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보다는 당·정·청 협력 주력, 4,7보선 ‘정권계승’에 ‘이낙연 리더십’ 더하는 시험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정당대표 회동에 참석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민주당]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정당대표 회동에 참석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민주당]  

[폴리뉴스 정찬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는 날 측근 고(故) 이경호 당대표실 부실장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추모글 곳곳에 묻어있는 감정은 ‘의리’다. 여러 감정적 언어를 담지 않고 절제된 용어를 사용했지만 전체 맥락 속에 깊은 ‘의리’가 베여 있다. 이 대표 본인은 이를 내세우지 않았지만 ‘의리’는 차기 대선주자로서 이 대표의 정치코드다.

이 대표가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하지 않았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02년 대선과정에서 선대위 대변인 역할을 수행한 이 대표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신뢰는 각별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과의 의리’를 선택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0일 동안 행보에서도 ‘의리’ 코드가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지지층 및 이른바 친문 지지층에 대한 ‘의리’를 쫓는 모습을 보였다. 보수언론 중심으로 이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고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 얘기에도 이 대표는 이러한 행보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다.

이는 4개월 남은 4.7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선에서도 이 대표는 자신의 어깨 위에 놓여 있는 ‘문재인’이란 후광을 안고 가겠다는 뜻이다. 임기를 1년밖에 남기지 않은 ‘빛바랜 후광’을 안는 것은 차기 대선주자로서 ‘정치적  리스크’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이를 선택하고 이를 통해 대선 승부까지 가겠다는 뜻을 지난 100일의 행보 속에서 보여줬다.

총선 직후 차기 대선주자로서 이 대표의 최대과제가 문 대통령과 그 지지층을 ‘이낙연 지지’로 자연스럽게 이동시키느냐에 있었다. 이 대표 대선주자 지지율에 녹아 있는 문 대통령의 몫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층 중 상당수가 초대 국무총리 역할을 수행한 이 대표에게 보낸 지지는 ‘거품’일 수 있기에 이 부분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이 대표의 대선지지도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율과 궤를 같이했다. 4.15총선 직후인 4월 20~24일 실시한 <리얼미터> 대선주자 다자구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40.2%로 이재명 경기도지사 14.4%에 비해 크게 높은 ‘이낙연 독주구도’였다. 다자구도에서 40%대 지지율을 얻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현상으로 그 중심에는 문 대통령 지지층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지율은 견고하지 못했다. 총선 후 여권에 위기상황이 펼쳐지면서 이 대표의 지지율은 ‘거품’처럼 빠져나갔다.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과 부동산 민심이 요동쳤던 8월을 기점으로 ‘이낙연-이재명’ 양강구도로 전환됐고 ‘윤석열 사태’가 발생한 후 11월 에는 ‘이낙연-이재명-윤석열’ 3강구도, 또는 2강 1중 구도로 전개됐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 흐름에 여권 지지층 중 상당수가 이재명 지사 지지 쪽으로 간 탓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대표는 문 대통령 지지층을 안고 가겠다는 행보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전에 답답하다는 의미의 ‘고구마’라는 별명을 얻었듯이 이 대표도 답답하다는 일부의 지적에도 아랑곳없이 일관됐다. 그 과정에 다자구도 지지율이 40%선까지 올랐다가 최근 20%선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지난 100일 동안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문재인 정부 계승의 의미를 담은 ‘코로나19 극복’으로 뒀고 2차 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두고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자기 정치’보다는 당·정·청이 힘을 모으는데 협력했다. 이 과정에 통신비 보조 논란과 관련해 정치적 손실도 감수했다. 

이 대표의 의리 행보는 이재명 지사에게 기회를 줬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등 선명한 행보가 주목받는 상황이 연출된 데는 이 대표의 행보가 일조한 측면이 있다. 이 대표가 ‘의리’를 선택한 순간 여권 내 변화와 차별화 욕구를 지닌 세력은 이재명 지사 지지로 옮겨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검찰개혁 현안과 관련해서도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왔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찰개혁’의 전면에 서 있다면 이 대표는 진영의 본진을 추스르며 속도조절하고 있다. 이는 자기 자리를 지키는 버팀목 역할이기에 ‘답답하다’는 평가는 불가피하다. 

이 대표는 반면 180석에 가까운 여당을 이끌면서 ‘다수의 횡포’라는 프레임 대처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 국회 상임위를 독식한 후 ‘횡포 프레임’이 난무하고 여야 간 갈등이 깊었으나 여야 합의로 2차 추경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무사히 통과시켰다. 이를 위해 자기 팔을 자르는 리더십도 보였다. 김홍걸 의원 제명과 정정순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가 대표적이다. 

4,7보선 ‘정권계승’에 ‘이낙연표 리더십’ 더해야하는 시험대

문제는 이러한 이 대표의 리더십이 4.7보선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추인되느냐이다. 4.7보선은 현 정권에 대한 ‘의리’와 함께 자신의 ‘미래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르는 장이다. 즉 ‘이낙연표 리더십’을 남은 4개월 동안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2017년 5월 국무총리로 발탁되기 전 이 대표는 ‘대선주자’ 반열에 없었다. 그러나 총리를 맡으면서 대선주자로서 주목을 받았다. 그 배경에는 문 대통령이 있었고 그 힘을 바탕으로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장기간 1위를 기록했다. 

당 대표 취임 후 100일은 이 대표가 최장기 국무총리로서 얻었던 문 대통령의 후광이 점차 옅어진 기간이다. 이는 달리 이 대표의 거품을 일정 걷어내면서 지지층을 다져나간 기간이기도 하다. ‘의리 행보’는 자신의 지지층을 다져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다. 

이제 100일 조금 더 남은 4.7보선은 그 토대 위에서 자신만의 승부를 거는 장이다. 문재인 정부를 계승한다는 의미의 ‘의리 행보’만으로는 쉽지 않은 승부다. ‘문재인 정부 계승’을 바라는 지지층이 40% 수준이지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은 12월 초 현재 기준으로 비등하거나 조금 더 높다. 

이 대표는 ‘의리’를 보여주는 모습으로 ‘정권 계승’ 민심을 토대로 삼겠다는 차기 대선행보를 지난 100일 동안 보여줬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 이는 4.7보선에서 ‘이낙연표 플러스 알파’가 요구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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