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에만 3억 가량 기부한 40년 기부인생, 소외된 이웃에 관심 많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보건의료 분야 기부 활성화 되어야

이화여대 이순남 명예교수. <사진제공=이화여대>
▲ 이화여대 이순남 명예교수. <사진제공=이화여대>

이화여자대학교(총장 김은미) 이순남 명예교수(67)가 한국인 의사 최초로 국제공인 모금전문가(CFRE, Certified Fund Raising Executive)로 변신하여 섬김과 나눔의 이화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화여대 의과대학에서 의사 겸 교육자로 일평생을 보내온 이순남 명예교수는 최근 국제공인 모금전문가위원회로부터 CFRE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지난 2019년 8월 정년퇴임하며 강단에서 물러난 지 2년이 채 안돼 부단한 노력으로 얻은 성과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모금 전문가 자격을 뜻하는 CFRE는 전 세계 25개국 7천여 명이 취득해 대학, 병원 및 비영리단체에서 모금 및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CFRE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5년 이상의 모금 경력을 갖춰야 하며 엄격한 서류심사와 윤리규정 준수 서약,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자격보다 응시자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여러 합격자를 배출했지만 국내에서는 2012년 이후 8명의 CFRE만이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인 의사로는 이 교수가 처음이다.

이순남 교수는 이화여대 의과대학 출신으로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재직 중 이화여대 의과대학 학장, 의학전문대학원장,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을 역임하고,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회장, 대한종양내과학회 회장을 지내는 등 이화여대 의대와 병원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기부와도 인연이 깊어 80년대 초반 레지던트 시절 의대 학술기금 모금 참여를 시작으로, 이화여대 교수로 부임한 후 여러 보직을 맡으며 이대목동병원 신축기금 모금, 의대 장학금 모금, 이대서울병원 신축기금 모금을 주도했다. 이화여대에만 기부한 금액이 3억 원에 가깝고 이화의료원에도 1억 원 이상의 금액을 기부했다. 입양아동을 비롯한 아동복지와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아 10곳이 넘는 후원을 지속해왔고, 20년 넘게 후원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이순남 명예교수는 은퇴 후 전문의로서 명예와 존경을 받으며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소외된 이웃을 돕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에 더욱 관심이 많았다. 기금전문가가 되어 평생 몸 담았던 보건의료 분야에 더 많은 사람이 기꺼이 기부를 하도록 돕는 것이 인생 3막을 여는 의미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2017년 창립된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의 2대 회장을 역임하며 필란트로피 활동의 발전과 확산 기여에 뛰어 들었다. 필란트로피(Philanthropy)란 박애주의, 인간애를 뜻하는 단어로, 사회봉사, 국제개발 NGO 분야에서는 중요 개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019년 8월에 의사로서 정년퇴임을 한 후 사회봉사를 하기로 결심했다”며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 회장으로 취임하며 새로운 꿈을 꾸게 됐고 이제는 모금전문가로서 단순히 기부를 요청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윤리와 전문성을 갖추고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국인 의사 최초의 CFRE로서 다른 의료분야 종사자들에게 자극을 주는 것은 물론 CFRE 도전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촉발되어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그의 결심을 더 확고하게 해줬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보건의료 분야 필란트로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코로나 백신 개발에 많은 연구비가 투입된 것처럼 질병, 치료뿐 아니라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고 정부나 개인이 할 수 없는 모금 영역을 민간에서 기부로 채워줘야 한다”며 여성 필란트로피스트로서 보건의료 분야 필란트로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순남 교수는 공부에 집중한 인생 1막, 그리고 교수 및 의사 생활을 하던 인생 2막을 넘어 이제 국제공인 모금전문가로서 기부문화에 대한 연구와 홍보, 교육 활동에 집중하는 인생 3막을 열어갈 예정이다. 은퇴 후에도 ‘필란트로피’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의 행보는 의료계는 물론 우리나라의 척박한 기부문화에도 큰 반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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