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유도 포기-北핵무장 사실상 용인, 한국은 MB대북정책 美는 ‘전략적 인내’로 회귀
대중 ‘경제안보동맹’, 한-미 ‘글로벌 공급망’에서 상반된 이해관계...한국만 피해 입는 구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청사에서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청사에서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정부 출범 11일 만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이 마무리됐다. 향후 5년 한미동맹관계의 지표석이 될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 중심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사실상 중단과 ‘경제안보’란 이름의 대(對) 중국 글로벌 공급망 대치전선의 구축으로 귀결됐다.

한미동맹이 전통적인 군사안보적 영역에서 경제, 보건, 기술협력 등으로 확장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진화는 2021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출발점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러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의 깊이를 더하고 내용을 채운 것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한미동맹이 앞으로 5년 동안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한반도평화’보다는 ‘대북 억지력’이 우선되고 경제부분에서는 ‘미중 전략적 균형자’ 위치보다는 미국 주도의 ‘대중 대치전선’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으로 흐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4.27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 정책의 폐기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향후 5년 동안 4.27선언과 6.12선언이 봉인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로 대북정책으로 회귀함을 의미한다.

또 한국이 인도·태평양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공식화하고 미국 백악관과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서 상설 경제안보 대화채널을 개설키로 한 부분도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성과로 바라보지만 ‘한중 교역’을 미국의 관리영역으로 편입시키는 절차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향후 대미, 대중 외교에 미칠 영향이 크다.

北비핵화 유도 포기-北핵무장 사실상 용인, 한국은 MB대북정책 美는 ‘전략적 인내’로 회귀 

남북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21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외교적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나선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의 핵무력 증강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실효적인 확장 억제 공략을 다시 확인해 주셨고, 구체적으로는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핵심인 연합훈련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고, 필요한 경우 미국에 전략자산의 적시 파견을 조율하면서 추가 조치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핵우산과 관련해 “전투기라든지 미사일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에 관해서도 저희가 논의를 했고, 앞으로도 양국 NSC 간에 좀 구체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핵 공격에 대비한 양국의 연합훈련 역시도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지 않느냐 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과 저는 교류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안보의 위협을 공동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북한에 대한 위협에도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 “대만해협에서의 안전도 도모할 것이며 남중국해 등지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느냐 하는 부분은, 북한에서 진정성 있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대북 억지력’ 강화와 한국의 대만-남중국해 등지에서의 역할 확대 쪽에다 방점을 뒀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해 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이 예고된 시점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물을 보면 ‘대북 억지력’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에 복귀할 수 있는 한미 양국의 대북조치 논의는 없었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으로 회귀,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로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6.10남북공동성명과 10.4선언을 장롱에 넣는 조치를 했듯이 윤석열 정부는 4.27판문점선언과 9.19남북합의를 봉인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해 문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6.12싱가포르선언을 출발점으로 북미관계를 개선하겠다는 합의를 했지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변화’를 꺼내들어 사실상 이를 무시했다.

한미정상의 이러한 합의가 갖는 의미는 복잡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공동성명이나 양 정상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핵무장을 현실로 인정하고 ‘한반도 비핵화 실천’을 사실상 외면했다는 것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힘을 동원해 핵무장한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고 미국은 한국을 대중 ‘대치전선’ 전면에 배치하는데 북한 핵무장을 지렛대로 삼았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핵무장한 북한’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전제로 한 정상회담에 임한 것이다.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끌어내려는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의 폐기로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청사에서 한미 확대정상회담을 하기 전 모습.[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청사에서 한미 확대정상회담을 하기 전 모습.[사진=대통령실]

대중 ‘경제안보동맹’, 한-미 ‘글로벌 공급망’에서 상반된 이해관계...한국만 피해 입는 구조 

한국은 ‘경제안보’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망에 참여키로 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인도태평양지역은 한미 모두에게 중요한 지역이다. 한미 양국은 규범에 기반한 인태지역 질서를 함께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그 첫걸음은 IPEF 참여”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미 양국 NSC 간의 ‘경제안보 대화 상시 채널’도 구축했다.

세계는 IPEF를 두고 미국의 대중국 봉쇄망으로 바라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면서 한국이 자율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과거 ‘한미워킹그룹’의 전례를 볼 때 미국이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통로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경제가 안보, 안보가 곧 경제인 시대에 살고 있다”며 “국제 안보 질서 변화에 따른 공급망 교란이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어 있다. 새로운 현실에 맞게 한미동맹도 한층 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 전체 수출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반도체 수출의 65%가 중국이다. 그리고 요소수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주요 필수품목에 대한 중국 수입 의존도 또한 절대적이다. 미국의 이해에 맞춘 ‘경제안보’가 한국의 ‘경제안보’를 해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이다.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한국과 미국이 ‘경제안보’라는 공동의 틀 속에서 묶였을 때 한국이 절대적으로 피해를 입는 구조다. 미국은 미중패권경쟁 속에서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을 ‘경제안보’의 틀 속으로 끌어들였지만 한국의 경우 중국과의 ‘공급망 체인’이 온전하게 유지돼야 ‘경제안보’가 실현된다. 한미는 다른 이해관계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에 있어 한국의 전략적 지위가 높아졌음을 재차 확인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은 커졌다. ‘핵무장한 북한’을 마주해야 하는 ‘안보불안’ 증대와 함께 한국은 미중 경제전쟁의 한 가운데 미국의 연결망에 뛰어들면서 ‘경제 불안’의 위험을 동시에 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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