100일 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용섭 “성장·일자리·분배의 선순환 구조 복원한다”

일자리는 가계가 소득을 획득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국가 경제를 순환하게 하는 중요 중심축이다. 

양질의 일자리로 가계 소득이 증가하면 자연적으로 소비가 늘어난다. 소비 증가는 기업 매출과 수익 확대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투자 활성화와 고용 증가라는 선순환 궤도를 구축한다. 

일자리 문제 해결이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적한 경제 현안은 물론 사회 양극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때문에 거의 모든 정권이 예외 없이 임기 초에 일자리 확대를 목표로 내건다.

참여정부는 청년·여성·노인 일자리 각 50만 개를 포함한 총 250만 개의 일자리를 5년간 창출하겠다고 공약했고, 이명박 정부는 5년간 300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를 달성해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474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정권이 예외 없이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일자리 창출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고용과 관련한 성적표는 초라했다. 

고용률(15∼64세)은 4년 평균 65.4%에 그쳐 목표에 미달했고, 실업률은 3.5%로 이명박 정부보다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 정부의 일자리 정책 실패 원인을 일자리 창출 주체를 민간에만 맡겨 두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도 과거 생각”이라며 “수많은 사람이 일하고 싶어 하는데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의 실패고 무능”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공공부문도 중요한 일자리 창출 주체로서 부족한 부분을 메꿔줘야 한다”며 “공공부문 일자리가 늘면 그만큼 공공 서비스가 좋아지고 성장에도 좋은 역할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공부문이 일자리를 창출 주체로 적극 부상하면서 민간에서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맞추고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밑그림은 지난 1일 ‘일자리 100일 계획’에서 나타났다. 

일자리위원회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취임 기준 100일 이내에 교육·노동·복지 등 국정시스템과 재정·세제 등 정책수단을 전면 재점검해 일자리를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거쳐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만들고, 민간기업 중에서도 과다하게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대기업에는 부담금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문재인 경제정책을 ‘J노믹스’라고 얘기하는데, 이는 일자리로 시작해서 일자리로 완성된다”면서 “성장·일자리·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고용확대와 비정규직 제로 정책

문재인 정부는 이처럼 공공부문이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5일 “공공부문이 민간부문 고용 둔화를 보완하면서 좋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최근 일자리는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질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라며 “인구 구조상 에코붐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향후 4∼5년간 청년 고용여건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5일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추경으로 청년·여성·노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첫 삽을 떴다.

이번 추경안에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용·내수 부진 문제를 경제적 취약계층 일자리의 전 방위 지원으로 돌파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

국내 30대 그룹 비정규직도 안전성 높혀야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기업들의 비정규직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유는 현재 민간기업들의 직업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30대 그룹이 1만 3000명 넘게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정규직의 감소율이 정규직보다 훨씬 더 높아 비정규직의 직업 안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0대 그룹 계열사 중 상장사 179곳의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고용규모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현재 총 85만 799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인 2015년 말의 87만1190명보다 1만3199명(1.52%) 감소한 수치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정규직원은 81만 2622명, 비정규직원은 4만 2723명이었다.

정규직 수는 전년 대비 1.30%에 해당하는 1만 709명이 줄었다. 비정규직은 9.03%인 4240명이 감소했다. 감원된 직원의 수는 정규직이 많지만, 감축 비율로는 비정규직이 월등히 높았다.

고용의 질도 문제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단기 계약직 근로자와 파견업체 직원, 용역업체 직원 등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아 고용의 질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행복사원’이라면서 정규직이라고 주장하는 ‘무기계약직’의 경우도,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처우 등에서는 여전히 정직원과 큰 차이가 있다.

대형마트들의 캐셔(계산원) 등을 포함한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시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6000원대 후반으로, 월급도 150만~19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승진과 근무 연차에 따른 임금 인상 기회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정규직처럼 회사는 계속 다닐 수 있지만 근로조건은 비정규직에 가까워 무기계약직은 ‘중규직’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열악한 현실에 대해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미 많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처럼 유통업계를 포함해 산업계 전반에 걸쳐 단기 계약직 근로자와 파견업체 직원, 용역업체 직원 등 비정규직 문제와 저성장 속에서 일자리 창출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새 정부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주요 그룹 계열 상장사 직원 수 추이(공기업 제외). <자료= 에프앤가이드>
▲ 주요 그룹 계열 상장사 직원 수 추이(공기업 제외). <자료= 에프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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