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주제에서 격돌...사회자도 진땀
CNN-SSRS “바이든 잘했다 60% VS 트럼프 잘했다 28%”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첫 TV 대선 토론 <사진=연합뉴스>
▲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첫 TV 대선 토론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11월 미국 대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첫 TV 토론에서 거친 설전을 벌였다.

이날 밤 9시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에서 90분간 진행된 첫 토론에서 이들은 ▲코로나19 ▲인종차별과 폭력적 시위 ▲경제 ▲연방대법관 지명 ▲개인 신상 ▲선거의 완전성 등 6개 주제를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거짓말쟁이”, “입닥치라”는 등의 거친 말들이 오갔고 후보 간 발언을 끊는 상황도 빈번했다. 진행을 맡은 폭스뉴스의 앵커 크리스 윌리스는 이들을 중재하는데 진땀을 뺐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들은 후보 간 악수조차 생략한 채 곧바로 토론에 들어갔다.

 

‘대법관 후임’ 문제로 시작부터 격돌

첫 질문인 연방대법관 지명 문제부터 두 후보는 설전을 벌였다.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별세로 후임 대법관 지명 문제가 대두됐고, 트럼프는 지난 27일 보수주의자인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지명했다. 

배럿 지명자가 상원의회에서 인준되면 미국 연방대법원을 구성하는 전체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을 가지게 된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대선 전 신속하게 인준을 마무리하려 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이 후임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대법관 인준에 대해 “우리는 선거에서 이겼다. 선거에는 결과가 있다”면서 “우리는 상원을 갖고 있고, 백악관을 갖고 있고, 경이로운 지명자가 있다”고 지명 당위성을 강조했다. 반면 바이든은 “미국 국민은 누가 대법관 지명자가 될지 말할 권리가 있다”고 대선 이후 당선자가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했다.  

당선될 경우 현재의 보수 지형을 바꾸기 위해 대법원을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바이든은 확답 대신 “투표하라. 그리고 당신의 상원의원이 당신을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지 알게 하라”고 말했다. 또 “내가 그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든 그게 이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가 대답을 거듭 압박하자 바이든은 “좀 닥쳐 주지 않겠느냐 (Will you shut up, man?)”고 맞받아쳤다. 트럼프는 지지 않고 바이든이 법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고, 바이든은 다시 “계속 떠들어라(Keep yapping)”고 언성을 높였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보수 성향 연방 대법관 지명을 통해 전국민의료보험인 ‘오바마케어’를 없애려 하며, 여성의 낙태권을 뒤집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는 “당신의 당은 사회주의 의료로 가고 싶어한다”고 이념 프레임을 들고 나왔고, 바이든은 “그 정당은 바로 나다. 나는 민주당”이라고 자신의 중도 성향을 강조했다. 

또 바이든은 “나는 트럼프의 거짓말을 규탄하려고 여기 있는게 아니다. 모두가 거짓말쟁이를 알고 있다”고 비난했고, 트럼프는 “조, 당신이 거짓말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 책임두고 설전...인신공격도

미국이 코로나19 세계 최대 피해국인 만큼 방역에 대한 논쟁도 거칠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미국에서 2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점, 여전히 하루 4만 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감염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은 계획이 없었다. 그는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또 밥 우드워드가 발간한 책 ‘격노’에서 트럼프가 지난 2월 이미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았음에도 그것을 축소했다고 폭로한 부분을 꺼내 들며 “그는 당황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경이로운 일을 했다”면서 미국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을 언급하며 “그가 내가 수천 명의 목숨을 살렸다고 말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그는 코로나19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고, 민주당이 집권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더불어 민주당이 봉쇄조치를 통해 미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대선을 위해 백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그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고, 트럼프는 “조만간 백신을 갖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이 주제에서도 거친 발언은 이어졌다. 바이든이 “트럼프가 빨리 더 똑똑해지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게될 것”이라고 비난하자 트럼프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당신은 학교에서 가장 낮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한 대학도 기억하지 못 한다”면서 “내게 똑똑하다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내뱉었다.


바이든 “대선 승복할 것” VS 트럼프 불복 시사

우편 투표 방식과 대선 불복 이슈를 두고서도 두 후보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은 “우편투표가 사기와 연루됐다는 입증을 누구도 하지 못했다”고 강조했지만 트럼프는 “(사기가) 이미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집배원들이 투표용지를 강에 버리거나 우편투표 용지를 판매하고 있다면서 “이것(대선)은 여러분이 본 적 없는 사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결과에 승복하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바이든은 “당선인이 나든 아니든 결과를 지지하겠다”고 확답했지만 트럼프는 “우리는 (대선 이후) 몇 달 동안 결과를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면서 불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발언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 발언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인종차별 논쟁...바이든 “트럼프는 차별주의자”

바이든은 인종차별 이슈와 관련,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트럼프가 “인종차별주의자의 증오와 분열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개 호루라기(선동 전략)’로 사용하려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가 흑인을 위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반면 트럼프는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하면서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은 ‘법 집행’이라는 말조차 할 수 없다. 그런 말을 하면 급진좌파의 지지를 모두 잃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더불어 바이든이 흑인의 감금을 증가시킨 1994년 강력범죄 처벌 강화법을 발의했던 것을 언급하며 반격했다. 

한편 사회자가 트럼프에게 ‘일부 백인우월주의자가 시위를 폭력적으로 만들고 있는데, 이들에게 시위에서 물러나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느냐’고 묻자 트럼프는 대답을 회피했다.

트럼프는 “내가 보는 (폭력 시위대) 대부분은 좌파”라고 대답했다. 그는 “프라우드보이즈(극우단체)는 물러나 대기하라”고 말하더니 곧이어 “하지만 누군가는 안티파와 좌파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개인신상 진흙탕 싸움...아들 문제·세금 이슈 등

이밖에도 두 사람은 개인 신상 문제를 가지도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참전 용사들을 폄훼했다는 이슈를 꺼내들면서 자신의 장남 보 바이든이 이라크 전쟁에 참전, 훈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곧장 “헌터 바이든(차남)을 얘기하는 것이냐”고 공격했다. 헌터는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직할 때 우크라이나 기업에 재직하면서 위법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바이든은 이에 당황하다가 헌터가 마약 문제를 겪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해 자랑스럽다고 받아쳤다.

또 바이든은 트럼프의 세금 미납 이슈를 공격했다. 그는 트럼프가 세법을 악용해 학교 교사보다 적은 돈을 세금으로 냈다면서 “미국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론회 직전 자신의 20년치 납세 기록을 공개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트럼프는 “수백만 달러를 소득세로 냈다”면서 자신의 세금 문제를 폭로한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세금을 내고싶지 않았다”며 “대통령 직을 맡기 전 나는 민간 사업자였고, 다른 모든 민간인은 멍청하지 않다면 법률을 다 검토한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바이든이 세금 법안을 통과시켰고 우리에게 감가상각과 세액 공제를 위한 모든 특권을 줬다”고 공격했다.

 

토론하는 두 후보 <사진=연합뉴스>
▲ 토론하는 두 후보 <사진=연합뉴스>


美 언론, 토론 혹평...“최악의 토론회”

CNN은 토론이 끝나고 “미국 정치사상 최악의 토론회”라고 혹평했다. 또 이들은 관련 메인기사 제목에서 토론회를 ‘완벽한 혼돈’이라고 비판했다.

폭스뉴스는 토론회를 “술집 싸움 같은 토론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자 크리스 월러스 앵커와 바이든을 ‘백악관 기자’처럼 짓밟았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두 사람의 말을 도중에 자꾸 끊었던 것을 지적한 것이다.

뉴욕타임즈(NYT)는 “양측 후보가 현대 미국 정치에서 전례없는 매서운 경멸감을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CNN과 여론조사기관 SSRS가 토론회 직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잘했다는 비율은 60%, 트럼프가 잘했다는 평가는 28%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의 판정승이다. 어느 후보가 더 진실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65%가 바이든을, 29%가 트럼프를 선택했다. 

토론회 직전 동일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우세 후보를 전망하는 조사에서도 바이든이 56%를 얻으면서 트럼프(43%)를 앞질렀다. 

이번 조사는 TV토론회를 시청한 56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오차범위는 ±6.3%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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