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 "부검 결과 췌장 손상 추가 발견 반복 학대 증거"
정인숙 "학대 이후 대처보다 예방이 우선돼야해"

지난달 14일 '정인이 사건' 양부모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달 14일 '정인이 사건' 양부모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임현범 기자] 각종 잔혹한 수법의 아동학대가 발생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정인이 사건'의 1심 선고가 14일 서울 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아동학대에 대한 첫 관심은 지난 2020년 6월 발생한 '천안 계모 아동학대' 사건으로 시작됐다. 당시 9세 A군을 계모가 여행용 가방에 7시간 가량 가둬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계모 B(42)씨는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아이를 가둔 가방위에서 뛰거나 틈사이로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집어넣는 등의 행위가 밝혀지면서 더 큰 공분을 일으켰다.

이어 경남 창녕에서 지난해 5월 벌어진 사건은 학대의 수위가 높아 많은 비판이 나왔다. 당시 9세 C양을 친모와 계부가 쇠사슬로 아이를 묶어두고 쇠젓가락과 프라이펜을 달궈 지지는 등의 가혹한 학대행위를 자행했고 탈출한 아이를 편의점에서 보호하면서 사건이 밝혀졌다.

이 가운데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에 대한 학대 사건이 지난해 10월 알려지면서 각 사회단체와 국민들의 공분으로 관할 서장이 경질되고 경찰청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정인이의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장기손상'과 '후두부, 쇄골, 대퇴골' 골절로 부검결과 나타났다. 양모와 친부는 학대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결과 지난해 6월 초 쇄골 골절, 6월 중순 깁스한 상태의 정인이를 밀쳐 후두부 손상, 7월 폭행으로 인한 대퇴골, 늑골 골절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월 첫 재판 당시 양모 장모씨는 아동학대 일부를 인정하고 아동학대치사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학대는 인정하지만 그로 인해 사망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첫 재판이 끝난 후 남부지법앞에서는 '정인이 사건'에 공분한 각종 사회단체 관계자와 시민들이 정인이 양부의 차량에 발길질을 하고 눈뭉치를 던지며 "죽여버리겠다"고 언급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어 2월 2차 재판에서는 양모 장모씨의 '싸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진단 점수와 우울증을 근거로 미필적 살인의 고의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며 살인죄를 적용받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 공분은 식지 않았고 재판 과정에 대해 더 큰 비판의 목소리가 올라오는 가운데 3월 진행된 3차 재판에도 2차 재판과 마찬가지로 미필적 살인의 고의 사실을 부정했다. 재판 이후 현장 기자들의 집요한 인터뷰 요청으로 정인이 양부는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뒤이은 4차 공판에서 분위기가 확연하게 변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A씨의 '사망 원인 감정서'와 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해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해 나갔다.

당시 A씨는 "지금까지 본 아동학대 상처 중 가장 심각했고 같이 본 세명의 부검의도 같은 소견을 보였다"며 "손상이 많아서 사고로만 생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 교수는 양모가 수사과정에서 말한 사고에 대해서 전면 반박에 들어갔다. 유 교수는 "부검 결과에 따르면 사망 3일에서 7일 전에 췌장이 최소 2차례 더 손상된 흔적이 발견됐다"며 "이는 반복된 학대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척추뼈가 멀쩡한데도 정면의 충격으로 췌장이 절단된 사례는 무단횡단을 하다 차량에 사고를 당한 사망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례"라며 "바닥으로 추락해 의자에 부딛쳐 췌장이 파열될 가능성은 없고 만약 그렇게 된다 해도 척추 골절이 같이 동반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교수는 고의적 살인 여부에 대해 "정인이에게 너무나 많은 사고가 있었다"며 "일반인은 장기에 작은 손상이 생겨도 데굴데굴 굴러다닐 정도인데 정인이가 겪은 고통은 엄마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5차 재판과 결심 공판에서는 검찰이 정인이 영상 수십개를 공개하면서 장모씨가 정인이를 몰아세우거나 머리를 한손으로 감아들고 유모차를 강하게 밀치는 정황이 공개됐다. 이후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양모에게 사형을 양부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구형 사유에 대해 검찰은 "법의학자 소견에 따르면 피고인은 심각한 폭행으로 복부 손상을 입은 피해자의 배를 사망 당일 다시 밟아 사망에 이르게 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그럼에도 범행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정인숙 경남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은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아동학대는 후속조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부모교육등을 통한 예방이 가장 우선시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법 915조의 징계권을 삭제한 이유도 부모가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해 체벌시 때릴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라며 "고등학생 의무교육과 예비 부모 당시에 교육을 진행해 아동학대가 벌어지는 상황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관장은 "현장 대응도 문제가 되는데 '아동학대' 관련 경찰의 경우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이 포함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해당 보직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많은 지자체와 관계 단체가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 관장은 "아동학대 사망 통계를 살펴보면 유아들이 사망에 이르는 케이스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며 "이미 발생한 이후 처벌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유아 사망은 자아 방아권이 없는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일과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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