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장제원 공개 저격…"블랙요원·정치장교" 맹폭
김종인 "후보와 가깝다고 자기 기능 넘지 마라" 경고
윤석열 "장제원, 선대위 출근도 안 해…한번 물어봐라"
장제원 "모욕적 인신공격에 할 말 없겠나…참고 참겠다"
김재원, 이준석 겨냥 "후보 당선 방해 행위는 惡" 규정
전문가 "이준석, 과도하게 당 흔들어…명분 쌓는 행보"
[폴리뉴스 권새나 기자] 국민의힘 선대위직을 모두 내려놓은 이준석 대표가 23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공개 거론하면서 내홍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윤핵관을 겨냥한 경고성 발언을 날렸고, 윤석열 대선후보와 중진 의원들은 윤핵관의 존재를 부정하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상황을 키우며 자신의 정치적 명분을 쌓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울산 회동 18일 만에 파행…헌정사상 최초 당대표 선대위직 사퇴
이준석 당 대표는 지난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핵관'을 언급하며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에서 모두 사퇴했다. 당대표가 선거 도중 선대위원장직 사퇴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 대표와 갈등의 당사자인 조수진 최고위원 역시 같은 날 공보단장직을 내려놓았다.
지난 3일 윤석열 대선후보, 이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3자가 극적으로 합의하고 갈등을 봉합한 '울산 회동' 이후 18일 만에 파행이다.이에 대선을 70여일 앞두고 지지층 이탈 등 국민의힘 선대위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단 우려가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울산 회동 당시 합의문엔 "모든 사항을 공유하며 직접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적혔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울산에서의 회동이 누군가에게는 그래도 대의명분을 생각해서 할 역할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안겨줬다면, 일군의 무리에게는 한번 얼렁뚱땅 마무리 했으니 앞으로는 자신들이 마음대로 하고 다녀도 부담을 느껴서 지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준 모양"이라고 했다.
이어 "이때다 싶어 솟아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을 보면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준석 편든 김종인, 윤핵관 겨냥 "맡은 바 임무 외 기능 발휘해 '불협화음'"
이 대표 사퇴와 관련해 김종인 위원장은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극단적인 방향을 취하지 않으면 시정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며 "조 최고위원이 (이 대표에게) 실수한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아무리 선거철이라고 해도 위계질서가 있다"며 "후보 말만 듣고 다른 사람 말을 안 듣겠다고 하면 선대위 조직 자체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조 최고위원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 대표가 대선을 포기한 해당 행위를 한 게 아닌가'라는 청취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감쌌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상임 선대위원장을 그만뒀다고 해서 당 대표로서 대선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정치 생명도 내년도 대선을 어떻게 치르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도 이 대표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어떤 사람은 나는 후보와 개인적으로 가까우니까 내 나름대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며 "각자 지금 맡은 바 임무 이외에 자기 기능을 발휘하려고 했기 때문에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직접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 대표의 선대위직 사퇴를 비롯한 당내 갈등의 책임이 윤핵관에 있다고 판단한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이 대표는 23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장 의원을 콕 집어 '윤핵관'으로 지목했다. 장 의원은 윤석열 대선후보의 대표적 측근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블랙 요원", "정치장교"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장 의원을 맹폭했다. 그는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장 의원께서 저도 모르는 얘기를 막 줄줄이 내놓기 시작한다"며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이 김건희씨를 험담하고, 주호영 조직총괄본부장에 대한 안좋은 소리가 들려온다고 장 의원이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께서 굉장히 정보력이 좋으시거나 아니면 핵심 관계자임을 선언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제원·김재원·조해진 등 중진, '윤핵관' 실체 부정…이준석에 경고도
이 대표의 공개 저격에 장 의원은 자신의 SNS에 "참고 또 참겠다"는 글을 올려 무대응 기조로 대응했다. 장 의원은 글을 통해 "지금은 오로지 정권교체와 윤석열 후보만을 생각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욕적 인신공격에 대해 왜 할 말이 없겠는가. 그러나, 대선을 70여일 앞둔 엄중한 시기에 당이 진흙탕 싸움에만 빠져있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릴 수는 없다"며 "민주당만 이로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감정적인 인신공격에 대해서 대응하면 진흙탕 싸움 밖에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윤핵관의 실체가 무엇인가" 반문하며 "익명의 뒤에서 비판한다? 제가 익명의 뒤에서 비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윤핵관으로 지목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서 윤핵관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그는 "제가 보기엔 윤핵관이란 말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소수"라며 "그렇게 지목하고 주장하면서 저 사람들이 없어져야 당이 잘된다고 지목하고 얘기하는 사람도 과연 당내 몇 명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실체가 별로 없다고 본다"며 "빈집에 들어가서 도깨비 봤다고 소리치고 나오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후보자의 당선에 도움되는 행위는 선이고 방해되는 행위는 악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선대위직을 내려놓고 당을 흔드는 이 대표를 '악'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돌아오지 못할 강을 자꾸 건너, 다리마저 없애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밖에도 선대위 내홍의 원인을 윤핵관으로 지목하는 건 책임 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조해진 의원은 "우리 선대위가 기대만큼 잘 안 돌아가고 후보 지지율이 다시 정체 현상을 보이고 이런 것들이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그걸 특정한 하나의 문제에 집중시켜서 그것 때문이라고 책임 전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진단이 잘못됐고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특히 그 사람이 적절한 위치에 있지 못한다고 한다면 역할 조정은 필요하지만, 그 사람들만 빼면 문제가 해결될 거야 이런 식의 접근 방식은 정말 잘못됐다"면서 "잘못하면 그게 국민들 눈에 정치투쟁이나 내부 권력 암투, 적전분열이나 자중지란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식의 접근 방식은 주의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윤핵관은 무슨~ 선대위 출근 한번 안 해"
윤 후보도 장 의원의 편을 들며 옹호했다. 윤 후보는 이날 호남 일정에 동행한 기자들에게 "장제원 의원이 윤핵관인지 여러분이 한번 물어보십시오"라며 "장제원 의원은 선대위에서 사실상 '국민캠프'부터 상황실장을 그만 두고 아예 출근도 하지 않고 주변에 아예 같이, 그야말로 중앙선대위에서 일하는 사람도 없고 그런 입장인데 무슨 윤핵관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윤핵관 실체 애매모호…국민의힘의 핵심적 문제도 아냐"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현재 이 대표가 과도하게 당을 흔드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애표가 윤핵관 문제를 과도하게 키우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윤핵관 실체가 애매모호하고, (현재) 국민의힘의 핵심적인 문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유난히 윤핵관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자신의 어떤 정치 명분을 쌓는 행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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