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법인세 최고세율 25%→22% 인하 vs 野 “부자감세” 반대
김진표, 22% 인하‧2년 유예 중재안 제시…민주당 거부
추경호 “민주당, 정권 바뀌었는데 과거 이념으로 정책 운용”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정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정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내년도 예산안 회기 내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여야 간 가장 쟁점이 됐던 것은 법인세 인하 문제였다. 정부·여당은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인 기업 대상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내리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여야는 합의에 이르기 위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모여 '2+2' 협의를 진행했고,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가졌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 의장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하되 시행을 2년 유예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에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협상에 난항을 빚게 한 건으로 국민의힘은 부부 기초연금, ‘이재명표’ 지역화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민주당은 주식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고등교육 특별회계 등을 들었다.

여야는 오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남은 사안들에 대한 협상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국민의힘 “법인세 인하해야 투자 활성화‧일자리 증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5시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야 간 쟁점 사안으로 법인세 인하, 부부가정 기초연금 감액, 지역사랑상품권, 경찰국 예산을 들었다. 특히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어떤 부분에서 여야 이견이 있었는지를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법인세는 최고가 25%이고 10% 지방세가 붙기 때문에 27.5%다. 그런데 우리 이웃 대만은 20%의 법인세율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 공급망 재조정으로 중국에서 나오는 자본들이 가까운 대만이나 우리나라에 투자하려고 하는데 법인세가 20%인 나라에 공장을 짓겠나, 25%인 곳에 공장을 짓겠나”라고 물었다.

이어 “투자를 활성화하고 그 결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제정책을 펴기 위해 윤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가지고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법인세를 높이 유지하는 것이 민주당의 정체성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법인세율이 높아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고 해외로부터의 국내 투자가 매년 줄어들고 있고 국내자본의 해외투자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현상을 겪고 있다”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 반드시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인하가 됐다. 문재인 정권 2018년에 무려 3%나 올려서 이런 일이 생겼다”라며 “민주당은 알 수 없는 낡은 이념, 부자에 대한 편견이 있다. 법인세가 인하된다고 해서 부자, 초부자가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중견기업이 훨씬 더 혜택을 많이 받는다”라고 했다.

민주당 “다른 나라 세금 걷어 기후위기 대응, 우리는 정반대”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법인세 인하 요구에 반발하며 단 1%포인트도 세율을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반 국회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도 내릴 수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 법인세는 OECD 10위쯤 되고, 실효세율은 17%가량 된다"며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논리가 '외국 투자가 대만으로 가지 않고, 한국으로 오도록 경쟁력을 보여주겠다'는 건데 기업투자란 건 세금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1년에 3천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100개도 안 되는 기업을 위해 법인세를 3%포인트 낮추지 않으면 의미 없다고 하는 게 정부·여당의 온당한 태도와 인식이냐"고 반문했다.

함께 참석한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저희 당은 이번 정기국회에 임하면서 일관되게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경제적 약자들이 매우 어렵고 세계적으로는 법인세 등을 사실상 증세해 확보된 예산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추세임에도, 대한민국은 초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민생 예산도 대폭 삭감했기 때문에 초부자 감세는 반드시 막는 기조하에 협상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법인세, 금투세 관련된 주식양도소득세, 정부세, 상속증여세 등이 있었는데 저희가 어떻게든 다수 야당이긴 하지만 법정시일 내 처리하기 위해 나머지 여러 사안에 대해 원칙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절충해왔지만, 최종적으로 법인세와 금투세와 연관 있는 주식양도세 협의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3천억 이상 이익을 내는 법인이 100개 정도인데 최근에도 굉장히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그들 나라로부터 횡재세를 걷겠다고 하는 상황인데 한국은, 국민의힘은 깎아주지 못해서 안달”이라며 “해당 기업들은 세금 낮춰주면 좋겠지만 소는 정말 무슨 돈으로 누가 키우나. 정부 여당은 슈퍼 부자들의 이익만 대변하려고 하는구나 새삼 느꼈다”고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세계적 추세를 보면 과거 레이건 대처 시절 신자유주의 때만 해도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했는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기후위기 시대라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RE100을 하고 있다. 그 핵심 요건이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미국도 IRA 증세를 통해 확보된 예산으로 10년간 1000조로 풍력‧태양광 등 예산을 확보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로 대기업 법인세 깎아주는 데만 혈안”이라고 꼬집었다.

추경호 “예산안 감액 규모, 여야 간극 좁히지 못해 결렬”

한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6시 정부 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예산안 협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협상이 결렬된 이유로 예산안 규모에 있어 민주당이 과도한 감액 요구를 한 탓이라고 했다.

추 부총리는 민주당의 감액안에 대해 "국회의 적정 감액 규모는 과거 실질 국회 감액 규모(평균 5조1천억원)에서 내년의 실질적 총지출 증가율을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적정 감액 규모로 1조3천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민주당이 제시한 7조7천억원과 6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어 "정부는 감액 규모를 최대 2조5천억원에서 3조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은 최소한 5조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간극을 좁힐 수 없어 결렬됐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에서) ‘부자 감세’로, 기업을 부자냐 그렇지 않은 자냐로 갈라치기하는 인식 자체가 출발점이 잘못됐다. 특정 가치나 이념에서 벽을 굉장히 느꼈다"며 "정권이 바뀌었는데 과거에 집권했던 민주당이 새 정부에 과거와 똑같은 가치와 이념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하라고 하면 정부가 바뀐 게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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