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北주민에 코로나백신 비롯한 의약품 지원”, 美국무부 “코로나 남북협력 강력지지”
김정은 “中의 선진적 방역 따라 배우라”, 中 “동지이자 이웃-친구, 전력지원 준비 돼 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최대비상방역체계의 가동실태를 점검하고 정치실무적 대책들을 보강하기 위해 14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협의회를 소집했다고 북한 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TV화면]
▲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최대비상방역체계의 가동실태를 점검하고 정치실무적 대책들을 보강하기 위해 14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협의회를 소집했다고 북한 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TV화면]

북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발생하면서 북한을 둘러싼 ‘코로나방역 외교’에 미묘한 긴장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북한의 코로나 확산 소식에 윤석열 대통령은 백신 등 의약품을 북한에 ‘인도적 지원’할 뜻을 분명히 했고 미국 국무부도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한 남북협력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의 방역성과를 평가하면서 중국과의 방역협력에 나설 뜻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면서 “중국 당과 인민이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 방식의 고강도 방역체계를 북한에 도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는 백신접종을 포함해 국제선 항공편 왕래 최소화와 2∼3주 시설격리. 대규모 봉쇄, 전수 유전자증폭(PCR) 검사,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전국민 동선 파악 등이 주요 방역수단이다. 북한이 현재 의약품 등 방역물품과 장비가 부족한 가운데 중국과 유사한 방역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인 13일 “전국 모든 도·시·군이 자기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의 편의를 최대로 보장하면서 사업, 생산, 거주단위별로 격폐조치를 취하는 사업의 중요하다”며 “주동적으로 지역을 봉쇄하고 유열자를 격리조처하며 치료를 책임적으로 해 전파공간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봉쇄를 통한 전파 차단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동지이자 이웃이자 친구로서 중국은 언제든 북한이 코로나19에 맞서도록 전력으로 지원하고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지원 의사를 보였고 다음날에도 “북한과 방역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요구에 따라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이 부족함을 겪는 백신과 유전자증폭(PCR) 검사체계, 의약품 등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중국의 코로나 지원을 거부해왔다. 특히 북한은 중국산 백신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코로나 확산에 잰 걸음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2일 관계자 통로로 “(윤석열 대통령이)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은 예외로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며 운을 뗐고 13일 강인선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윤 대통령은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대북 코로나 방역 문제는 윤석열 정부는 대북문제를 군사안보적 부문과 인도적 부문을 분리해 대응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가동하는 시험대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그 방식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먼저 지원요청을 해야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쪽과 우리 정부가 나서 북한에 제안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쪽 간에 이견은 정리되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의 대북 코로나 방역 지원 방침이 공식화되면서 정부는 통일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대북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6일 취임하는 권영세 신임 통일부장관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정책 추진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또 미국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는 입장 천명도 정부가 대북 접촉에 나서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우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비롯한 남북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남북협력이 한반도에서 더 안정된 환경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에 대한 코로나 인도적 지원을 두고 ‘한미공조’가 구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트럼프 정부는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남북협력에 제동을 걸은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타미플루’ 지원을 추진했지만 미국이 제동을 걸면서 남북한 간의 신뢰도 깨진 사례가 있다.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북한은 국경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남북 협력사업 추진 시도고 약 2년 동안 중단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한에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북한은 한국의 지원 의사에 응답하지 않아왔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북한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한반도정세에도 미묘한 긴장을 야기하고 있다. ‘한미공조’에 의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성사될 것인지 아니면 ‘북중 코로나 협력 강화’로 갈 것인지의 여부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북한에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이를 둘러싼 한반도 외교전도 새로운 고비에 들어선 셈이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지난 13일 저녁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29만6천180여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으며 1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1일 확진자수 규모가 30만명에 달하는 것이다.

지난달 말부터 14일 오후 6시 현재까지 북한 전역의 발열자는 82만620여명이며 이 가운데 49만6천30여명이 완쾌됐고, 32만4천55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누적 사망자 수는 42명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확진자가 아닌 유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는 자가검사 키트와 유전자증폭(PCR) 검사 물자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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