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단체장 인터뷰] 이재수 춘천시장③ “가장 중요한 건 시민주권이다”

2021.04.22 16:33:47

민회에서 주민이 직접 의제 설정하고 사업 결정
출범 때부터 개발 중심 아닌 지속가능한 도시 선언…녹지개발 불허
소비도시 춘천, 코로나19 직격탄…소상공인에 80만원씩 집중 지원
도로 턱 하나 없애는 게 장애정책 수백 개 만드는 것보다 중요하다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김자경 기자]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시민주권이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4월 6일 춘천시청 시장실에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가진 ‘베스트 단체장’ 인터뷰에서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시민이 주도하고 춘천에 강한 자부심과 자존감을 갖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시장은 “우리 도시는 민회에서 주민이 직접 의제를 설정한다”며 “동네마다 시장이 가서 뭘 해드릴까요 하고, 건의한 걸 그 자리에서 탁탁 답을 주는 방식보다는 시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 다수 의견을 모아서 정말 필요한 걸 찾아내는 ‘마을 자치구’를 실질적으로 구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주도 방식에 대해 “처음에 (시)의회에서 아주 강한 문제제기를 했다”면서 “그런데 저도 시의원 출신이기 때문에 우리는 시민의 뜻을 대의하는 사람이지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그렇고 시민의 뜻을 대의하는 사람은 시민의 뜻을 시민이 결정한 방식대로 따라주는 것이지 시민을 대표해서 일방적으로 가는 게 아니”라며 “그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고, 그걸 거역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저는 애초에 출범할 때부터 개발 중심의 도시 운영방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로 새로운 접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며 “녹지는 더 이상 개발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의 팽창을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팽창을 막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막는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녹지 개발은)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춘천의 코로나19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지역에 제조업도 별로 없고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소비도시로 가장 직격탄을 맞은 지역일 수도 있다”면서 “지난해 다른 지역에서 기본소득 형태로 얼마씩 주자고 할 때 우리는 소상공인들에게 80만원씩 집중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지자체가 인구감소로 곤란을 겪는 것과 달리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주변 시군에서 들어오는 것도 그 도시가 점점 왜소화 되니까 별로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며 “그쪽에 있는 분들이 유입되기 보다는 거기 살면서도 춘천의 문화권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시장은 “장애인들이 밥 먹으러 가는 길이 편하게 턱 하나 없애주는 게 정책 수백 개 만드는 것보다 중요하다”며 장애정책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공무원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관성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잘 안 바뀐다”면서 “그래서 정말 많이 대화한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도시 춘천을 만들기 위해서 1억그루 나무심기라든지, 걷고 싶은 도시, 탄소를 최소화하는 도시 만들기에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해왔다”고 말하고, “이런 것들이 일관성 있게 끝까지 지속돼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걸 통해서 시민들이 더 행복해져야 된다”고 시정 철학을 밝혔다.

이재수 시장은 1964년 강원도에서 태어나 소양초등학교, 춘천중학교, 강원고등학교, 강원대학교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농업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춘천 토박이다. 강원도 사회복지협의회 이사, 봄내생활협동조합 이사장, 춘천지역농업연구소 소장, 문재인정부 대통령비서실 농어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제6,7,8대 춘천시 시의원을 거쳐 지난 2018년 민주당 최초 춘천시장에 당선되었다. 현재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2018년 민주당 첫 춘천시장에 당선되시며 70년 만에 춘천의 정치지형을 바꿨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만큼 책임도 크고 각오도 남달랐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 

저희는 생태 전환의 문제라든지 가치지향적 관점을 주로 갖고 있어서 어떤 일을 접근하는데 기존의 방식과 조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성장일변도, 개발중심이 일반적인 사회 욕구지만 그렇게 해온 지난 수십 년 동안 결코 지역민들에 실질적 행복이나 큰 성과를 줬다고 생각지 않는다. 

저는 애초에 출범할 때부터 개발 중심의 도시 운영방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로 새로운 접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때문에 기존 개발중심(정책)이 익숙한 지역사회 여러 기반들의 저항과 불평이 있었다. 초기에는 그런 충돌이 많아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이제는 좀 이해하시는 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가 집을 못 짓게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춘천의 도시 규모가 서울시의 1.8배, 녹지가 약 73%인데, 놀랍게도 도심 안에 녹지가 다 사라졌다. 소위 도시숲이 사라지면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열악해졌다고 본다. 자동차 매연, 황사 등 도시 공기의 질이 굉장히 안 좋고 이것에 대한 불편이 많다. 그래서 저는 ‘녹지는 더 이상 개발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견지하고 있다. 

-시의 팽창을 막는 것 아닌가.

팽창을 막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막는 것이라고 본다. 녹지에 아파트 짓겠다는 요구가 굉장히 많은데 녹지는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 안 된다. 장기적으로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안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건강뿐 아니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춘천의 상황과 정책은?

사실은 춘천이 가장 직격탄을 맞은 지역일 수도 있다. 춘천은 소비도시로 지역에 제조업도 별로 없고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대체로 공무원이나 월급 생활자들 외에 경제활동 하시는 분들이 주로 소상공인이다 보니까 바이러스에 가장 치명타를 당했다. 

저희는 지난해 다른 지역에서 기본소득 형태로 얼마씩 주자고 할 때 소상공인들에게 80만원씩 집중 지원했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정책을 다른 곳보다 특별히 더 규모있게 했는데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 시민들에게는 별로 체감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코로나가 끝나면 바로 소비활동이 왕성하게 될 테니까 여긴 또 회복력이 빠르다. 그래서 그런 기대를 하고 무엇보다도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는 게 소비진작에는 가장 중요한 방식이라 생각을 하고 있다.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지자체마다 인구가 줄어서 고민이다. 그런데 춘천은 최근 인구가 늘고 있다. 어디서 오는 건가?

일단 외지에서 들어오는데 서울에서 오는 거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주변 시군에서 들어오는 것도 별로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그 도시가 점점 왜소화 되는 거니까. 주위에 화천, 양구, 철원, 인제, 홍천, 5개의 인접 시군이 있는데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 그쪽에 있는 분들이 우리 도시로 유입되기 보다는 거기 살면서도 춘천의 문화권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방법, 이런 것을 저희가 찾고 있다. 

-시장님은 춘천에서 나고 자라 3선 시의원과 시민운동을 하셨다. 그만큼 시에 대해선 어느 누구보다도 전문가라고 볼 수 있겠다. 그 경험이 시정을 펼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나, 아니면 그로 인한 애로사항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 도시를 일궈낸 과정, 몸으로 체화된 내용들이 풍부해진 건 맞다. 인터뷰 하기 직전에 장애인과의 간담회를 하고 왔다. 우리 시와 정부가 장애인 관련 정책을 해온지 수십 년이 됐을 텐데 정말 장애인들한테 필요한 건 뭘까? 

복잡한데 있는 게 아니다. 장애인들이 밥 먹으러 가는 길이 편하게 턱 하나 없애주는 게 정책 수백 개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이런 절실함을 제가 안다. 이 도시에 오래 살면서 그런 것들을 경험으로 알게 된 거다. 

농업 부분에서도 농업개혁, 농정개혁, 이렇게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주 공허할 때가 많다. 진짜 농민들한테 필요한 부분이 뭘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저는 늘 농민들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농민들이 실제 주도성을 가지고 시정운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이런 관점, 판단도 생기고 그러는 거다. 

제가 시장이 돼서 당사자주의 관점, 시민주도성 강화, 이런 것들을 참 많이 했다. 농업회의소를 만들어서 농민들이 주도하게 하고, 장애인들은 장애인정책 결정하게 하고, 노인들은 재단을 만들어서 노인이 직접 도시정책에 자기주도성을 갖게 했다. 마을자치 프로그램도 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했다. 

그런데 그런 확고한 신념들이 현실정치에는 확 부합하진 않는다. 이게 시민들이 체감하기까지의 과정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냥 이미 몸에 이걸 해야겠다고 하는 그런 어떤 지점들을 정확히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한 장점이다.

 

-시민 주인 프로젝트에 대해서 얘기해달라.

우리 도시는 민회에서 주민이 직접 의제를 설정한다. 가령 동네마다 시장이 가서 뭘 해드릴까요, 하면 건의하고, 건의한 걸 그 자리에서 탁탁 답을 주고, 이랬던 방식보다는 시민들이 본인들이 원하는 게 뭔지를 몇몇 소수가 주민숙원이라고 얘기하기보다는 다수 의견들을 모아서 정말 필요한 걸 찾아내는 일을 해보자. 그래서 주민 의제를 주민들이 설정하게 하고, 그 설정한 것을 내가 들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들이 결정한 것을 심의 의결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의제설정하는 데도 시민들이 수십 번 만나 필요한 의제들을 정하고, 또 설정된 여러 의제들끼리 경합하는 것을 시민들 스스로 모여서 선택도 하고, 온라인 투표로 많게는 천 명이 참여해서 의제 선정을 한다. 우리는 그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마을 자치구를 실질적으로 구현해 나가고 있다.

-시의회와 마찰은 없나?

있었다. 처음에 의회에서 아주 강한 문제제기를 했다. 그런데 저도 시의원 출신이기 때문에 우리는 시민의 뜻을 대의하는 사람이지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 드렸다. 저도 그렇고 시민의 뜻을 대의하는 사람은 시민의 뜻을 시민이 결정한 방식대로 따라주는 것이지 시민을 대신하고 대표해서 일방적으로 가는 게 아니라는 거다.

제가 시의원 할 때도 늘 얘기 했었다. 시민들이 우리한테 일정 권한을 위임을 했을 뿐이다. 위임된 권한 중에서 너네들 내가 볼 때 별로 잘 못 쓰니 그 권한 중에 일부는 나한테 다시 갖고 와, 내가 쓸게. 이러면 할 말이 없는 거다. 그게 직접 민주주의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그걸 거역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시정을 하면서 공무원들과의 관계, 직원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가고 계신가.

우리 공무원들과 함께 호흡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행부 공무원들은 어쨌든 시장의 뜻을 이해하려고 애쓰는데 나 혼자 독백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왜냐면 오랫동안 도시는 자기 관성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도시를 운영하는 작동 원리들 속에 관성들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잘 안 바뀐다. 그래서 정말 많이 대화한다. 

그게 한두 가지 사안이 아니다. 우리가 연간 1조 5천억 이상의 예산을 갖고 있는데 단위 사업이 수천 개다. 그 사업마다 어떤 지향점들을 갖고 가는 전환기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궤도 수정을 해야하는 사안이 발생한다. 그때마다 담당 공무원이 당혹스러울 텐데, 그런 부분들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얘기한다. 같이 얘기하고, 같이 풀어가는 거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이제 임기가 1년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취임 후 춘천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고, 남은 기간 동안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시민주권이다. 시민이 주도하고 시민이 이 도시에 강한 자부심과 자존감을 갖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건데, 그래서 곳곳에 시민이 주인인, 주인노릇하게 하는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 이제 시작됐고, 가능성이 있다. 

그 다음 지속가능한 도시 춘천을 만들기 위해서 1억그루 나무심기라든지, 걷고 싶은 도시, 농업에 대한 부분, 우리의 자원으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일 등등 우리가 탄소를 최소화하는 도시 만들기에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해왔다. 이 부분이 자리매김까지는 아니지만 이제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이런 것들이 변함없이 일관성 있게 끝까지 지속돼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걸 통해서 시민들이 더 행복해져야 된다. 그래서 일상 속에서 시민들이 실제 행복해질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그 행복을 우리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할까. 여전한 저의 고민이고 과제이기도 하다. 



김자경 tankg@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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