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네티즌들, 안산 선수 '숏컷 페미' 비하
장혜영 "이준석, 이 사안에 입장 밝혀야"
이준석 "인터넷 발언을 정치적 입장으로 강요"

(좌) 장혜영 정의당 의원, (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 (좌) 장혜영 정의당 의원, (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우호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7월29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에 대한 페미니즘 공격에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서로 간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평소 이준석 대표와 장혜영 의원은 각종 토론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설전을 벌여왔다. 이 대표는 '예전 여성과 달리 요즘 2030 여성들은 성차별을 당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장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평소 2030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없다는 지론을 퍼뜨리시던 이준석 대표에게 요청한다"라며 안산 선수 문제에 대한 입장을 촉구한 것이다.

최근 안산 선수는 본인 SNS에 평소 '웅엥웅', '오조오억' 등 이른바 '남혐 표현'을 쓴 것이 알려지면서 남성 네티즌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숏컷이라 페미니스트다' 등의 여성 혐오 등이 쏟아지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에 장혜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만일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신다면 많은 이들은 이준석 대표가 안산 선수에 대한 과도하고 폭력적인 비난과 요구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이준석 대표의 입장을 촉구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준석이 발언을 한 것도 아닌데 커뮤니티 사이트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냐"며 "저는 안 선수와 대한민국 선수단 한 분 한 분을 응원한다"고 답변했다.

◇ 양준우 대변인 "안산 선수, 남혐 단어 사용해 공격받아" 발언, 거센 비판 잇따라

다만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이 7월30일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를 사용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며 "나는 안산 선수에 대한 이런 도 넘은 비이성적 공격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남혐단어를 안 선수가 사용했다고 밝혔다 .

그러면서 "이 적대감, 증오를 만든 건 레디컬 페미니즘이 성 평등인 줄 착각하고 무비판 수용했던 정치권이다"며 "양극단 세력의 목소리를 몰아내고 여성과 남성 간의 교집합을 찾아서 이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 올림픽 영웅조차도 이 첨예한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변해버린 사회에 유감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혜영 의원은 7월31일 "양 대변인의 이번 사건에 대한 인식이 아주 우려스럽다"면서 "안산 선수가 '남혐 단어'를 써서 그렇다며 폭력의 원인을 선수에게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고 응수했다.

장 의원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청년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가해진 페미니즘을 빌미 삼은 온라인 폭력이다"면서 "'래디컬 페미'라는 자의적인 개념으로 구체적인 행위도 없이 개인들을 검열하고 낙인찍고 괴롭히는 수법, 매카시즘과 너무 닮았다"고 양 대변인을 비판했다.

이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양 대변인 비판에 가세했다. 이날 페이스북에 "이준석표 토론배틀로 뽑힌 대변인이 대형사고를 쳤다. 이게 공당의 대변인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라며 "애초 잘못은 안 선수에게 있다는 얘기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양 대변인은 재차 글을 올리며 "어떻게 제 글이 잘못은 안산 선수에게 있다고 읽히는가. 고의로 보고 싶은 것만 보시면 곤란하다"며 "여성에 대한 혐오라고 치환하는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2일 "양 대변인은 지금 당을 대변하고 있나, '안티 페미니즘' 세력을 대변하고 있나"라며 국민의힘에 양 대변인 징계를 요구했다.

◇ 이준석, 양 대변인 두둔하며 "스포츠의 정치화, 강한 조치해야...여혐 발언 없어"

이준석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있는 논쟁을 정치로 비화시키려고 한 사람들은 아주 강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정의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올림픽 시즌 때마다 스포츠를 정치에 끌어들이려는 행태가 있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며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빙속 종목 김보름 선수 관련 논란을 정의당이 계속 언급해 정치화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팀워크 논란'에 휩싸인 김 선수를 향해 정의당이 개입해 잘잘못을 따진 것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이날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도 "양 대변인이 여성혐오라는 개념을 썼거나 거기에 대해 부적절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징계하겠다"면서 "여성 혐오적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고 양 대변인을 두둔했다.

오히려 "여성계가 모두 달려들어서 (대변인이 여성혐오 발언을 했다는) 프레임을 짜고 있다"며 "이런 프레임이 젠더갈등을 심화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그 선수가 열심히 운동하고 메달을 따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 중에 왜 정의당이 뛰어들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있는 담론을 들고 와서 상대 정당에게 입장을 표명하라고 공격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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