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이사와 분리선임…최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
현대·삼성 등 일감 몰아주기 규제…공정위 전속고발권은 유지
삼성·한화·현대차 등 금융복합기업 감독…건전성·내부통제 관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였던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기업 활동을 옥죌 수 있다는 재계의 반발이 컸지만, 여당 주도 하에 일부 조항을 완화하는 등 수정을 거쳐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선 공정경제 3법이 모두 통과됐다. 첫 시작을 끊은 건 상법 개정안이다. 찬성 154명, 반대 86명, 기권 35명으로 가결됐다. 이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찬성 142명, 반대 71명, 기권 44명으로 통과됐다. 금융복합기업집단법으로 이름이 바뀐 금융그룹감독법도 찬성 181명, 반대 68명, 기권 20명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공정경제 3법은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적용(상법 개정안)된다.

감사위원 이사와 분리선임…최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조항이다.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 때 최대 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했다.

현행 상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게 되어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감사위원이 대주주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 개정을 추진했다.

다만 재계의 반발을 고려해 사외이사인 감사를 선임할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3%의 의결권을 인정하도록 했다. 당초 정부안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임을 무력화하고 지배주주가 계열사를 이용한 편법적인 지분 쪼개기 등을 통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도 “감사위원 선임 시 더 많은 의결권을 갖기 위한 (지배주주의) 지분 쪼개기에 계열사가 동원되면 계열사 출자구조가 지금보다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계는 투기자본이 지분 쪼개기로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 8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을 꼽은 바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공정경제3법 상임위 의결 관련 긴급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공정경제3법 상임위 의결 관련 긴급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법 개정안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조항도 담겼다. 해당 제도는 현행법상 재벌 자회사의 불법행위로 모회사가 손해를 볼 때 일반 주주가 사측에 책임을 물을 마땅한 법적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재계에선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해 주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이에 최종 개정안은 비상장회사 주식 지분의 1%(100분의 1)이나 상장회사 지분 0.5%(100분의 0.5)만 보유해도 해당 회사가 50% 이상 출자한 회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수정됐다. 당초 정부안의 소송 제기 요건을 대폭 강화(상장회사 지분 0.01% 보유→0.5% 보유)한 것이다.

현대·삼성 등 일감 몰아주기 규제…공정위 전속고발권은 유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총수 일가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상장 계열사는 공정위 규제망에 오르게 된다. 이들 회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범위에 포함된다. 기존 규제 대상은 상장 30%·비상장 20% 이상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중 법 개정으로 새로 규제대상에 포함될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343개, 내부거래액은 26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이미 규제를 받는 기업 수 176개, 내부거래액 8조8000억 원보다 2배 이상 많다.

개정안 시행에 따라 규제 대상에 포함될 회사로는 현대글로비스가 가장 먼저 꼽힌다.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 부자는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29.9%를 보유하고 있다. 물류회사인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6조4086억 원)의 69.8%(4조4782억 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벌었다.

기업 집단이 지분 50%를 넘게 보유한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단체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는 삼성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1조9768억 원)의 38.3%(7569억 원)를 계열사 일감으로 올렸다.

또 총수 일가 지분율이 28.59%인 SK와 29.1%인 LG, 26.76%인 한화, 20.82%인 삼성생명 등이 규제대상에 올라간다. 이들 기업이 규제를 피하려면 약 5~10% 가량의 지분을 각각 매각해야 한다. 재계에선 이 경우 기업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총수 일가 지분율이 떨어지면서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반면 재계의 큰 반발을 샀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은 개정안에서 빠졌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로 1980년에 도입됐다.

당초 정부안은 소비자 피해가 큰 가격·입찰 짬짜미 등 ‘경성담합’ 행위에 한해서는 대해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었다. 이 경우 검찰 자체 판단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재계에선 수사와 고발 남용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반발했고, 이러한 의견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는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배 수준으로 올렸다.

또 대기업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를 허용했다. 현행법상 대기업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때문에 CVC를 보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배달의 민족’과 같은 국내 유력 벤처기업이 해외자본에 팔리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국내 대기업 자본의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개정안은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 차입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단 펀드 조성 시 총수 일가, 계열회사 중 금융회사의 출자는 받을 수 없다. 총수 일가 관련 기업, 계열회사, 대기업집단에 대한 투자도 금지했다.

삼성·한화·현대차 등 금융복합기업 감독…건전성·내부통제 관리

금융그룹감독법안은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안’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금융자산 5조 원 이상 비지주 금융그룹을 감독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으로, 법 적용 대상은 교보·미래에셋·삼성·한화·현대차·DB 등 6개 금융그룹이다. 이들 그룹의 대표 금융회사는 삼성생명, 현대캐피탈, 한화생명, 미래에셋대우, 교보생명, DB손해보험 등이다.

앞으론 이들 금융사의 자본 적정성 등 건전성이 나빠지면 그룹 대표회사가 경영개선 계획을 금융당국에 내야하며, 내부통제 관리기구와 위험 관리 협의회를 가동해야 한다. 기존엔 금융기업집단 감독제도가 법제화 되지 않아서 행정지도의 일종인 모범 규준으로 감독제도가 운영돼왔다.

해당 법안을 두고 일각에선 각 금융사가 업권별로 건전성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규제를 추가하는 건 ‘이중규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지난 9월 “기존의 개별업권 감독과는 규제 감독하는 위험이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이중규제’나 ‘옥상옥규제’가 아니”라며 “계열사 간의 전이위험, 자본의 중복이용 등 개별업권법으로 미처 감독되지 못하는 그룹차원의 위험을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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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제단체들은 ‘공정경제 3법’의 국회 통과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법 시행시기를 늦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9일 논평에서 “경제적 영향분석 등 심도있는 논의 없이 졸속 입법했다”며 “기업들이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또다시 기업에 엄청난 부담을 안기는 규제가 도입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 경영환경이 해외투기자본에 일방적으로 유리해진 상황이므로, 경영권 방어수단의 도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개정안의 시행 시기를 1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같은 날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외국계 펀드나 경쟁 세력이 지분 쪼개기 등으로 20% 이상 의결권을 확보 가능한 상황에서는 기업의 방어권은 사실상 무력화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업이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대비할 수 있도록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고, 외국계 투기세력으로부터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감사위원 분리 선임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주식 보유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하는 보완장치를 이번 임시국회에서 입법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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