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문화를 탐하지 말라"...반중정서 커지자 빠르게 글 올려
윤석열, 고구려·발해 얘기하며 강경대응
국민의힘 "최소한의 국민 자존심도 내려놨나"... 친중 文정부 파상공세
민주당 "중국 정부에 깊은 유감, 할 말은 해야"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우호 기자]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으로 분류돼 '반중정서'가 커지자 대선을 앞둔 여야 후보들이 발빠르게 대처하며 중국의 문화공정을 한목소리로 맹비난했다.

지난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중국 국기를 56개 민족대표 등이 전달할 때 한복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커졌다. 중국은 지난해 베이징동계올림픽 홍보 영상에서도 한복과 상모돌리기를 도입해 '문화공정'을 했다.

우리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반중정서가 커지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를 발빠르게 적으며 '반중정서' 불똥을 비켜가고자 했다.

이 후보는 지난 5일 창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중국 정부가 과거에 역사 공정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존심을 훼손한 사례가 있다"면서 "최근에 다시 문화공정이라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국으로서 과연 이래야 되느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이 시행되는 것 같다. 축제가 열리는 시기이긴 한데 이 축제의 시간을 문화공정의 시간으로 삼지 않는가 하는 일각의 우려를 중국 정부는 답해야 할 것"이라며 강경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5일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라며 "(고구려와 발해 역사는) 남의 것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후보보다 더욱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이날 바로 SNS를 통해 "한복은 대한민국 문화"라며 "중국 당국에 말한다. 한푸(漢服)가 아니라 한복(韓服)이다"라고 맹 비판을 가했다.

◇ 민주당 "깊은 유감" 표명했지만···황희 문체부 장관 "우리 문화가 퍼져 나간 것" 논란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이소영 의원도 이날 SNS에 "중국의 막무가내식 문화공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적었다.

이소영 의원은 "걸핏하면 불거지는 중국의 동북공정, 문화공정은 매번 해소, 해결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쌓여 왔다"면서 "우리 2030 청년들이 강한 반중 정서를 갖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실리외교를 추구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 문화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면서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문화공정을 벌이는 데에 침묵할 수는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해서 우리 국민의 반중 정서가 날로 강해진다면, 앞으로 중국과의 외교를 펼쳐 나갈 때에도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즉, '실리외교'를 위해서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중국 측에서는 조선족이 소수 민족 중 하나라고 한 건데, 양국 관계에 오해 소지가 생길 수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문화가 이렇게 많이 퍼져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야권 "최소한의 국민 자존심도 내려놨나" 문재인 정부 파상공세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달리 비판 수위를 더욱 높이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특히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복을 입고 개회식에 참석했지만 아무 항의를 안하고 오히려 중국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인 점에 대해 "최소한의 국민 자존심도 내려놨나"라고 맹비난했다.

황규한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주권국가에 대한 명백한 '문화침탈'이자, '함께하는 미래'라는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을 무색게 하는 무례한 행위"라며 "대체 대한민국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문화공정을 보란 듯이 펼쳐 보일 수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중국은 이전부터 한복을 '한푸(漢服)'라 칭하며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했고, 아리랑을 자신들의 국가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며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홍보영상에는 상모돌리기와 한복을 등장시켰으니, 어제의 장면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고 날을 세웠다.

황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중국몽(夢)에 사로잡혀 중국의 동북공정과 문화침탈에 대해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하지 못했고, 오히려 각종 외교 사안에서는 늘 저자세를 유지해왔다"며 "단호한 대응이 있었다면 어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맹폭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서는 "장관이 한복을 입고 관중석에 앉아 바라만 본다고 해서 우리 문화가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중국 측에 항의 표시와 재발 방지 약속 요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국회 문체위원인 배현진 의원도 지난 4일 SNS에서 "베이징 올림픽 준비 영상에 우리 문화를 훔쳐 소개했다고 지난해 국감에서 미리 경고했고, 분명 장관이 유의하겠다고 했는데?"라며 "국회의장, 문체부 장관 (개회식을) 직관하지 않았나. 최소한의 국민 자존심, 배알을 놓을 정도로 신나게 넋 놓는 개막식이었나"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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