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직원 사망 사건 자체 조사 결과 발표
"야간∙휴일 없이 과도한 업무 시달려"
해당 임원 입사 초부터 문제 제기했지만 묵살
"회사가 지시∙방조한 업무상 재해" 노동부에 진정서 제출

네이버 노동조합인 '공동성명'은 네이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 네이버 노동조합인 '공동성명'은 네이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 A씨가 생전 임원 등 상사들로부터 무리한 업무 지시와 폭언 등을 겪고 압박감을 호소해온 정황이 네이버 노동조합인 ‘공동성명’의 조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A씨는 두 달 전 동료에게 “임원과 미팅할 때마다 내가 무능한 존재로 느껴져.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동성명은 네이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A씨 지속적으로 격무∙모욕 시달린 것으로 확인

지난 25일 오후 1시쯤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단지에서 네이버 직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경비원이 A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메모장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네이버 노동조합인 ‘공동성명’은 사망한 A씨가 근무한 부서의 노동환경에 대한 자체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A씨가 야간∙휴일∙휴가기간 중에도 업무를 지속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린 정황이 드러났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던 고인은 퇴근 이후에도 밤 10시께 업무에 복귀하거나 자정이 가깝도록 컴퓨터 앞에 있는 등 야근이 일상이었다. 지난해 6월 밤 9시40분께 동료에게 보낸 메신저에서 A씨는 “오전에 (시스템)장애나서 처리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려 공원에 나갔는데, 또 장애가 나 심신이 망가졌다”고 호소했다.

특히 지난달 신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업무 강도가 올라갔다. 올 초부터 A씨의 메신저 대화 내역에는 “두 달 동안 해야 할 업무가 매일 떨어져 매니징(처리)하기가 어렵다”, “장애가 터져 3일 동안 죽을 뻔했다”는 등의 내용이 반복됐다. 고인은 휴가였던 지난달 21일에조차 사내 메신저를 통해 일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고인에게 돌아온 것은 더욱 심한 업무 채근과 폭언이었다. 서비스 배포가 임박하면서 개발부서 책임리더(임원) B씨 뿐만 아니라, 기획부서 책임리더인 C씨까지 업무 지시를 내렸다. 자신의 지시가 관철되지 않으면 B씨는 부서원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A씨에 면박을 줬다고 한다. 한미나 공동성명 사무장은 “임원 B씨와 C씨의 엇갈린 지시 사이에서 A씨는 ‘일을 계속하라는 것인지, 나가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동료에게 토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부서원들이 “B 책임리더와 함께 일하기 힘들다”며 잇달아 사직서를 내자, B씨는 오히려 A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지난해 10월 B씨는 회의 중 “팀원 ㄹ씨가 이직하면 A님은 나한테 죽어요”라고 고인을 압박했다.

직원들의 신고에도 회사가 묵인한 정황도 드러나

A씨를 비롯한 동료들이 임원들의 부당한 지시 등을 지속적으로 신고해왔지만 회사가 이를 묵인한 정황도 드러났다. B씨는 지난 2016년에도 업무 중 폭언 등이 문제가 돼 회사를 떠났다가 지난 2019년 1월 재입사했다. B씨의 복귀 후 A씨 부서원들은 최아무개 부사장이 참여한 회의에서 우려를 표했으나, 최 부사장은 “문제가 있으면 B씨에게 말을 하고 그래도 문제가 있으면 나에게 말하라. 내가 책임지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A씨 등 팀장 14명은 최 부사장과의 회의를 통해 B씨의 폭언 사실 등을 알렸으나, 문제를 제기한 일부 리더들만 직위 해제됐다.

이에 공동성명은 “고인의 사망은 회사가 지시하고 방조한,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다. 공동성명은 진상 규명을 위해 △고인의 사내 업무 기록 일체에 대한 보존 △2019년 1월 이후 고인 부서에서 퇴사한 직원들의 면담 내용 공개 △B씨, C씨의 임원 선임 당시 검증 절차 공개 등을 요구했다. 공동성명은 그동안의 자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은 “직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사쪽이 제대로 살펴보기만 했다면 우리가 동료를 떠나보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직접적인 가해를 한 임원 B씨와, A씨의 문제를 알고도 묵살했던 경영진은 이 일에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 기여한 바가 커서’ 정상 참작을 하거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꼬리 자르기’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책임이 드러난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하며, 경영진은 고인과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