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金, 국민적 비난 피하기 위해 허위 사실 작성”
김관진, “허위라는 것 인식하지 못했다”며 무죄
세월호 유가족, "판결 받아드릴 수 없다. 304명 희생자 모욕"... 검찰에 대법원 상고 촉구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사고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각과 방식을 사후에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구회근‧이준영‧최성보 부장판사)는 국회에 제출할 용도의 보고서를 조작된 허위의 공문서로 작성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국회와 전 국민의 관심이 세월호 상황을 대통령이 시시각각 보고받고 제대로 파악했는지인데, 대통령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있으면서 보고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피고인은 국회에 낸 서면 답변서에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해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했다는 취지로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동은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1심의 판단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상황을 실시간 보고 받았는지 여부, 첫 유선 보고를 받은 시각 등을 사실과 다르게 적어 국회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을 유지하고 항소를 기각했다. 두 사람은 1심에서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거나 증거가 부족했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관진 전 실장은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는 내용의 대통령 훈령(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변경한 혐의(공용서류손상 등)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 관저에 서면 보고서가 도달한 시각은 오전 10시 19~20분이었지만 청와대는 “오전 10시쯤 대통령이 서면 보고서를 받았고 10시 15분쯤에는 ‘총력 구조’를 지시했다“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주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유가족, 검찰의 대법원 상고 강력하게 요구

한편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 같은 2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검찰의 대법원 상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취재진을 만난 세월호 유가족들은 “분명 불법행위를 했는데 개인의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면 죄가 되지 않다니, 대한민국 법이 이럴 수 있나”라며 “자식을 잃은 저희 부모들은 책임자들에 대해서 법적인 처벌을 기대할 수 없나”라고 호소했다.

이어 “1심 판결도 마찬가지지만 대한민국 사법부는 304명의 희생자의 생명 존엄성의 가치를 또 다시 모욕했다”며 검찰의 대법원 상고를 강력히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 고소고발 법률대리인단 이정일 변호사는 “어렵게 기소됐던 사건인데, 법원이 너무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해 판단을 한 것이라 유가족들과 일반 시민 입장에서 수용이 안된다”며 “양형 측면에서 가족들이 겪었던 5년 동안 거짓말로 일삼은 그들의 행위에 대해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국민의 생명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처벌이 너무 가벼워 또 다른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책임자들이 또다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전례를 만들었다”며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하게 처벌 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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