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의 폴리버스] 국민의힘, 지방선거 출마자 시험보다 검증에 더 주력해야!

2021.11.07 12:46:52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출마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치겠다고 한다.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회는 11월 3일 자격시험 평가 결과에 따라 경선 가산점을 부여하는 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준석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쇄신 차원에서 내놓았던 대표적 공약이 이행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시험 과목은 뭘까? 당헌, 당규, 정당법, 정치자금법, 지방자치법은 물론 시사 현안이라고 한다. 공정성 담보 차원에서 시험 문제는 객관식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대표 경선 당시 공천 때 컴퓨터 활용 능력 같은 것을 평가하자며 이렇게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요즘 2030 청년 직장인 중에 엑셀 못 쓰는 사람은 없다. 우리 당의 선출직 공직자라면 그런 능력은 갖춰야 한다.” 객관식으로 시험 문제를 내기가 어려워서일까? 엑셀을 비롯한 컴퓨터 활용 능력 평가는 시험에서 제외한 듯하다.

당규를 개정했으니 이제 시험은 현실로 다가왔다. 부작용은 없을까? 이것이 정말 최선일까? 먼저 부작용부터 살펴본다. 첫 번째 부작용은 한창 표밭갈이에 열중해야 할 후보자들이 시험 준비로 발목이 묶인다는 것이다. 아직 시험 시기를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공천 심사에 임박한 시점일 가능성이 높다. 공천 심사 서류 준비에도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한데, 이제 출제 경향 파악하랴 예상 문제 암기하랴 후보자 입장에서는 삼중고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부작용은 유권자의 선택권 제한이다. 각 정당은 공천에서 경선을 치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전략 공천을 하는 경우에도 지역 연고나 지역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한다. 지역 민심과 너무 동떨어진 인물을 공천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시험을 쳐서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미리 걸러 버리면, 지역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인물이 사실상 원천 배제되는 상황도 적잖이 발생할 것이다.

다음은 이 방식이 최선인가 하는 것이다. 먼저, 시험의 내용이 선출직 공직자 공천 심사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공직자를 검증하는 가장 대표적인 제도가 국회 인사청문회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크게 두 가지 영역을 검증한다. 전문성과 도덕성이다. 그 직을 수행할만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와 더불어 공직자로서 도덕성에 하자가 없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선출직의 경우에는 이런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다. 다만 선거 과정에서 TV토론회 등을 거치면서 공적인 검증 과정을 거친다. 선출직 공직자 역시 크게 두 영역에서 검증이 이뤄진다. 행정 역량과 도덕성이다. 행정력 역시 전문성이라고 본다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증하는 것과 내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각 정당의 공천심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에 행정 역량과 더불어 도덕성을 검증한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경우에는 의정활동 역량과 더불어 도덕성을 검증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국민의힘이 시행하고자 하는 시험은 다소 뜬금없다. 전문성을 평가하는 것도 아니고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차피 공천심사 때 할 테니, 시험에서는 기초지식만 평가하자는 이야기인가?

다음, 오히려 선출직 공직자의 전문성과 도덕성 검증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출직 공직자가 이제까지 문제를 일으킨 대부분의 경우는 비리 또는 비행이다. 특혜를 주고 뇌물을 받거나 부하 직원에 대해 성폭력을 행사하거나 하는 따위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무능도 실은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남긴다. 지역사회 발전은 물론 국가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치르고자 하는 시험으로는 이 두 가지 모두를 걸러내는데 한계가 있다. 시사 상식을 잘 아는 것보다는 차라리 어느 한 분야에서라도 정통한 사람, 어떤 한 분야에서 성공신화를 만들어본 사람이 실은 공직을 수행하는데 더 작합하다. 정당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지방선거법은 선거캠프 실무자에게 오히려 더 필요한 지식이다. 후보자가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지만, 이것을 잘 안다고 공직수행을 더 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공천 심사를 보완해서 강화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한 역량 평가가 가능하도록 정량평가 비중을 높이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시험을 치는 것보다 더 실효적이라는 뜻이다. 도덕성 검증도 지금도 훨씬 더 깐깐하게 실시해야 한다. 시험을 잘 친다고 도덕적으로 뛰어난 것은 아니다. 이 점도 유념할 일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종훈 칼럼니스트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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