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금융포럼④]스타트업 키우는 은행권 260조 기술금융, 어디까지 왔나

2021.03.01 09:00:00

기술신용대출 잔액, 지난해 말 약 266조원 규모··· 전년보다 30% 가량 늘어나
금융위원회, 올해부터 기술금융 가이드라인 마련해 시행
과기부, ‘소프트웨어 기술 사업화 지원’으로 대출 보증 위한 기술 가치평가 돕기도

[폴리뉴스 강필수 기자] 국내 스타트업 등의 성장을 위해 마련된 ‘기술금융’ 제도가 양적·질적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약 266조원에 달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제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에서도 기술가치평가 지원에 나섰다.

기술금융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나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 스타트업, 혁신기업 등이 기업의 기술력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할 수 있는 제도다.

기업이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은 기술신용평가사(TCB)에 기업의 기술력 평가를 의뢰한다. 대출 여부 결정은 TCB 평가를 기준으로 진행된다.

기술보증기금에서는 기술금융을 창업, R&D, 사업화 등 기술혁신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기술평가를 통해 공급하는 기업금융의 형태로 소개하고, 지원방법 및 회수조건 등에 따라 투·융자와 보증, 출연, 복합금융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금융위원회, 한국성장금융, OECD, 현대경제연구원 등 각종 기관 등에서 기술금융에 대한 저마다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정의도 기술금융을 기술력 평가에 따라 진행되는 자금 대출로 보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제도는 이처럼 기업의 재무 상태가 아닌 ‘기술’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출의 척도를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으로 삼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2014년 1월 도입된 기술금융은 지속적인 제도 운영하에 양적 규모를 키우고 있다. 국내 은행권이 지난해 중소기업에 제공한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전년보다 30% 가량 늘어난 약 266조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1월 약 131조였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그해 말 약 163조로 증가했으며, 2019년 말에는 약 205조로 늘어났다. 이것이 지난해인 2020년 말에는 266조로 증가한 것이다. 잔액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에 걸친 기간 동안 4번을 제외하고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 같은 증가 경향은 기술금융의 잔액 규모뿐만 아니라 대출 건수에서도 나타난다. 기술신용대출 건수는 2018년 1월 약 29만 건이었고, 그해 말에는 약 37만 건으로 증가했다. 이는 다시 2019년 말 약 48만 건, 지난해 말 약 68만 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술금융 건수는 2018년 1월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기술금융은 도입 이후 혁신성 위주 기업심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은행 및 TCB의 역량 강화 등으로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기술금융 잔액 규모는 매년 약 40조원 이상 증가세를 보여왔으며,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약 30% 수준이다.

현재 5개 TCB와 자체적으로 평가가 가능한 10개 은행이 독자 평가모형을 통해 TCB평가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확장세에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2월 기술금융 대상업종, 업무절차 등의 세부기준을 담은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은행연합회는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의 마련과 시행 배경을 두고 “지금까지는 기술금융의 태동기로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과 양적 성장세 유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기술금융의 신뢰성‧안정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을 거쳐,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여신시스템 혁신으로 유도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가이드라인은 ▲기술금융을 위한 인프라의 체계적 구축 ▲기술력과 혁신성 위주의 중소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 ▲TCB평가를 활용한 기술신용대출의 절차 명확화 ▲은행·TCB의 업무규범 및 윤리원칙 제시 ▲은행·TCB사의 TCB평가에 대한 내·외부 품질관리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기술평가 수행을 위한 전담조직 및 평가 전문인력 요건 기준을 명시했다. 또한 TCB 평가기관 각각 개발‧운영중인 TCB 평가모형을 표준화·조정해 평가체계의 일관성‧안정성 제고하는 한편, TCB 평가모형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조직 마련 및 검증을 의무화하고, 모형 개발 및 변경 등에 관한 절차를 규정했다.

중소기업기본법에서 중소기업을 기술평가 대상으로 삼아 아이디어와 기술의 개발·사업화 등 기술 연관성이 높은 업종·기업 지원하도록 하고, 중소기업, 금융기관(은행), TCB, 신용정보원 간 업무 운영 체계 및 업무 절차를 명확화했다.

이 밖에도 기술평가의 독립성을 해치는 은행과 TCB사의 부적절한 행위를 금지하고, 공정한 업무 규범을 제시했다. 품질관리를 위해서는 TCB사 및 자체 TCB 평가 은행에 대한 내‧외부 품질관리체계 구축 및 품질 수준에 따른 인센티브 차등 부여에 나섰다.

은행연합회는 “기술금융 가이드라인 마련을 토대로, 향후 기술-신용평가 일원화를 통한 통합여신심사모형의 단계적 도입 등 여신시스템 혁신을 지속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금융과 관련해 정부에서는 기술가치평가를 통해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의 기술 사업화 지원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4일부터 ‘소프트웨어 기술가치 확보 및 사업화 지원’ 사업을 공고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개발 소프트웨어 기술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투자나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자산으로 인정받기 어려워 유형 자산을 보유한 다른 업종과 달리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나 대출을 받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총 110개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을 지원하며, 10개 기업에 투자 참고를 위한 기술 가치평가와 투자유치 컨설팅을 해주고 100개 기업에는 대출 보증을 위한 기술 가치평가를 한다.

한편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한국판 뉴딜(K-뉴딜)’도 국내 혁신기업의 자금 확보에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디지털·그린 뉴딜 등 혁신기업 투자·대출 등을 통해 총 70조 원의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에서는 은행권을 통한 기술금융이 아닌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 VC)’을 통한 기업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벤처캐피탈은 성장가능성과 잠재력,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을 발굴해 투자하는 사업을 하는 사모펀드다. 이들은 통상적인 스타트업 기업에 단순 자본투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코칭, 모니터링, 네트워킹, 마케팅, 제휴 등의 지원으로 벤처기업 성장 경로를 관리하기도 한다.

기업에 출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향후 매각 등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위험금융(risk financing)인 벤처캐피탈은, 기술사업화가 성공하고 기업이 성장하며 투자자가 이익을 공유할 수 있고, 주주로 경영에 참여해 경영진의 도덕적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이 벤처캐피탈을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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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필수 pskang@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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