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최근 손해보험사들을 불러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의 보험 비교 견적 서비스에 참여하지 말라는 주의를 줬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 등이 최근 보험 비교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여기에 동참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어 7일엔 금융위원회·금감원 등이 회의를 열고 카카오페이 등이 제공 중인 비교 견적 서비스를 사실상 중단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플랫폼 기업의 금융 상품 비교 견적 서비스가 판매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광고가 아니라 보험 중개업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 등은 보험업 등 금융업자가 아니라 전자금융업자이기 때문에 보험 중개업을 할 수 없다.

‘디지털 혁신’을 내세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플랫폼이 금융으로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강력한 규제의 적용을 받아온 기존 금융회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플랫폼 기업의 금융 서비스를 크게 제한하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금융 당국이 이날 발표한 유권해석에 따르면, 오는 25일부터 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 플랫폼에선 보험뿐 아니라 펀드·연금 등의 비교 견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부 금융 플랫폼의 보험 비교 등은 서비스의 목적이 정보 제공이 아니라 판매이기 때문에 이는 중개로 보아야 한다”며 “앞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플랫폼이 정식으로 보험대리점 등록을 하고 합당한 규제의 틀 안으로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전자금융업자도 보험대리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아무런 보완책 없이, 당장 몇 주 안에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결정대로라면 온라인 플랫폼의 금융 상품 비교는 불가능해진다. 소비자가 금융 상품을 검색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작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의 이번 조치는 최근 빅테크 회사들의 금융업 진출이 규제를 지나치게 우회하고 있어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상품 판매, 사업자 등록, 마케팅, 지배 구조 등 전방위적인 규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금융업의 ‘숙명’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빅테크 회사들은 금융 당국으로부터 혁신 서비스로 지정돼 느슨한 규제를 받거나 금융업자로 등록되지 않아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늘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규제 차별 논란이 일어 왔다.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BNPL’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 사고 나중에 돈 내세요(Buy now, pay later)’란 문장의 영문 앞글자를 딴 BNPL은 신용카드와 비슷한 후불 결제 서비스다. 카카오페이도 후불 결제 서비스 도입을 준비 중이고, 쿠팡은 일부 회원을 대상으로 한 후불 결제인 ‘나중 결제’를 최대 50만원 한도로 운영 중이다. 기존 금융회사가 후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직원 300명 이상, 점포 30개 이상 등 요건을 갖춰 신용카드업 인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빅테크들은 ‘혁신’이란 이름 아래 모두 면제받았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충전을 통해 사실상 돈을 받아 보관하고 있고, 미래에셋캐피탈과의 제휴를 통해 네이버스토어 입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한도 5000만원)도 심사해 집행 중이다. 은행업의 핵심인 예금·대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면서도 금융 당국의 ‘규제 레이더’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금융감독원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금융감독원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빅테크 기업의 금융 잠식을 우려하면서도, 대형 금융사가 지금의 지배력을 굳히기 위해 신기술을 막고 있다는 불만도 중소형 금융사를 위주로 제기되고 있다. A보험사 관계자는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한 플랫폼과 협업하면 신규 고객 확보나 홍보 측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어 무조건 막기보다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보완하는 방향이 더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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