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재정권과 조직권 지방정부에 돌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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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가 2013년을 맞아 진행한 단체장 ‘신년인터뷰’ 시리즈로 홍준표 신임 경남도지사를 1월 30일 경남도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검사 생활을 거쳐 정계에 입문한 뒤 15·16·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 지사는 이미 검사시절부터 ‘모래시계 검사’로, 서울지역구 4선 의원으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와 당대표로서 국정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고향에 내려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제3의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연말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새누리당 경선에 승리하며 본선에서 63%의 높은 지지로 당선된 홍준표 지사는 도정지표를 ‘당당한 경남시대’로 확정하고 깨끗한 경남, 지역 균형발전, 성장동력 확충, 건전한 재정, 문화경남 창달의 5개 핵심 목표 달성을 위해 분주하다.

홍 지사는 지자체장으로서의 소감을 묻자 “예산상 제약 때문에 자치 단체장이 맘대로 펼칠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다”며 “국세와 지방세 구조가 8:2에서 6:4 정도만 되어도 지방자치가 해 볼만 할 것”이라고 현행 지방자치제의 재정권 문제를 지적했다. 또 행정안전부 소관인 조직권에 대해서도 “지방정부를 다이나믹하게 만드는데 있어서 상당한 장애요인”이라며 “총량제로만 묶어두고 풀어줄 것”을 제안했다.

그는 “(당대표 시절에는) 이런 애로사항이 있는 줄도 몰랐다”며 국회의원들에게 법개정 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치단체장이 (국회의원에 비해) 훨씬 생산적이고 역동적”이라며 도정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다이나믹한 지방정부 되려면 자치 재정권과 조직권 돌려줘야”

다음은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홍준표 신임 경남지사의 인터뷰 전문이다.

국회의원 4선에 집권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내셨는데 도지사 생활이 어떠신가?

자치단체장이 훨씬 생산적이고 역동적이고 보람있다.

행정은 처음 하시는 건가?

그렇다. 행정은 처음이다. 그런데 내가 세운 정책이 도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니까 과거에 정치 할 때나 원내대표·당대표 할 때 하고는 다르다. (국정 할 때는) 직접적인 효과가 밖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성과가 바로 바로 나타나니까 더 재미있다.

자치단체장들 말에 의하면 지방자치가 ‘중앙자치다’, ‘절름발이도 아니고 반의반도 안 된다’ 이런 말이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가장 큰 문제는 자치 재정권이다. 지금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2로 되어있는 구조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손아귀에 있다. 늘 예산을 타 와야 되고, 국비지원을 건의해야 되고, 재정권이 없으니까 중앙정부에 큰 소리를 못 친다. 국세와 지방세 구조가 8:2에서 6:4 정도만 되어도 지방자치가 해 볼만 할 것이다. 실제로 예산상 제약 때문에 자치 단체장이 맘대로 펼칠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다.

지방 재정권에 대한 문제 외에, 명실공히 지방정부가 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또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은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안전부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공무원 수라든지 공무 직급이 모두 행안부 규정에 묶여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하는 조직으로 변모를 시켜볼려고 해도 실국이 딱 제한되어 있어서 조직을 활성화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것을 총량제로만 묶어두고 좀 풀어주면 개별 자치단체에서 자기 재량하에 팀제도 만들고, 실국도 만들고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의 팀을 만들어서 업무의 선택과 집중을 해 볼 수가 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지방제가 상당히 오래됐는데 자치단체장도 정부 직제상 차관급이라고 들었다.

서울 시장만 사실상 장관급으로 되어있고, 그 외 광역단체장은 차관급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부지사, 부시장들이 전부 1급이다. 또 인구 800만 이하 경우는 행정부지사를 한 명 밖에 둘 수가 없다. 경남 같은 경우 싱가폴 국가와 맞먹는 넓이인데 도청이 창원에만 있으니까 사실상 서부·북부경남 사람들은 도청에 민원을 제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제가 도지사 되고 나서 행정서비스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진주에 제2청사를 짓겠다’, 경상남도 18개 시군 중에서 ‘11개 시군(3개 시, 8개 구)은 진주에 가서 도청업무를 보게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행정 서비스 측면에서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주에 도청 제2청사를 지금 만들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행정부지사 한 사람이 더 필요하다.

우선 직급은 차치하고라도 행정부지사가 인구 800만 미만에는 한 명밖에 둘 수 없다는 규정을 해놔서 도청 제2청사를 짓더라도 상당히 난감하다. 행정부지사가 두 명이면 1부지사, 2부지사 해서 행정 2부지사는 아예 진주에 상주케 하고, 거기서 전결권을 주면 된다. 중요한 문제는 전자결제로 하면 되니까.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만약 진주 제2청사가 생기면 정무부지사를 경제부지사 형태로 바꾸어서 거기에 상주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행정 운영에도 좀 지역적인 특성을 감안해서 행정부지사를 인구 300만 이상이 되면, 또는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서 한 명 더 둘 수 있게 직제를 개편해주면 좋겠다. 중앙정부에서 못하게 하니까 난감하다.

지금까지 지방자치 관련법이 제대로 개정된 적이 있나? 지사님도 당 대표 시절에는 별 신경 안 쓰지 않았나?

(당대표 시절에는) 그런 애로사항이 있는 줄도 몰랐다. 광역단체장들이 찾아와서 그런 이야기를 한 일이 없으니까 몰랐는데, 실제로 지방자치를 맡아보니까 자치 재정권 문제라든지 자치조직에 관한 재량권 문제가 지방정부를 다이나믹하게 만드는데 있어서 상당히 장애요인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에게 법개정 요청을 할려고 한다. 특히 지금은 지방세율이 부가세의 5%정도만 지방으로 내려오고 있는데 행안부에서 인수위에 보고한 것은 아마 ‘지방세의 20%까지 내려주는게 맞지 않느냐’ 그런 식으로 보고했다고 들었다. 박근혜 정부가 너무 무거운 짐을 질려고 하지 말고,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세 비율을 현행 5%에서 20%로만 해주면 아마 중앙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번 인수위 구성 중에서 가장 지적받은 문제 중 하나가 지방자치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 이런 평가다.

지방자치 전문가라기 보다 역대 인수위에서 지방제도까지 검토한 적이 있나? 대부분 없었다. (이번에 가서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던데?) 그런 이야기는 아니고, 경남의 현안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다. 아마 1월 31일 당선인하고 지방자치단체 광역단체장들하고 모임이 있는데 거기 가면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본다.

선거 때 ‘힘있는 도지사’를 내거셨는데 경남도가 예산을 사상 최고로 많이 확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힘있는 도지사라는 것은 선거 때 구호일 뿐이고, 도지사가 힘이 있으려면 우선 도의원이나 도민들이 힘을 모아주면 도지사가 힘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 때 구호 가지고 자꾸 그렇게 얘기 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실질적으로 예산을 많이 가져오지 않았나?

예산을 많이 가져온 것은 당대표 시절에 인맥을 구축했던 분들이 기획재정부나 예산관리부처 고위직에 많이 있어서다. 장관도 있고, 차관도 있고, 그리고 의원님들도 제가 당대표 시절에 친했던 분들이고. 그래서 경남에 예산이 조금 더 왔다.

“2013년 부패척결과 부채 갚는데 주력할 것”

지사님은 삶도 그렇지만 중앙정치를 하실 때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는 드물게 서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졌었다. 경남에서 서민 복지 쪽에 주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경남의 부채가 선거 때는 1조 1천억인 줄 알았는데, 지난주에 부채를 전체적으로 파악 해보라고 지시해서 오늘 아침 보고를 받아보니까 1조 3천 5백억이었다. 경남도의 금년도 일반회계가 6조 2천억 원이다. 6조 2천억 예산에 1조 3천 5백억이 부채라면 정상적인 도 운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보다 당장 시급한 것이 부채를 갚아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빚내서 이자 갚는다는 말이 있던데?) 그렇다. 하루에 1억 이상씩 이자를 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채를 갚지 않고서는 복지예산·서민예산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금년에는 불요불급한 예산, 특히 SOC예산은 투입을 안하고 부채 갚고 재정을 건전하게 하려고 한다. 그것이 복지예산을 확보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금년에는 부채 갚는데 주력할 것이다.

재정건전화 특별대책은 뭔가?

일단, 비효율적인 예산집행 구조 개선을 위해 재정점검단 산하 민자사업담당을 운영해 MRG(최소운영수입보장제, Minimum Revenue Guarantee)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MRG방식 민자사업의 문제점을 종합분석해서 예산누수 방지 해법을 마련하고 근본적인 해결방안 추진과 외부 전문가와 협조로 실시협약의 하자부터 MRG방식의 SCS방식(비용보전방식)으로의 전환까지 집중 점검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거가대교와 마창대교, 부산∼김해 경전철 사업 같은 MRG방식 민자사업에 대해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MRG 보장률 문제점을 수 차례 지적했다. 부산시와 MRG 분담비율 재조정과 MRG방식을 운영수익을 보장하는 SCS방식으로 전환하는 재구조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중이다.

재정건전성과 더불어 또 한편으로 중앙에서 보면 부패척결의 칼바람이 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까지는 최하위권이라 부패척결에도 굉장히 나서신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전임지사가 중도사퇴하고 공백기가 많다 보니까 경남도 공무원들의 기강이 많이 풀어져서 작년에는 16개 광역단체 중 청렴도 15위를 했다. 물론 부패지수를 측정하는데 문제가 있긴 하다. 하지만 똑같은 지수를 측정해서 15등을 했다는 건 부끄러운 이야기다. 그래서 금년에는 재정건전성 강화와 동시에 부패척결을 도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깨끗한 도정을 만들려고 한다. 강력한 도정개혁 이끌 핵심기구인 ‘도정개혁단’을 설치해서 공직사회 안팎의 부패를 척결하고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나갈 생각이다.

그래서 식사도 구내식당을 이용하시는 건가?

그게 깨끗한 도정을 만드는 증표는 아니다. 그런데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난 뒤 가장 큰 폐단은 자치단체장과 토착비리세력 간의 연결이다. 소위 지방자치단체장은 통계범위를 넘어선다. 지자체장이 잘못하더라도 책임을 물으려면 4년이란 기간이 필요하다. 이곳 영남이나 호남지역은 운 좋게 또 공천 받으면 또 4년이 넘어간다. 말하자면 자치단체장과 토착비리세력들이 결합하면 부패를 막을 방법이 없다.

사법기관에서 철저히 수사해줘야 하는데 지금 사법기관이 옛날과 다르게 수사환경도 많이 달라졌지만 그럴 열의도 없다. 자치단체장이 만약 지역 토착부패세력과 연대를 해버리면 자치단체가 마비되는 것이다. 그래서 토착비리세력하고 안 만날려고 한다. 그러다보니까 점심시간에도 구내식당에 가는 게 제일 마음 편하고, 저녁은 특별한 일 외에는 관사에 들어가는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골프는 쳐라. 업자하고만 치지 마라” 하셨다는데.

그렇다. 골프 가지고 공무원 기강 잡는 것은 참 잘못된 거라고 본다. 역대 정권이 처음 출범할 때마다 골프로 공무원들 기강잡고 하는데, 그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그래서 ‘골프는 마음대로 쳐도 좋다, 그런데 업자하고는 치지 말라’는 것이다. 뇌물골프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업자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꼭 그렇지는 않다. 건전한 사회상식으로 보면 다 구분이 가능하다.

/ 김자경 기자 tankg@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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