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보도...수입보다 손실 크다고 신고하면서 소득세 안 내
CNN “중대한 시험대” - 英 가디언 “강력한 폭탄선언”
바이든 공세 시작...29일 토론회 쟁점 될 듯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백만장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15년 중 10년 동안 연방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선거에서 승리한 2016년과 취임 첫 해인 2017년 각각 납부한 소득세는 750달러(한화 88만원)에 불과했다.
해당 폭로는 대선을 불과 5주 앞두고 터진 대형 악재로, CNN방송은 “이것은 대통령직에 중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 행동, 그리고 애국심에 여러 의문을 남긴다”고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은 “올해 선거 운동 기간 중 가장 강력한 폭탄선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즈(NYT)는 27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트럼프 일가의 20년간 납세 관련 자료를 자체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보다 손실이 크다고 신고하는 방식으로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첫 2년간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 있는 골프클럽 등 외국사업체에서 7300만달러(약 857억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자신이 진행자로 출연했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와 각종 라이센싱·홍보계약을 통해서는 2018년까지 무려 4억 2740만 달러를 벌었으며, 두 채의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면서 1억 765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NYT는 이를 기준으로 하면 트럼프가 최소 1억 달러의 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1990년대 초반 사업 실패로 생긴 약 10억 달러의 손실을 2005년까지 세금을 공제받는데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2007년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센싱·홍보계약을 통해 1억 2000만 달러(약 1409억원)의 순 이익을 거뒀는데, 이 때는 세금을 상쇄할 만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아 생애 처음으로 7010만달러의 연방소득세를 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국세청(IRS)에 2005~2008년 낸 세금에 이자를 더한 7290만 달러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NYT는 이것이 2008년~2009년 트럼프 대통령 소유 기업에서 총 14억 달러(약 1조 643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신고한 것이 근거일 것으로 추정했다.
국세청은 이를 두고 10여년 넘게 국세청 감사를 받고 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위법이 확인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1억 달러 이상을 토해내야 한다.
또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택이나 전용기 구입비, 이발료 같은 개인 비용을 사업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을 줄였다고도 꼬집었다.
트럼프는 NYT의 보도 직후 열린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가짜 뉴스”라면서 “나는 많은 소득세를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28일(현지시간)에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는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냈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감가상각과 세액공제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강조하면서 NYT를 ‘가짜 뉴스 미디어’라고 비난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이후 미국의 모든 대통령은 취임을 전후해 납세 내역을 공개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세청의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 오고 있다.
이 사안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규모 ‘세금스캔들’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오는 29일 열리는 토론회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경쟁상대인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언론 보도가 나오자 공세를 시작했다. 바이든 측이 NYT 보도 직후 트위터에 게재한 영상에는 교사, 소방관, 간호사가 연간 납부하는 소득세 금액과 트럼프 대통령이 낸 소득세를 비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영상에 따르면 미국의 초등학교 교사 연 소득세는 보통 7239달러, 소방관은 5283달러, 간호사는 1만 216달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납부한 750달러와 비교된다.
바이든 선거캠프는 또 “나도 트럼프보다 세금을 많이 냈다”는 문구가 쓰인 스티커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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