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통일 옵션 '해상봉쇄' 테스트…'고사(枯死)' 작전
대만 상공 가로지르는 미사일 발사로 대만 민심에 충격 의도

중국 4일부터 대만주변 실사격 훈련 돌입
▲ 중국 4일부터 대만주변 실사격 훈련 돌입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대응으로 4일 대만 주변에서 실사격을 포함한 본격적인 군사훈련에 돌입한다.

앞서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지난 2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 직후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설정한 6개 구역의 해·공(空)역에서 인민해방군이 4일 12시(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7일 12시까지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 기간 훈련이 진행될 해·공역에 선박과 항공기의 진입을 금지하는 공지를 발표했다.

이미 중국군은 3일 Su-30 전투기와 J-11 전투기 22대가 중국과 대만 사이의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겨지는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어갔고, J-20 스텔스 전투기와 DF-17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무기를 동원하며 무력 시위의 강도를 끌어 올렸지만 실사격 훈련을 포함한 본격적 훈련은 항행금지 구역 운용이 시작되는 4일 정오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2일 이번 훈련에 대해 대만 북부·서남·동남부 해역과 공역에서 연합 해상·공중훈련, 대만 해협에서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을 각각 실시하고, 대만 동부 해역에서 재래식 미사일(핵미사일 제외 의미) 시험 사격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어서는 장사정포 포격,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대만 동부 바다에 떨어지는 미사일 발사 등이 훈련 프로그램의 일부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대만 동부 바다를 겨냥한 미사일 발사가 실현되면 미사일의 종류에 따라 대만 유사시 미국의 증원 전력 개입을 견제하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훈련의 최대 특징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전면적인 주권 주장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만 국가정책연구기금회 제중 연구원은 대만 서남부, 북부, 동북부 3개 훈련 구역은 대만이 2009년에 선포한 12해리(22.224km) 영해 이내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남부와 북부 훈련 구역 가운데에는 대만 육지와 가장 가까운 곳이 10해리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즉 대만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해역에서 중국군이 훈련을 실시하게 되는 것으로,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주장을 행동으로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이번 훈련의 주된 목적인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대만 국방부 쑨리팡 대변인은 3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중국군 훈련은 대만의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며 "지정된 해역은 대만의 영해까지 미치거나 그것에 매우 가깝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4일 "이번 훈련에서 중국군 재래식 미사일이 처음 대만 상공을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군이 대만 12해리 이내로 진입함으로써 소위 '대만해협 중간선'은 사라질 것"이라고 썼다

대만 해협에서 가장 좁은 부분에 설정된 서부 훈련 구역이 중간선의 동서 양쪽에 걸쳐 있는 것은 양측 군이 1999년 이후 형성된 '중간선 묵계'를 무력화할 것이라고 제중 연구원이 지적했다.

이번 훈련의 또 다른 의미는 대만 무력통일의 옵션 중 하나로 꼽히는 '대만 봉쇄'를 테스트하는 것으로,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설정된 6개 훈련 구역은 지룽항, 가오슝항, 화롄항 등 대만의 중요 항구와 항행로를 둘러싸면서 대만 해·공역에 대한 준(準) 봉쇄 구도를 형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대만군 예비역 중장인 솨이화민 씨는 3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설정한 훈련 구역 6곳이 대만 지역의 주요 항구와 주요 항로를 위협해 대만을 전면 봉쇄하려는 포석으로 이번 훈련은 대만 무력 통일의 옵션 중 하나(해상 봉쇄)를 테스트하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천연가스·원유 등 전략물자를 해상 운송에 의지하는 대만 상황을 감안할 때 해상 봉쇄는 사실상의 '고사(枯死)' 작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훈련을 "통일 작전 리허설"로 규정하면서 "중국군이 대만을 완전히 봉쇄하면서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절대적 통제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썼다.

중국이 실전을 방불케하는 수준의 고강도 무력시위에 돌입할 경우 대만군과 미군의 대응 여하에 따라 1954∼1955년, 1958년, 1996년에 이은 제4차 대만 해협 위기가 발발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항행 금지구역 설정이 수반되는 본격 훈련이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뒤인 4일 시작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정면 충돌만은 피하려는 의중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장쥔서 중국 해군군사학술연구소 연구원은 4일 글로벌타임스에 "해운사와 항공사가 선박을 대피시키고 항공기 운항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며 "중국 인민해방군의 이성적이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 훈련에서 '충격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의 군사전문가인 뤼리스 전 대만 해군학교 교관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중국군이 장시성 러핑과 간저우에 배치된 둥펑(DF-15) 또는 둥펑-16 미사일, 하이난의 PHL-191 장거리 다연장 로켓을 이번 훈련에서 동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미사일이 중국 쪽에서 발사되면 대만 북부 타이베이, 중부 타이중, 남부 가오슝의 상공을 통과할 것으로 뤼 씨는 예상했다.

그는 이번 훈련의 목적이 '미사일 공습경보' 메시지로 대만 민심에 충격을 주는 데 있는 것으로 봤다. 중국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대만 동부 바다에 떨어지는 모습을 촬영해 일종의 '심리전'을 펼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뤼 씨는 중국 측이 대만 러산 기지에 설치된 조기경보 레이더인 '페이브 포스'(AN/FPS-115 Pave Paws)에 의해 탄도가 분석당할 가능성을 우려해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DF(둥펑)-17은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INDSR)의 쑤쯔윈 연구원은 3일 중국군이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려 하는 것은 모두 '정치적 탄두'로 대만 민심과 사기 등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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