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결산> 백두한라대행진단 7일간의 통일일기

8월의 뙤악볕 아래 전국을 누비며 통일의 열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백두한라민족통일대행진단'동군과 서군이 8일 평택역에 집결해 6일간의 여정을 중간결산했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발대식을 가진 뒤 동군(단장 김익석)과 서군(단장 노수희)으로 나뉘어 각각 진주와 목포로 향한 민족통일대행진단은 그간 전국을 돌며 8.15민족대축전 참가를 제안하고 지역통일행사에 참여하는 등 국민들의 가슴속에 통일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특히, 보수적 색채가 짙은 경상도에서 활동한 민족통일대행진단 동군은 지역단체가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을 찾아 시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재미있고 대중적인 행사를 개최해 통일의 '씨앗'을 뿌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주일동안 대학교 강당에서 새우잠을 자고 뙤악볕과 폭우를 온몸으로 맞으며 거리를 누빈 이들은 비록 해진 운동화를 신고 색이 바랜 티셔츠를 입고 있었으나 검게 탄 얼굴만큼은 누구보다도 빛나 보였다.

동군과 서군이 한자리에 모인 이날, 민족통일대행진단을 구성하고 있는 18기 범청학련통일선봉대, 6기 노동자통일선봉대, 농민본부, 여성본부, 청학본부, 미군철수통일선봉대, 민주노동당 통일대행진단 대원들과 양군단장을 만나 6일간의 활동상을 들어보았다.

농민통일대행진단-지역농민들과의 막걸리 간담회

농민본부는 통일대행진단 기본 일정을 진행함과 동시에 각 지역 농민단체들과 일명 '막걸리 간담회'를 갖고 있다.

농민통일대행진단 단장을 맡고 있는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조국통일위원장은 "그간 통일운동을 너무 재미없게 한 것이 아니냐는 반성이 들어 앞으로는 좀더 농민적인 방법, 농민들이 같이 할 수 있는 통일운동을 진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활동상을 소개했다.

농민통일대행진단은 8일 오전 11시 평택 팽성읍 농협에서 북에 쌀 1천가마를 보내는 홍한표(74세)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해 북측에 일반인도 쌀을 보낼 수 있도록 법제화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도숙 위원장은 "우리가 이 부분을 치고 나가 통일의 분위기를 잡아보자는 얘기도 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농민통일운동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동군.서군 합해 전일 20여명 규모의 적은 인원이 활동을 하고 있지만 농민통일대행진단은 오는 14일~17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8.15민족대축전에 농민 2000여명을 참가시키겠다는 각오로 8월의 거리를 누비고 있다.

여성본부-손녀.며느리.할머니, 3대가 함께 '통일'

여성통일대행진단은 지역 여성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8.15민족대축전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엄마를 따라 나온 어린아이부터 전여대협 소속의 대학생, 여성빨치산 변숙현(82세)선생까지 3대가 함께 불볕더위 속에서 통일을 외친다.

여성통일대행진단 동군 한정현(29세)씨는 6일간의 여정동안 경산코발트 광산 견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다리가 차가울 정도로 얼얼한 물을 건너 유골을 보니 이 원혼들이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죽음의 진상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잠들어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특히, "보수적인 경상도의 도민들을 직접 만나보니 누구나 통일에 관심을 갖고 있고 대구의 경우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개최해서인지 북에 대한 의식이 높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여성통일선봉대에는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서군)와 전국연합 오종렬 의장의 부인 김평림(60세, 서군)여사, 여성 빨치산 변숙현(82세, 동군)선생 등 3명의 여성원로들이 젊은 대원들 못지않은 열정을 갖고 뛰고 있다. 이중 변숙현 선생은 민족통일대행진단의 최고령자이기도 하다.

8일, 민족통일대행진단에 결합한 변숙현 선생은 "다른 이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많이 고민했었는데 80이 넘은 만큼 금년에 통일대행진단을 뛰지 않으면 앞으로도 참가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변 선생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대행진에 참여할 계획이다.

큰 며느리 박은희 씨와 함께 통일대행진단 활동을 전개할 김평림 여사도 8일 평택에 도착해 민족통일대행진단에 결합했다. 며느리와 손녀 오정단(6세)양까지 3대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김평림 여사는 "며느리가 5일 동안 활동했으니 이제 내가 교대로 뛰게 됐다"며 "며느리와 손녀와 하나가 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김평림 여사는 2001년, 2002년 통일선봉대에도 참여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당내 통일여론 환기위해 행진"

민주노동당은 이번에 제 1기 민주노동당 통일선봉대를 꾸려 활동 중이다.

이주현 민주노동당 동군 단장은 "어찌 보면 가장 잘 조직된 지역조직을 갖고 있음에도 민주노동당이 노동 생존권 투쟁에 비교해 통일운동에 앞장서지 못했는데 이런 점을 환기하고자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지역으로 안동을 꼽고 "안동의 경우 보수적이면서도 소도시이지만 통일운동을 펼쳐나가는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도 지역행사를 많이 준비해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청학본부-'재일한청 청년들과 함께'

청년학생본부 통일선봉대는 재일한청 소속 3명의 청년들과 함께 8월의 거리를 뛴다. 김사애(21세), 오우견(34세), 박명철(33세)씨는 지난 3일부터 전 일정에 결합하고 있다. 젊고 생기발랄한 한국과 재일동포 청년들이 만나서인지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면 언제나 장기자랑, 즉석 노래공연이 벌어진다. 8일, 평택에 폭우가 쏟아졌을 때도 아랑곳 않고 쉬지 않고 율동을 했던 이들이 바로 청년본부 통일선봉대.

35명으로 구성된 청학본부 통일선봉대는 대불청, 민화협청년위원회 등 지역 청년단체들과 만나 간담회 등을 진행한다.

황규범 한청 대외협력위원장은 "일정이 너무 바쁘다 보니 많은 얘기는 못하고 서로 소개하는 시간 정도만 갖는다"며 "지역 통일행사에 참여하면 이들 단체들이 손님을 맞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가 느껴 진다"고 말했다.

민족통일대행진단과 함께 하는 날이 하나 둘 늘어갈 수록 재일한청 청년들과 청학본부 청년들 간의 우정도 깊어지고 있다.

재일한청 오우견 씨는 "많은 사람들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고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힘이 나는 시간이었다"며 대행진단 활동을 하는 동안 "우리 조국이 왜 분단됐는가, 우리를 지켜야 할 경찰이 왜 미국을 지키는가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오우견 씨는 "각계 각층 사람들이 같이 싸우는 것이 제일 좋고 일본에 돌아가서도 여기서 느낀 감정을 그대로 전하려 한다"고 말하고 "일본에서도 반전행사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시민들과 이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까 고민 중이다. 일본에 돌아가 우리가 앞장서서 만들어가자고 제안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6기 노동자통일선봉대-"지역 해고노동자들과 만나는 뭉클한 순간"

파업중인 지역 사업체를 찾아다니느랴 민족통일대행진단 중 제일 바쁜 노동자 통일선봉대. 9일 오전, 파업중인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구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결의대회를 찾아 함께 싸우는 등 지역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노동자통일선봉대인 경기일반노조 수원지부 문성룡(34세)씨는 "해고사업체인 세아특수강을 찾아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당시 해고자 한분이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고 계셨는데 우리 대장님이 스카프를 걸어드린 일이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문성룡씨는 각 사업체들이 어려운 싸움을 전개하는 것을 볼 때 마다 한숨이 나왔다고 한다. 단, 각 지역의 통일의 열기는 '내일이라도 통일이 될 듯 최고'였다고 전한다

미군철수 통일선봉대-"미군이 철수해야 통일이 되죠"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 꾸린 미군철수 통일선봉대는 다른 통일대행진단과는 달리 미군문제를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미군철수 통일선봉대 대장을 맡고 있는 김광옥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은 "미군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조국통일이란 말 자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미군철수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광옥 부의장이 가장 인상깊어하는 지역행사는 진해통일행사. 김 부의장은 "진해 시민사회단체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뭉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미군철수 통일선봉대에는 범민련 후원회 및 지역 통일운동단체 회원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18기 범청학련 통일선봉대

전체 민족통일대행진단의 반절을 차지하고 있는 18기 범청학련 통일선봉대는 가장 젊은 학생들로 구성된 만큼 언제나 노동자들과 함께 대열 맨 앞장에서서 말 그대로 '선봉대'역할을 하고 있다. 450여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련만, 노래도, 구호도, 발걸음도 제일 재빠르다.

지난 2일부터 범청학련 통일선봉대 활동을 하고 있는 이현우(21세, 서울대)씨는 "처음에는 적응이 안돼 힘들었지만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니 즐거운 일이 많이 생긴다"며 "사실 경상도 일대에서 행사를 벌일 때 지역주민들이 냉대할까봐 겁을 먹고 갔는데 오히려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통일행사에 대한 관심도 높고 분위기도 밝아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선배를 따라 통일선봉대에 참가한 바 있는 이현우 씨는 "올해는 통일을 위해 일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내 의지로 통일선봉대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폭우가 쏟아져도 오히려 '쏟아지는 빗줄기에 머리를 감고'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8월처럼 산다'는 노래를 부르며 팔과 다리에 힘을 주고 거리를 누비는 민족통일대행진단. 이들은 앞으로 수원, 인천, 의정부, 서울 일대를 돌며 8.15민족대축전이 성황리에 막을 올릴 수 있도록 마지막 힘을 쏟아 붓는다.

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통일선봉대 버스 운전기사 장열(57세)씨는 "이 사람들이 잘 하는 거지, 모르는 사람들이야 왜 미군을 철수하냐고 얘기하지만 그 놈들이 얼마나 나쁜 짓을 하는지 잘 알잖아"라고 말하며 8월의 태양아래 또 다시 행진을 떠나는 통일대행진단의 뒷모습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봤다.

2005-08-10 오전 10:39:24 평택 = 이현정 기자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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