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지역구 권리당원, 금태섭 징계 청원
이해찬 “강제 당론은 무조건 지켜야”
금태섭 “공수처 문제, 토론 이뤄지지 않았다”
진중권 “저게 민주당과 지지자들 수준”

<사진=금태섭 페이스북>
▲ <사진=금태섭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의 본회의 표결 때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했다. 일부 당원이 ‘해당 행위’라며 당에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 요청을 한 것이 발단이다. 이에 금 전 의원이 “정당이 검찰과 비슷한 일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직접 반발했으며, 국회의원의 ‘양심에 따른 표결’을 규정한 국회법 114조의2를 근거로 들며 당 내외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금 의원이 공수처법에 기권표를 던진 것을 문제 삼아 경고 조치를 내렸다. 금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강서구 지역 권리당원 502명의 징계 청원에 따른 것이다. 그들은 “당론이 만들어지면 따르는 게 당원의 의무이자 국회의원의 의무”라며 “이를 무참히 거부한 금 의원은 당장 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해찬·김남국 “당론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

이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에는 권고 당론과 강제 당론이 있다. 강제 당론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금 전 의원이) 강제 당론을 안 지켰는데 아무것(처분)도 안 하면 의미가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사실상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 처분이 정당하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강제 당론 같은) 그런 것도 전혀 없으면 당론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최근 “금태섭 의원과 같은 소신있는 초선이 되겠다”며 주목을 끌었던 김남국 의원(초선, 경기 안산단원을)마저 3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금 전 의원 비판에 나섰다. 김 의원은 “소신 발언을 했다고 해서 징계를 내린 것이 아니라 당론에 따르지 않자 당원들이 징계 신청을 해서 그에 대해 징계가 내려진 것이라며 “개인의 소신도 중요하지만 결국 정치라고 하는 것은 정당정치를 통해서 해결되는 것이다. 당론이 정해졌는데도 따르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일하지 않는 국회가 어떤 합의나 결론을 내지 못하는 식물국회, 막말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론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태섭, “조국·윤미향 함구령, 이게 과연 정상인가?”

이러한 움직임에 금 전 의원은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판 성명을 3일 업로드했다. 금 전 의원은 ‘<경고 유감>’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려 자신이 검사 시절 검찰총장 경고를 받았던 일화를 소개하며 “정당이 검찰과 비슷한 일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소속 정당으로부터 비슷한 일로 경고 처분을 받고 보니 정말 만감이 교차한다”는 심경을 밝혔다.

금 전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은 당론이었지만, 실제로는 위성정당을 양산하고 우리 선거제도와 정당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렸다”며 “당론에 따라 선거법 개정안에 찬성한 의원들은 이런 결과에 책임이 없는가. 민주공화국에서 선거제도와 정당제도를 망가뜨린 일에 대해서는 심지어 사과조차 없다. 당론에 따른 것이었다고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 전 의원은 “나는 형사소송법과 검찰 문제의 전문가이고, 부족하지만 내 지식과 경험으로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든다는 것을 도저히 찬성하기 어려웠다”며 “공수처 문제를 다루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들어가고 싶다고 (지도부에) 정말 하소연을 했는데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고, 그런 결론에 무조건 따를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 전 의원은 “공수처 문제에 제대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토론이 없는 결론에 무조건 따를 수는 없다”며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금 전 의원은 “경고를 받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며 “우리 정치는 정말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 또한 금 전 의원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헌에 의하면 당원은 당론을 따르게 돼 있지만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자기 소신을 갖고 한 판단을 징계한다는 걸 본 적이 없다”며 “금 의원은 이미 (총선 공천) 경선에서 탈락, 낙천하는 어마어마한 책임을 졌다. 그 이상 어떻게 책임을 지고 벌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국회법 114조2, 소신투표 규정…미국엔 일괄 당론 자체가 없다

사실 당론 투표와 소신투표 중 어떤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회법 114조의2는 “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소속정당의 당론은 강력하게 의원들을 기속하고 있다.

특히 당론에 강제성을 강하게 부여하는 것은 민주당이다. ‘오합지졸 국회’, ‘봉숭아학당 국회’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분오열된 모습을 보였던 17대 열린우리당의 결과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이 시절의 부조리를 잘 경험한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당론에 강제성을 꼭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경우, 일괄투표를 강요하는 우리식 당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당론은 일종의 가이드라인 정도로만 활용되며, 강제성이 없으니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징계를 내리지는 않는다. 기명투표제가 도입돼 권고적 당론이라도 당론을 거부하기 어려운 우리 현실과는 매우 다른 셈이다.

진중권 “민주당, 전체주의 정당에 가까워”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처분을 놓고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게 민주당과 지지자들 수준이다. 자유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 정당에 가깝다. 저렇게 망해가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2일 올린 글에서도 진 전 교수는 “정당의 운영방식이 아니라 운동권 조직의 운영방식이다. 민주당은 이미 자유주의 정당이 아니다”라며 “기득권을 수호하는 타락한 586들의 운동권 조직일 뿐이지. (민주당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제대로 학습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NL은 그 팜플렛조차 안 읽었다. 그런 이들이 당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 전 의원은 한편 2일 오후 민주당 윤리심판원에 재심신청서를 청구해 민주당의 징계에 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징계 사유에 대한 비판으로 △‘징계의 사유’ 규정 적용에 문제가 있다 △그 동안 당론과 다른 표결을 한 국회의원에 대해 징계한 사례는 없다 △이 사건 징계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한 조치다 △이 징계는 민주당 강령에 위배된다 △국회의원 임기 종료일에 ‘심판결정’을 보낸 것에 유감이다 등의 근거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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