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경합주에서 바이든과 격차 좁히는 트럼프
백인 유권자 표 결집한 ‘MAGA’...2016년 대선 ‘대반전’ 이끌다
코로나19로 재선가도 난항...주요 관전 포인트는?

24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장에 나타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24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장에 나타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민주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각각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8월 현재 바이든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이어지고 있지만, 8월 들어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바이든과의 격차를 좁히면서 대선 판도가 혼전세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개표결과 깜짝 승리를 거두면서 대반전을 이룬 바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백인 지지층 결집

트럼프의 핵심 전략은 ‘미국 우선주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내걸고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2020년 대선 캠페인에서는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라는 표어를 들고나왔다. 

그는 2017년 ‘국산 제품을 소비하고 미국인을 고용하자(Buy American, Hire American)’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강력한 이민 규제 ▲미국 중심의 통상정책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의 정책을 펼쳤다. 21세기 들어 두 개의 전쟁,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고 중국이 경쟁자로 빠르게 부상하는 상황에서, 미국 내 경제적 불안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일자리 창출 및 경제성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이다. 한편 ‘세계의 경찰’ 역할을 자임해왔던 이전과 달리, 주요 지역에서 동맹국들에게 확대된 역할을 요구하면서 미국이 쓰는 비용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부터 이러한 노선을 고수해오면서 저학력·저소득 백인 유권자를 핵심지지층으로 끌어안았다. 러스트벨트(Rust Belt)는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일부를 포함하는 지역으로, 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미시간·위스콘신·아이오와 등 1970년대 이후 쇠퇴한 공업지대를 말한다.

이곳에는 세계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그나마 남아있는 값싼 일자리마저 이민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전통적 노동자 계층이 있었다. 이곳의 백인 노동자들은 2016년 대선에서 정치적 아웃사이더인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지지를 보냈고, 결국 대이변의 중심이 됐다. 

러스트 벨트는 노동조합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1992년 대선 이후 공화당이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강력한 지지를 믿고 이 지역에 크게 공을 들이지 않았고, 결국 기존 정치세력에게 소외당했다고 느낀 이들이 주요 경합주에서 반(反)세계화·반기득권을 주장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016년 CNN의 대선 출구조사를 살펴보면 트럼프가 이처럼 백인 유권자의 표를 결집하는데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전국적으로 백인 표의 58%를 획득하며 37%만을 얻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압도했다.

백인 여성의 63%와 백인여성 53%가 트럼프를 지지했으며, 특히 대학 졸업장이 없는 백인 남성 72%와 대학 졸업장이 없는 백인 여성 62%가 트럼프를 선택했다. 결국 이러한 결과는 트럼프가 47.5% 득표율로 선거인단 290석을 확보, 47.7% 득표율로 선거인단 232명을 얻은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미국 제 45대 대통령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2020년 대선 전망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의 우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논란으로 확대됐던 두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8월 12~15일 CNN이 여론조사업체 SSRS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 지지율은 전국 50%, 트럼프는 46%를 기록했다. (등록유권자 987명 대상, 오차범위 ±4%포인트) 6월 조사에서 바이든(55%)이 트럼프(41%)를 14% 앞선 것에 비하면 상당히 추격에 성공한 셈이다.

특히 경합주인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위스콘신(10명)·노스캐롤라이나(15명)·애리조나(11명) 등에서 누가 승리하느냐가 대선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주거주지인 플로리다에서는 바이든의 우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두 후보 간 지지율이 감소되는 추세다. 미시간·애리조나·위스콘신도 마찬가지다.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바이든 우세가 유지되면서 두 부호의 지지율 격차가 확대됐다가 유지되는 추세다. 미국 정치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8월 3~15일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은 플로리다(5.0%p)·미시간(6.7%p)·애리조나(2.0%p)·위스콘신(6.5%p)·펜실베이니아(5.7%p)에서 앞서고 있다.

반면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다가 8월 들어 트럼프 우세로 전환됐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 지역에서 0.6%p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하다. 

트럼프가 지지율 추격에 성공한 것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갈등 구조를 형성하는 한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에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보수적 가치 옹호’ 모습을 보이며 지지층 결집 전략을 구사한 것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향후 2020년 미국 대선의 기본 판세는 대통령 지지율과 미국의 경제 상황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을수록, 미국 경제 상황이 좋을수록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할 것이다.

사실 코로나19가 미국을 덮치기 전에는 트럼프의 재선이 상당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였다. 트럼프는 ‘콘크리트 지지층’ 40%에게 임기 3년 내내 꾸준한 지지를 받아왔다. 또한 2월 기준 3.5%의 실업률을 달성하며 1969년 이후 최저 수준을 자랑했고, 사상 최장의 경기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러한 경제 지표들을 내세워 재선 성공을 낙관했지만, 코로나19로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갤럽 조사에서 트럼프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 3월 말 49%로 취임 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으로 인한 결집 효과였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 늦장 대응, 인체에 살균제를 투입하자는 등의 발언 논란, 백악관에서의 코로나19 브리핑을 자신의 재선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인해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갤럽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트럼프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8%였다. 이 같은 변화는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아직 견고히 유지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한편, 결집효과에 의해 그에게 지지를 보냈던 무당파와 일부 민주당 지지층이 등을 돌렸음을 말해준다.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의 경제는 흔들렸고, 미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2.9%(전기대비 연율)라는 73년만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넉 달째 두자리수를 기록하는 실업률, 소비 시장 위축 등도 트럼프의 국정 평가에 치명적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천문학적 규모의 지원을 통해 경기를 다시 부양하려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계속되는 한 회복세는 더딜 전망이다.

경제 문제와 더불어 트럼프가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되거나 증폭된 이슈들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유권자의 표심에 주된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미국은 누적 확진자수 591만여명, 사망자 18만여명으로 세계 최대 코로나19 피해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한편 지난 5월말 조지 플루이드 사망으로 폭발한 ‘BLM’ 시위와 인종차별 논란도 유권자의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는 일련의 이슈로 바이든 후보와의 격차가 벌어지자, ‘중국 때리기’와 ‘법과 질서의 회복’을 내세워 반전을 도모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칭하면서 행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반중 정서를 자극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모양세다. 또한 마스크 착용을 지지하고 플로리다에서 예정됐던 공화당 전당대회를 취소, 가을학기 무조건 개학 방침 철회 등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향후 11월까지 코로나19가 촉발한 정치·경제적 충격의 영향력이 계속될지, 코로나19의 미국내 확산세, 백신 개발 경과 등이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가 인종차별 논란 등에 어떻게 대응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더불어 TV토론에서 라이벌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의 인지능력 문제·친중·성추행 논란 등을 꺼내 공격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현재 구성된 ‘트럼프 VS 반(反)트럼프’ 구도가 ‘트럼프 VS 바이든’ 구도로 변화할 수 있을지도 관전포인트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트럼프의 재선시 미국 역내 리더십 유지를 위해 동맹국에게 확대된 역할을 요구하는 외교 노선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미동맹과 관련, 방위비 분담금 증액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더 기여하는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바이든의 경우 트럼프와는 반대로 가치중심적인 동맹관의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합리적 수준에서의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는 대북관여 정책을 시행해나가고 있으며,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자신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김정은 위원장과 신속한 비핵화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은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공감하며, 당선되면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시 김정은과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 ‘개인적 외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실무협상을 강조했다. 트럼프가 ‘톱 다운’ 형식을 선호한 반면 전통적인 ‘바텀 업’ 방식을 지향하는 것이다.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오바마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전략적 인내’를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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