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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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빠 세대보다 못 살 것 같아요.”
몇 년 전 인턴직원들과의 오찬 회식자리에서 인턴 한 명이 꺼낸 말이었다. 그 때는 뜬금없이 한 발언 같았고, 꽤나 터무니없는 듯해서 무심하게 말을 받았다. “설마. 그럴까.” 어린 시절 후진국에서 벗어나 중진국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고, 이제 세계 10위의 선진국이 되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어렵게 자랐는데, 선진국이 된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젊은 세대가 더 못 살 것 같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30세대의 취업난이 점점 심해지면서 그 인턴의 말이 문득문득 떠오르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버리자 2030세대의 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심각해졌다. IMF(국제통화기금) 세대에 이은 제2의 잃어버린 세대가 되어버린 형국이다. 외환위기 당시 2030세대는 잃어버린 세대로 불린다. 지금은 중년이 된 이들은 국가적 위기 속에 취업길이 막히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큰 난관을 겪었다. 그리고 카드빚으로 더 큰 고난의 길로 향했다.

코로나세대로도 불리는 2030세대도 역시 엄청난 취업난을 겪고 있다. 영혼을 끌어 모아 부동산과 가상자산에 올인 하고 있다. 이들이 제2의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2030세대나 4050세대가 겪고 있거나 겪었던 고통의 양식이나 삶의 자세가 유사한 것도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들이 털어놓은 “아빠 세대보다 못 살 것 같다”는 말은 이제 푸념이 아니다. 좌절, 그리고 분노로 이전하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보이는 양상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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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분노는 지난달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선 선거에서 2030세대의 표심으로 나타났다.
선거 결과에 캐스팅보트로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나아가 내년도 대선의 향배도 좌우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판단이다. 그래서 이들을 겨냥한 정책이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대선 주자들에 대한 2030세대 지지율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2030세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지대한 상황이다.그것은 제2의 잃어버린 세대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나라에서 좌절과 분노라는 경험을 가진 세대를 다시 잉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들은 국가의 중추로 올라서게 된 4050세대를 바로 이어가야 할 중요한 세대가 아닌가. 2030세대에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처한 상황을 보다 심층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무엇이 이들을 분노하게 했나.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정확하게 분석해야만 문제가 풀릴 수 있다. 단순히 상처 난 부위만 치료하는 대증적 요법으로는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는 힘들지 않겠나.

우리가 팔을 걷고 나서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2030세대가 아빠세대보다 반드시 더 잘 살도록 해야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나. 잃어버린 세대라는 존재는 그 한번 만으로도 매우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2030세대가 문재인정부의 5년차 악재가 됐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그럴수록 여권은 이 문제를 정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어떻게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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