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이라지만 美바이든-日정부 미온적 태도가 불참 배경, ‘어게인 2018평창’ 무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기수인 남측 원윤종, 북측 황충금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기수인 남측 원윤종, 북측 황충금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북한은 6일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려했던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차질은 불가피해졌다.

북한 체육성은 6일 조선체육 홈페이지에서 “지난 3월 25일 올림픽위원회 총회가 평양에서 진행됐다”며 “총회에서 악성비루스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원들의 제의에 따라 제32차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총회는 북한 올림픽위원회의 올해 사업방향에 대해 “새로운 5개년 계획기간 국제경기들에서 메달획득수를 지속적으로 늘이며 온 나라에 체육열기를 고조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전문체육기술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대중체육활동을 활발히 조직 진행하는데서 나서는 실무적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올림픽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도쿄올림픽 이벤트를 통해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북미협상 재개 및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일관계 개선 전망도 어려운 여건이 불참 결정의 배경으로 보인다.

북미협상과 연계돼 도쿄올림픽이 주목받은 데는 지난해 10월 16일 트럼프 정부 백악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이 애스펀연구소 화상 대담에 출연해 “북한 사람들이 도쿄올림픽 참가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림픽 기간 이전, 도중이나 이후에 당사자들이 모여 북한 주민의 번영과 더 나은 경제적 시기로 이끌고, 현명한 감축과 비핵화를 위한 몇 가지 추가 조치들을 이끄는 협상을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면서다.

이는 곧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처럼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 주목받는 인사 등이 도쿄 올림픽 전후에 일본을 방문해 미국과 한국 뿐 아니라 일본의 핵심인사까지 만나는 외교의 장을 만드는 밑그림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어게인 평창올림픽’을 기획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북한의 불참 결정으로 무산된 셈이다.

북한의 불참 결정은 바이든 행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기인한다. 바이든 정부는 지금까지 도쿄올림픽을 미국의 한반도외교의 장으로 하겠다는 신호를 발신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일은 공동으로 북한을 비판한 것도 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참가를 결정하고 한반도외교의 장을 만들려면 일본의 입장이 중요하다. 북인관계는 납북자 문제 등 꼬인 실타래가 많은 상황에서 일본이 북한에 전향적인 신호를 보내야 하지만 이 또한 없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식에서 “도쿄 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지만 미국과 일본이 이에 호응하지 않으면서 북한도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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