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수탁기관들은 오히려 세금을 쓰는 것을 자신의 권리로 착각
“체계화된 ‘대못’ 시스템이 10여 년간 지속” 예산 낭비 불러와

( ⓒ 오세훈 서울시장 페이스북)
▲ ( ⓒ 오세훈 서울시장 페이스북)

오세훈 서울시장은 16일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고 박원순 시장 때부터 민간위탁 보조사업에 비정상적인 예산 낭비가 있었고, 이를 바꾸기 어렵게 조례와 지침으로 ‘대못’을 박아두었다며 성토했다.

오 시장은 “시 전체 민간위탁, 보조사업 중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마을, 협치,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등 민간위탁 9개 분야, 민간보조 12개 분야를 살펴보니, 2021년에만 민간위탁은 45개 단체에 832억 원이 집행됐고, 민간보조의 경우는 842개 단체에 328억 원이 지원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약 9개월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집행된 금액만 1,160억 원에 이르고, 지원을 받은 단체도 887곳이나 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위탁과 보조금 사업을 담당하는 간부들과 함께 문제 있는 부분의 개선방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고, 개선안도 나왔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장 시정 조치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오 시장은 “바로 전임 시장이 박아놓은 ‘대못’들 때문”이라며 “잘못된 것을 바꾸려고 해도 바꿀 수 없도록 조례, 지침, 협약서 등 다양한 형태로 시민단체에 대한 보호막을 겹겹이 쳐놓았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특히, 전임 시장 시절 만든 ‘서울시 민간위탁 관리지침’에는 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각종 비정상 규정이 ‘대못’처럼 박혀 있다.”며 “첫 번째 대못은 종합성과평가를 받은 기관은 같은 해에는 특정감사를 유예해주도록 한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민간 기업의 경우에도 사업실적이 아무리 우수한 회사라 하더라도 불법‧부당한 행위를 했다면 제재를 받는 것이 상식”이라며 “전임시장 때에 만들어진 해괴한 민간위탁지침은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단체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도 제때 못하게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오 시장은 “심지어 수탁기관 선정 과정을 관장하고 위원회를 구성 운영하는 부서장 자리에 종전 수탁기관의 장이 임명되는 등 일부 수탁기관들은 피 같은 시민의 세금을 아끼기는커녕, 세금을 쓰는 것을 자신의 권리로 착각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체계화된 ‘대못’ 시스템이 10여 년간 지속돼 왔다”고 개탄했다. 

오 시장은 마무리에서 “기득권을 뺏기기 싫어 저항하는 단체도 있을 것이고, 시의회의 협력을 구하면서 함께 바꿔나가는 과정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과 서울시 직원들을 믿고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길을 묵묵히 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아래는 오세훈 서울시장 입장문 전문>

사랑하는 천만 시민 여러분!

지난 월요일, 저는 10여 년간 서울시에 뿌리박힌 비정상적인 예산 낭비 관행을 정상화하고,  앞으로 단 한 푼의 세금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렸습니다.  수많은 시민들께서 응원을 보내주셨고, 직원들도 시청 내부 게시판을 통해 저의 뜻에 공감하며 함께 하겠다는 뜨거운 의지를 밝혀주었습니다. 

반면, 일부 언론에서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빌리는 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조 원은 근거 없는 금액이 아닙니다. 

시 전체 민간위탁, 보조사업 중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마을, 협치,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등 민간위탁 9개 분야, 민간보조 12개 분야를 살펴보니, 2021년에만 민간위탁은 45개 단체(중복제외)에 832억 원이 집행됐고, 민간보조의 경우, 842개 단체(중복제외)에 328억 원이 지원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약 9개월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집행된 금액만 1,160억 원에 이르고, 지원을 받은 단체도 887곳이나 됩니다. 

그리고, ‘서울시 바로 세우기’는 민관협력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도, 모든 시민사회의 참여를 막자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지금 시행되고 있는 보조금과 민간위탁 사업들이 꼭 민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업인지 점검해보고, 지원받는 단체들이 시민의 혈세를 시민을 위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단체인지 아닌지 옥석을 구분함으로써 예산의 누수를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제도 개선을 위해 틈틈이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있는데, 비슷한 사업도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미국의 경우, 시민단체는 지원받은 정부 보조금을 임직원 인건비나 사무실 임대료, 사무용품 구입비, 전화료 등 운영경비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직 시민단체 설립 목적에 따른 사업비로만 집행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법 정신도 그렇습니다.

영국 지방정부의 경우,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공공 서비스의 재직영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2018년 영국의 211개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가 민간위탁 등의 방식으로 민간이 공급하던 서비스를 공공이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고, 59%는 이러한 조치를 완료했다고 합니다. 민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려고 시도한 민간위탁이 오히려 효율성과 서비스 질을 저하시키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렇듯 재정낭비를 막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 공급 방식에 대한 성찰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선진국의 지방정부에서도 활발히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며칠 전, ‘서울시 바로 세우기’ 브리핑을 전후하여 민간위탁과 보조금 사업을 담당하는 간부들과 함께 문제 있는 부분의 개선방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고, 개선안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장 시정 조치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바로 전임 시장이 박아놓은 ‘대못’들 때문입니다. 잘못된 것을 바꾸려고 해도 바꿀 수 없도록 조례, 지침, 협약서 등 다양한 형태로 시민단체에 대한 보호막을 겹겹이 쳐놓은 것입니다. 특히, 전임 시장 시절 만든 ‘서울시 민간위탁 관리지침’에는 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각종 비정상 규정이 ‘대못’처럼 박혀 있습니다. 첫 번째 대못은 종합성과평가를 받은 기관은 같은 해에는 특정감사를 유예해주도록 한 규정입니다. 

종합성과평가는 민간위탁을 받은 기관이 당초 세운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여러 지표를 통해 평가하는 것이고, 감사는 기관 운영이나 사업수행 과정에서 불법·부당함이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목적과 내용, 방법이 모두 다릅니다. 민간 기업의 경우에도 사업실적이 아무리 우수한 회사라 하더라도 불법‧부당한 행위를 했다면 제재를 받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전임시장 때에 만들어진 해괴한 민간위탁지침은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단체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도 제때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지침 하에서는 사업 담당 공무원의 지도감독 과정에서 위법이 의심되는 점이 발견되어도 시 감사위원회가 즉시 감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잘못을 덮고 은폐할 시간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비리, 갑질, 성폭력 등 심대한 문제로 시민 민원이나 내부고발이 있어도 즉시 감사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누구를 위한 지침입니까? 위탁사업을 하는 일부 기관과 단체의 특권을 시민의 보편적 권리보다 상위에 두는 이런 지침은 원천무효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대못은 수탁기관은 바꿔도 사람은 바꿀 수 없도록 한 규정입니다.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제11조③항 / 민간위탁 관리지침에 따르면 민간위탁 기간은 원칙적으로 3년 이내로 하게 되어 있어 기존 제도 하에서도 3년에 한 번씩 공개입찰을 통해 수탁기관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위탁 관리지침’에 포함된 ‘수탁기관 공모 및 선정 운영기준’과 현재 서울시에서 사용하는 ‘민간위탁 표준 협약서’에는 수탁기관이 바뀌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 비율이 80% 이상 되도록 하게끔 획일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조건 때문에 공정한 절차를 거쳐 문제가 있는 수탁기관을 새로운 단체로 바꿔도 새로 위탁받은 단체는 기존 단체의 직원을 대부분 떠안아야 합니다. 사업실적이 매우 부진하거나 각종 문제를 일으켜서 사업권을 박탈당해도 대부분의 직원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한 이런 특권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입니까?

모든 수탁기관에 획일적으로 80% 고용승계 규정을 적용한다면, 10인 미만 소규모 기관의 경우에는 청소, 시설관리 등 현장 업무를 하시는 분들 뿐 아니라, 운영상 책임을 지고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관리자들까지 거의 다 고용승계되어 새 기관이 운영상 자율성을 갖고 변화를 모색할 여지가 극히 줄어들게 됩니다. 고용안정을 위한 노력은 물론 꼭 필요하지만, 상식에 맞지 않는 획일적·비합리적 협약 조건은 원 취지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정되고 보완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 대못은, 관련 조례 등에 따라 각종 위원회에 시민단체 추천 인사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입니다. 다양한 시민들의 행정 참여 기회를 보장하려는 취지로 규정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 취지로만 운영되었는지 의문입니다. 현재 서울시의 220여 개 위원회에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습니다. 수탁기관을 선정하는 적격자 심의위원회는 물론이고, 보조금 단체를 선정하는 위원회까지 시민단체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자기편, 자기식구를 챙기는 그들만의 리그가 생겨난 것입니다. 

심지어 수탁기관 선정 과정을 관장하고 위원회를 구성 운영하는 부서장 자리에 종전 수탁기관의 장이 임명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공정한 기관 선정이 이뤄질 수 있겠습니까? 사람을 무조건 의심할 수야 없겠지만 제도와 규칙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추고 누가 운영해도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수탁기관들은 피 같은 시민의 세금을 아끼기는커녕, 오히려 세금을 쓰는 것을 자신의 권리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체계화된 ‘대못’ 시스템이 10여 년간 지속돼 왔다니 참으로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시민 여러분, 이런 해묵은 문제들을 즉시, 일거에 뿌리 뽑고 싶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기득권을 뺏기기 싫어 저항하는 단체도 있을 것이고, 시의회의 협력을 구하면서 함께 바꿔나가는 과정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시민 여러분과 서울시 직원들을 믿고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길을 묵묵히 갈 것입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은 민생경제와 서울의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한 정책을 고민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부족한 상황입니다. 가급적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하면서 과거의 잘못은 바로잡는 한편, 성과가 있다면 업그레이드 해나가겠습니다. 시민의 혈세로 모아주신 소중한 서울시 예산을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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