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경찰 안팎의 갈등이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기점으로 폭발하고 있다.
지휘부가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대기발령 조처하고 현장 참석자들을 감찰하기로 하면서 일선 경찰관들은 경찰국 신설을 주도한 행안부와 경찰 지휘부에 원성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행안부 이상민 장관이 25일 출근길에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가운데 경감·경위급 현장 팀장들과 지구대·파출소장까지 회의 개최를 추진하면서 경찰의 집단 반발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간 갈등 배경과 양상, 전망을 정리했다.
-- 왜 총경 회의가 열렸나.
▲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권한이 비대해지는 경찰 조직을 통제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경찰제도개선을 추진하며 경찰국 신설 등을 발표했으나,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인사·감찰 권한을 지닌 행안부 경찰국을 두고 군사정권 시절 내무부 치안본부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 총경 회의가 어떻게 소집됐나.
▲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경찰대 4기)이 경찰 내부망에 제안하면서 지난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4시간가량 개최됐다. 총경 56명이 현장에 참석했고 140여 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한 가운데, 전국 총경의 절반가량인 350명은 지지하는 의미로 경찰 계급장을 상징하는 무궁화 화분을 보냈다.
-- 직협 시위 때보다 파장이 크다. 이유는.
▲ 총경은 일선 경찰관이 올라갈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계급이며, 바로 위 계급인 경무관은 '경찰의 별'이라 불릴 만큼 승진 자체도 매우 어렵다. 총경은 군으로 치면 대령급(연대장) 현장 지휘관이라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등 경찰 내에서 갖는 위상이 특별하다.
경찰서장으로 보임되면 경찰서 각 부서뿐 아니라 산하 지구대·파출소를 지휘하며 지역 치안을 책임진다. 현재 전국 총경급은 710명으로, 전국 총경 회의가 열린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기도 하다.
-- 회의에서는 어떤 논의가 이뤄졌나.
▲ 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참석자들은 행안부 계획이 법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미비하다고 보고 있다.
-- 회의 중 윤 후보자가 해산명령을 했나.
▲ 경찰청장 직무대행이자 경찰청장 후보자인 윤희근 경찰청 차장은 경찰인재개발원장을 통해 현장에 모인 총경들에게 회의 시작 직전 '회의 개최 중지'를 명령했다. 윤 후보자는 회의 시작 후 2시간가량 지난 오후 4시께에 다시 '즉시 해산'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