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불이행’ 박근혜 심판, ‘낡은 기득권’ 민주당과도 대립각”

안철수 무소속 의원.©폴리뉴스
▲ 안철수 무소속 의원.©폴리뉴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9일 기초의원․단체장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하며 3대 요구사항을 낸 건은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3대 요구의 수용 여부와 별개로 ‘낡은 정치’와 ‘새정치’ 구도를 선명하게 하는 포석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헌신짝처럼 버리는 행위는 전형적인 사익추구 정치”라며 “▲새누리당은 공천폐지 무력화시도를 즉각 철회 ▲국회정치개혁특위의 즉각 해산과 전면 재구성 ▲자신의 공약이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안 의원이 작년 4월 재보선 당선 이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작년 11월28일 안 의원은 정론관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가칭)’를 출범시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주제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연 것은 그만큼 이 주제가 안 의원 입장에서 볼 때 주목하는 이슈라는 뜻이다.

기초선거 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은 지방선거 결과만을 놓고 볼 때 창당을 추진하는 안철수측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안 의원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당리당략이나 선거의 유불리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적극적으로 쟁점화에 나섰다. 안 의원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약속은 정치의 기본” 박 대통령 ‘공약 불이행’ 쟁점화

안 의원의 기자회견문을 표면적으로 보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여권을 겨냥한 것이다. 안 의원은 “특히 집권당이 된 새누리당의 입장번복은 스스로의 자기부정이고 정치의 훼손”이라며 “‘너희 정치는 그것밖에 안 되냐’라고 누군가가 손가락질을 한다 해도 변명할 수 없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사익 추구 정치의 기저에는 국민을 깔보고 통치의 대상으로 보는 권위주의적인 낡은 잔재와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며 “집권 여당의 진정성 있는 성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또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약속과 신뢰의 정치와 지금 새누리당이 취하고 있는 입장과 태도는 같은 것입니까. 다른 것입니까”라고 반문했다.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 사이에서 ‘세게 얘기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안 의원은 매섭게 여권을 질타했다. 안 의원은 “약속과 신뢰는 정치의 기본”이라며 “약속과 신뢰는 막말하지 않는 것과 함께 정치의 기본이고, 낡은 정치를 극복하는 첫걸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통해 안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 파기’를 쟁점화 시켰다.

민주당 ‘기초자치선거정당공천제찬반검토위원장’을 맡았던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박근혜 심판론’의 핵심은 공약 불이행”이라며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했던 새누리당이 갑자기 엄청난 배신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을 안 의원이 정확하게 지적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안 의원의 3대 요구를 수용하는 것과는 별개로, 야권이 ‘약속 파기 세력 대 약속 지킴이 세력’ 구도로 지방선거를 끌고 가려는 상황에서 안 의원도 힘을 실어준 것이다. 박광온 민주당 대변인은 “안철수 의원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촉구를 환영한다”며 “민주당은 민주당과 뜻을 같이 하는 모든 국민과 모든 세력의 힘을 모아 반드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관철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 야권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요구를 공동으로 하면서 ‘야권 연대’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공천제 폐지와 관련해 야당과의 연계도 생각하나’는 질문에 “공천제 폐지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이 부분들에 대해서 국민들께 호소하고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최대한 찾아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광온 대변인도 “민주당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특검 문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관련해 이미 안 의원쪽과 궤를 같이 해오고 있다. 앞으로도 충분히 같이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연대 의사를 밝혔다.

김태일 교수는 “민주당과 안철수쪽은 경쟁하는 동지 관계”라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요구를 비롯해 정책 연대가 계속 이어지면 야권연대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안철수 “기득권 대변 정개특위 해산해야”…고심하는 민주당

그러나 안 의원이 일단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관련해 여권을 도마에 올렸지만, 민주당도 비판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유지할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할지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박광온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유지할 경우 민주당은 폐지할 입장’인지 질문 받자 “우리 당의 의지, 여당과의 협상 전략과 관련된 것이라서 (새누리당의) 정당공천 유지를 전제로 답변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대선 공약, 전당원 투표를 통해 당론으로 폐지 입장을 정했지만, 새누리당의 정당공천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안 의원이 요구한 정개특위 해산·재구성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 의원은 “지금 정개특위는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기득권 정치세력의 이익만을 대변하려 하고 있기에 국민 입장에서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면서 해산 및 재구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정개특위와 관련된 문제라서 당 대변인인 제가 얘기할 성격이 아니다. 국회 특위 차원에서 안 의원의 뜻을 파악하고 뭔가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정개특위에는 새누리당 9명, 민주당 8명, 정의당 1명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이 6.4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최종적으로 배제할지, 정개특위를 해산해 재구성할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경우 안 의원은 민주당도 도마에 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안 의원은 ‘기득권 세력 대 국민, 낡은 정치 대 새정치’ 구도로 쟁점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통화에서 “안 의원이 기존의 여야 정치권과 좀 더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는 모습”이라며 “대선 당시 정치쇄신을 선도했던 안 의원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강하게 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과정에서 안 의원의 '새정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를 주장하는 정의당의 심상정 원내대표는 "거대양당의 지역독점 체제 혁신 등은 정당공천제와는 사실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그것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스스로 뼈를 깎는 정당개혁을 통해서 응답하고 또 기득권 축소로 해결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안 의원은 3대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다시 이번 주내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번 주는 박 대통령의 귀국, 김한길-문재인 오찬 등이 예정돼 있다. 창당을 추진 중인 안 의원이 ‘정치쇄신’이라는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로 선거 이슈의 쟁점화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여야가 각각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는 한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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