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접근성' 쉬워진 초등학생들…"중독되면 뇌 문제 발생"

2021.03.24 15:57:54

지난해 초등학생들 '성인물 이용률 33.8%'...2018년 대비 약 2배 증가
코로나19로 인한 등교중단 "스마트폰 등 인터넷 이용률 늘어나"
김지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 "성인물 중독, 폭력성도 야기"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남녀 간의 성관계 모습을 버젓이 드러내는 동영상, 일명 ‘야동’을 보는 초등학생이 늘었다.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지난해 전국 17개 도·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 13세 미만 초등학생의 성인물 이용률이 33.8%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 대비(19.6%) 2배가량 급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스마트폰 이용률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한 해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조치로 등교 수업 감소, 비대면 온라인 수업 등의 영향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메신저의 이용률이 80.7%로 높게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 개인방송, 동영상 사이트의 시청률 또한 77.2%로 확인됐다. 초등학생들이 성인물을 접하는 경로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개인방송 동영상 사이트’였다. 각각 23.9%, 17.3%로 집계됐다.

추가로 여자 청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횟수도 늘어났다. 지난 2018년 24.2%였던 성폭력 경험률은 지난해 58.4%로 많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여가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청소년 보호를 위한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여가부는 200명 규모의 ‘청소년유해매체 모니터링단’ 운영을 위해 추경 사업으로 13억 원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최성유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관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를 통해 편한 시간에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소비하는 경향이 증가했고, 코로나19로 인해 미디어 접촉의 증가로 초등생 영상물 이용 폭을 넓힌 게 주요 원인”이라며 “유해 영상물을 상시 점검하고 차단해 청소년에게 안전한 온라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야동 중독 “정상적인 사랑 못 한다”

엄연히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성인물을 시청하는 것은 ‘불법’이다. 성인 사이트도 영상을 보기 위해선 주민등록번호 입력 등 청소년의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청소년들은 부모님 등 가족 중 성인이 있다면, 이들의 주민등록번호로 쉽게 성인 영상물을 접할 수 있다. 이렇듯 성인물의 접근성이 쉬워진 요즘,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나이대인 10대들이 다양한 성인물에 노출되는 상황인데, 중독까지 이어지게 되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청소년기에 성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정상적인 발달의 형태다”라며 “하지만, 혼자서 오랫동안 음란물을 시청하게 되면 성 중독 등 심각한 문제로 빠질 수 있고, 왜곡된 성 인식과 잘못된 성 발달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과학저술가인 개리 윌슨은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강연을 통해 인터넷 포르노도 다른 모든 중독과 마찬가지로 감각을 무디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드 강연은 비영리 기술·오락·디자인 강연회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일종의 재능 기부이자 지식·경험 공유 발표회다. 매년 미국 롱비치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린다.

개리는 강연에서 “성인물 중독은 현실의 여성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심지어는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성인물이 흔해질수록 자연스러운 성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포르노를 보는 이는 실제 사람과 포르노 속의 환상적인 상대방을 비교하게 되며, 그 때문에 현실의 상대방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실제 성관계를 꺼리게 되거나 심지어는 상대방의 의도를 무시하고 포르노에서 보았던 행동을 강요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성인물에서 보여주는 성관계는 정상적인 방식과 다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더 강한 자극을 느끼게 한다. 이 자극이 높아지면 실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성인물에서 본 장면과 이때 느꼈던 자극을 현실에서 연출하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성인물이 인터넷상에 무분별하게 넘쳐나고, 이 같은 성인물을 시청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칭 선(Chyng Sun) 뉴욕대 미디어과 교수는 “포르노를 보는 사람의 수는 매우 많으며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인터넷 콘텐츠의 36%가 포르노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칭 교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만 약 4천만명의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포르노를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전 세계에서 동시에 포르노를 보고 있는 사람의 수는 170만명이다. 또한 500명의 남자를 대상으로 ‘포르노를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을 설문조사 한 결과,  1%만이 포르노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고 답했고, 포르노를 처음 본 나이가 13살 이전인 사람이 절반에 달했다.

 

알코올 중독자의 뇌=포르노 중독자의 뇌

포르노 중독자의 뇌가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의 뇌 반응구조와 같은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벨러리 영국 케임브리지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포르노 중독에 빠진 19명의 뇌를 MRI로 스캔하여 연구한 결과, 이들이 포르노를 볼 때 알코올 중독자나 마약 중독자와 같이 뇌의 중심부에 있는 자극과 기쁨을 조절하는 부문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독자가 아닌 정상적인 일반인이 포르노를 볼 때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본 박사는 밝혔다. 본 박사는 “이는 알코올 중독자가 술 광고를 볼 때도 동일한 부문의 뇌가 반응하는 원리와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성중독치료센터(SRI)는 이와 관련해 “약물에 중독된 것과 마찬가지로 포르노 중독자들은 중요한 인간관계보다도 과도하게 포르노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신과 학계에선 알코올이나 니코틴, 마약 중독은 ‘물질 중독’이라 부른다. 최근에는 쇼핑, 도박, 성 같은 ‘행위 중독’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가족보건협회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내성(약물을 반복 사용하다 보면, 신체에 익숙해져 효과가 떨어지는 현상)과 금단 증상 같은 생리적 의존성에 동반하는 충동조절장애는 도박, 섹스, 쇼핑 등의 행위 중독에서도 나타난다.

이렇게 습관화된 특정 행동이 중단될 시, 갈망, 내성, 금단 증상, 사회부적응으로 연결될 때 중독된 것으로 간주한다.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처럼 성 중독자는 중독된 행위에 대한 자극 강도를 높여야 한다. 중단할 경우 불안·초조를 느끼는 금단 증상을 겪게 된다.

중독된 뇌는 물질 중독이든 행위 중독이든 심리적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뇌에 심각한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의 뇌에서 더 뚜렷하게 발견된다.

지난 1954년 피터 밀너 캐나다 맥길대 박사는 쥐의 뇌에 전극을 꽂고 뇌의 어떤 부위가 전기자극을 받으면 불쾌감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쥐들은 자신의 뇌를 자극하기 위해 시간당 7000번이나 지렛대를 눌렀다. 심지어 음식과 물은 쳐다보지도 않고 죽을 때까지 지렛대를 누른 쥐도 있었다.

전기자극이 가해진 뇌 부위는 쾌감중추에 해당하는 측좌핵이었다. 이후 연구를 통해 신경과학자들은 측좌핵과 복측피개 영역을 포함하는 보상회로(reward circuit)를 밝혀냈다. 지난 2012년 독일 뒤스부르그-에센대학교 연구진도 독일 성인 남성 28명을 대상으로 음란물이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피실험자들은 성적인 자극을 주는 사진을 보고 난 후 일반 사진에 대한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4년 독일에서는 포르노를 즐기면 뇌가 쪼그라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포르노를 많이 본 사람일수록 자극과 보상 반응을 담당하는 뇌 부위, 즉 대뇌의 바닥 핵 가운데 있는 선조체(Striatum)가 작아져 있다는 것이다. 음란물 시청은 치명적인 전두엽 손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

레이첼 바르 캐나다 라발대 신경과학 박사팀은 성인물을 정기적으로 시청한 사람들에게서 전체 피질(뇌 표면 신경세포들의 집합)의 29%가량을 차지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손상이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이 부분이 손상되면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강박적 행위, 의지력 약화, 우울증, 발기부전 같은 성 기능 저하가 생기기도 한다. 바르 박사는 음란물이 전두엽을 ‘부식(erosion)시킨다’고까지 언급했다.

김지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는 “음란물의 잦은 이용은 아동의 ‘조기 성애화(성적이지 않은 대상이나 현상을 성적으로 바라보는 현상)’를 유발할 수 있고, 높은 성 범죄율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음란물은 인간을 성적 대상화 한다는 문제가 있는데, 중독자들에게 폭력성까지 키울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우 hyunoo937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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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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