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에서부터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 수 있다면

김웅 의원 <사진=연합뉴스> 
▲ 김웅 의원 <사진=연합뉴스> 

 

당 대표 경선을 앞둔 국민의힘에서 초선의 김웅 의원이 2위에 오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 더300·미래한국연구소의 의뢰로 18일 전국 1010명을 상대로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16.6%, 김웅 의원 11.3%, 김무성 전 의원 10.2%, 조경태 의원 8%, 홍문표 의원 6.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물론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은 ‘당원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되어있어 민심 보다는 당심이 우선하는 룰이기 때문에 여론조사만으로 경선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워낙 새로운 인물의 기근에 갇혀있던 것이 보수야당의 현실이기에, 민심이 새로운 인물을 향해 시선을 주고 있다는 조짐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제는 국민의힘을 떠나 독설을 날리고 있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당이 근본적으로 변하려면 차라리 초선을 당 대표로 뽑는 게 대선을 위해선 효과적”이라고 말했던 것도 새로운 인물의 부상이 민심에 부합되는 길임을 강조한 것이었다.  

4.7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다고 하지만, 국민의힘을 향한 민심의 시선은 아직 싸늘하다. 김종인도 떠난 국민의힘이 다시 ‘도로 자유한국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럴만 한 것이, 황교안 전 한국당 대표는 안팎의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치복귀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넋 놓고 있는 것이 애국”이라는 진중권 교수의 야유에 “넋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기어코 다시 정치를 할 것임을 밝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후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도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모양이다. 한국당 시절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맡아 극한 투쟁으로 중도층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던 '투톱'이 동시에 등장하게 될지 모른다. 그런가 하면 이제는 구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어버린 홍준표 의원은 국민의힘에 복당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막말과 품격없는 정치를 떠올리는 그가 복당하여 다시 뉴스의 인물이 된다면 국민의힘이 ‘도로 한국당’ 소리를 듣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한편 서병수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많은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되었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해 12월 김종인 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사과를 했던 것을 뒤집은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공개 건의했다고는 하지만, 서 의원의 발언은 아예 탄핵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면론과도 의미가 크게 다르다. 물론 당론이 아니라 개인의 주장에 불과한 것이지만, 이런 목소리들이 무절제하게 나오면 그것이 곧 ‘도로 한국당’ 소리를 듣게 되는 길이다.

정권심판론이 안겨준 선거 압승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여전히 낡은 정치 환경에 둘러싸여 있고 언제든 과거로 회귀할 수 있을 정도로 취약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를 한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국민의힘에 들어갈 이유는 없을 것이다. 과거 정치를 떠올리는 낡고 식상한 정치인들이 뒤로 물러서고 합리적인 사고와 정책을 가진 새로운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 당의 중심 세력이 되는 것만이, 국민의힘이 국민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국민의힘이 불가역적인 변화를 구조적으로 이루어내는 일은 당내 주도세력의 교체를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초선 의원인 김웅의 정치적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특별히 겪은 바가 없으니 당연히 평가할만한 근거를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하다. 다만 설혹 정치적 경험의 취약에 따른 시행착오가 생겨난다 하더라도, 지금 모습 그대로인, 혹여 황교안.홍준표 같은 인물들이 앞에 나서는 국민의힘 경우 보다는 수십배 나을 것이다. ‘김웅 대표’가 가능하다면,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가 친문 일색으로 짜여지는 판이라 상당한 대비 효과도 있을 것이고 민주당의 변화를 위한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당원투표 70%인 한계가 있지만, 4.7 선거를 통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 가를 알게 된 당원들도 무엇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길인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윤희숙, 황보승희, 김미애 같은 다른 초선 의원들의 최고위원 도전도 바람직해 보인다. 새로운 세대교체의 바람이, 변화의 무풍지대였던 보수야당에서부터 일어난다면 그처럼 흥미로운 정치적 사건이 어디 있겠는가. 개념있는 중진 몇 사람이 뒤로 물러서 그들의 지원자가 되어준다면 그리 불가능한 그림만은 아닐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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