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김경수 확정 판결과 정치적 불복의 악습

2021.07.22 14:50:08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형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반박 경쟁이 뜨겁다. 이낙연 전 대표는 "김 지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몹시 아쉽다"며 "진실을 밝히려는 김 지사의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2017년 대선은 누가봐도 문재인 후보의 승리가 예견됐던 선거라며, “문재인 캠프가 불법적 방식을 동원해야할 이유도, 의지도 전혀 없었다"던 그는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 자리로 돌아온다'는 김 지사의 진정을 믿는다”고 진실은 김경수의 편임을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아예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김 지사의 유죄 판결 정말 유감"이라며 "드루킹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유죄를 판단한 것은 증거우선주의 법 원칙의 위배"라고 판결을 비판했다. "유죄 인정은 엄격한 증거로 증명해야 한다"면서 "과연 이 부분에 있어 대법원이 엄격했는지 돌이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대법원의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에 대한 수사를 촉발시켜 ‘자살골’ 논란에 휩싸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그때나 지금이나 김경수 지사의 결백함을 믿는다”며 “김 지사의 말을 되새기며 언젠가 어떤 방법으로든 실체적 진실이 분명히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가 믿는 진실은 김경수가 무죄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쯤되니, “참으로 유감이다. 할 말을 잃게 된다”, “너무도 안타깝다”는 정도의 의례적인 말만 하고 지나간 이재명 지사의 말 정도는 지지자들의 성에 차지 않을 것 같다. 법적으로야 도리가 없겠지만, 정치적으로는 불복하는 태세들이다.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여당의 대선 주자들에게는 더 이상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는 모습이 아무런 문제로 의식되지 않는 분위기임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판결 불복을 낳은 것은 김경수 지사 본인이었다. 그는 “판결에 따라 제가 감내해야 할 몫은 온전히 감내하겠다”면서도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며 사실상 판결에 불복했다. 그의 변호인도 “사법부 역사에 오점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던 김 지사 측은 대법원의 확정 판결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마지막까지 고수했다.

여당 정치인들의 태도가 이러하니, 그 지지자들은 ‘김경수는 죄가 없다’라는 해시태그 운동까지 벌이고, 법관들에 대한 인신 공격에 나서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유감스러운 것은 그들 모두가 ‘김경수의 진실’을 말하면서도 법원의 판결에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놓고 반박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조국 사태 이래로 흔히 보았듯이, 이번에도 중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믿음’인 것이다.

물론 새삼스러운 광경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조국 사태를 비롯해서 정권 쪽 인사들과 관련된 여러 수사와 기소들이 있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도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언제나 그런 수사를 한 검찰의 책임을 묻는 광경들만이 이어졌다. 어떤 경우에도 결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무성찰의 일관성은 문재인 정부 집권 세력의 정치적 DNA가 되어버린 것 같다.

여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끝내 김경수의 진실을 말하며 법원의 판결을 송두리째 부정하려면 1, 2, 3심 모두를 뒤집을 구체적인 근거들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그렇지 못한다면 입으로는 진실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진실을 덮으려는 공모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허익범 특검이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기사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김 지사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기 때문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입증하라고 요구했고, 그때마다 증거를 다시 뒤져 입증했다. 김 지사 측이 혐의에 대해 ‘이런 사실은 없다’고 할 때마다 김 지사 측이 내세운 주장보다 2배 많은 디테일을 가지고 맞서야 했다.”

드루킹 특검팀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여당의 현직 도지사를 상대로 얼마나 힘겨운 ‘팩트 전쟁’을 벌여야 했는지 짐작이 된다. 허 특검은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자신을 포함한 특검팀 10명이서 한 달 동안 120만 개의 댓글을 하나하나 조사했다고 한다. “김 지사 측 주장대로 자음으로 된 댓글을 빼더라도 댓글 90만 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댓글은 6300여 개로 전체의 약 0.7%였다”고 그는 설명한다. 깨알같은 팩트 대결로 그는 김 지사의 혐의를 입증했던 것이고, 1, 2, 3심의 법관들이 모두 그것을 인정했던 것이다.

여당 정치인들의 불복 입장은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이 나라 사법체계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2017년 민주당이 대선을 어떻게 치렀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책임을 느끼고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를 해야 마땅한 일임에도 그런 얘기를 꺼내는 여당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그대신 불복의 말들만 쏟아내는 광경은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이 나라 정치사에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정당의 정치인들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불복하는 사태가 언제 또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지난 대선 때 김경수 지사의 역할을 생각할 때 문재인 대통령도 남의 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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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니스트 정치평론가 yuc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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