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심의·의결
'자원 안보 특별법' 제정 추진키로
환경단체 "기후 위기 속 옳은 방향 아냐"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상준 기자]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오는 203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자원안보특별법' 제정 추진과 함께 종합적인 자원 안보 체계 구축에 나서 민간의 해외 자원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연동하는 '원가주의' 원칙을 확립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심의·의결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혔다.

정부는 우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한 기존 원전 계속운전 추진 등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전력 믹스(에너지원 구성) 내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원전 발전 비중은 27.4%였다. 이는 2030년 발전량이 현재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기준에 해당하면서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의 정상 가동 및 가동 중인 원전의 계속운전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는 가정 아래 산정한 것이다.

정부는 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하고, 관련 업무를 담당할 콘트롤타워로 국무총리 산하에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는 보급 목표를 재정립해 태양광·풍력(해상) 등 에너지원별 적정 비중을 오는 4분기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도출하기로 했다.

석탄발전은 수급 상황·계통을 고려해 감축을 유도하고 무탄소전원은 기술 여건을 고려해 활용하기로 했다.

전력망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에 따른 계통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고 효율적 재설계 및 첨단 그리드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 자원안보특별법 제정 추진…개념·범위 확대

정부는 에너지 자원안보 체계 구축을 위해 자원안보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가 자원안보 콘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자원안보의 개념과 범위를 확대하며 조기 경보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에너지 공급망 강화를 위해 전략 비축을 확대하고 국제협력을 통한 수입선 다변화, 망간·코발트 등 핵심 광물 재자원화를 추진한다.

정부는 자원개발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공기업의 자원 확보 기능을 재정립하고 민간의 해외자원개발을 지원한다.

정부는 전력시장·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을 확립하고 총괄원가 보상원칙과 원가연계형 요금제 등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력구매계약(PPA) 허용 범위 확대 등을 통해 한전의 전력 독점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해소할 예정이다.

전력시장·전기요금 결정 체계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전기위원회의 조직·인력도 보강한다.

화석연료 수입의존도↓…에너지벤처기업 5000개로 확대

정부는 에너지 신산업 분야 수출도 지원해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추진한다. 또 독자적인 소형모듈원전(SMR) 노형 개발에 약 4000억원을 투입한다.

수소산업의 경우 수전해·연료전지·수소차·수소선박 등 핵심기술의 자립을 추진하고, 태양광은 탄소검증제 강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

에너지 제도 측면에서는 배출권거래제를 개선하고 RE100(2050년까지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 제도 보완에도 나선다.

정부는 새 에너지정책 방향을 차질없이 이행하면 화석연료 수입의존도가 지난해 81.8%에서 2030년 60%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2030년 화석 연료 수입이 지난해 대비 약 4000만TOE(석유환산톤·1TOE는 원유 1t의 열량) 줄게 된다.

또 에너지 신산업 창출과 수출 산업화로 에너지혁신벤처기업이 2020년 2500개에서 2030년 5000개로 늘어 일자리도 약 10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올해 4분기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를 수립하고 내년 3월에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세우는 등 관련 법정 계획을 통해 이번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구체화하고 차질없이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 탈원전 폐기…원전 비중 확대에 원전업계 기대감 ↑

이번 원전 비중 확대 정책을 두고 원전업계에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원전 관련 투자 감소로 원전업계의 매출은 2016년 5조5000억원 수준에서 2020년 4조1000억원으로 감소한 바 있다. 인력 또한 같은 기간 2만2000명에서 1만9000명으로 줄었다.

산업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올해 925억원 규모의 원전 일감을 긴급 발주하는 등 오는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의 일감을 제공하는 '원전산업 협력업체 지원대책'을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당장 올해 신한울 3·4호기 설계 분야 일감 120억원을 조기에 집행할 계획이다. 또 최근 체코·폴란드 등을 대상으로 '원전 세일즈'도 본격화하고 나섰다. 정부는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체코에 이어 30일 폴란드를 찾아 원전과 방산·첨단산업 등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원전 세일즈에는 '팀코리아'(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가 동행해 수주 활동을 벌였다.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8조원을 들여 1200MW(메가와트) 이하급의 가압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할 계획으로, 지난 3월 입찰에 착수해 오는 11월 입찰제안서를 접수한다. 폴란드는 지난해 2월 '2040에너지전략'을 통해 2043년까지 6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가급적 올해 노형을 결정하고 오는 2026년 착공할 예정이다.

다만, 새 에너지정책 추진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만 하더라도 법적·행정적으로 필수 절차인 에너지 관련 상위계획에 이를 반영해야 하고, 이후 이를 바탕으로 전원개발촉진법상의 전원개발실시계획, 원자력안전법상 건설 허가, 전기사업법상 공사계획 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건설에 착수할 수 있다.

다만, 환경단체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화력 발전은 그대로 두고 원전을 확대하는 만큼의 재생에너지를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데 기후 위기 속에서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숙의와 사회적 합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석탄 발전을 줄이지 못하는 원전 확대는 탄소중립을 위한 (형식적) 구호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탈석탄 과제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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