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만기친람 리더십 쇄신 없이 해경 해체 등 ‘포퓰리즘’ 대증요법만 제시

출처 청와대
▲ 출처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오전 여러 차례에 걸쳐 예고했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드러난 청와대와 정부의 무능과 관련해 자신의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제시한 수습방안으로는 이와는 동떨어진 대책들만 제시하는데 그쳤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비애감이 든다.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국정책임자로서 포괄적 책임을 인정하는데 그쳤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견지해온 자신의 국정운영리더십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표현했다.

그가 밝힌 국정개조론은 지난 1년 동안 강조해온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해경 등 정부의 무능, 민관유착, 공직개혁, 기업의 탐욕스런 사익추구 등을 언급할 때마다 어김없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본화두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포괄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구체적 처방에서는 자신과 박근혜정부 책임보다는 ‘과거의 적폐’에다 책임을 돌렸다. 해경이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것은 과거부터 쌓여온 구조적 문제 때문이며 ‘민관유착’은 “오랫동안 쌓여온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끼리끼리 문화와 민관유착이라는 비정상의 관행”이란 ‘과거의 적폐’ 때문이다.

공직사회의 문제 또한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무사안일”이라는 ‘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직접적으로 사고를 야기한 청해진해운과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의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비정상적인 사익추구”의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문제는 ‘과거의 적폐’가 정부와 민간, 사회 곳곳에 쌓여온 결과라며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과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의 문제에는 완전히 눈을 감았다.

여기에 한 숱 더 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국정운영기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담화 말미에 결론적으로 “저는 과거와 현재의 잘못된 것들과 비정상을 바로 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명운을 걸 것”이라며 “약속드린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비정상의 정상화, 공직사회 개혁과 부패척결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단하지 않겠다”고 자신의 결기를 분명히 했다.

박대통령, 국정리더십 쇄신 없이 ‘포퓰리즘’ 대증요법으로 일관

세월호 처방은 ‘포퓰리즘’의 대증요법으로 일관했다. 대표적인 것이 ‘해경’의 해체선언이다. 해상 재난 대응에서 ‘무능’과 ‘거짓말’로 일관했던 해경에 대한 국민적 불만에 편승한 것 이상이 아니었다. 해경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뛰어넘는 ‘해체’ 조치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나 즉흥적으로 발표했다.

해양 수사와 정보기능은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구조-구난과 해양경비는 국가안전처로 넘기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표는 당장 국민들의 ‘속’을 풀어주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실제 적용시 해양 안전의 전문성과 책임을 오히려 분산시키는 역효과는 무시했다. 특히 동북아에서 해양경비의 중요성이 증대하는 추세에도 맞지 않는 측면도 외면했다.

국가안전처의 신설도 졸속이다. 과거 이와 비슷한 방안이 검토됐다가 폐기된 배경에 대해 제대로 점검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거센 세월호 비판에 몰려 재난관리 업무를 모두 한 곳에 집중시켜 이곳을 컨트롤타워로 만들겠다는 의욕이나 통합 자체가 여의치 않다.

해경을 해체하고 해양경비와 구조를 가져오고 안전행정부의 재난관련 업무를 가져온다 해도 군(軍)의 동원문제 등에 있어 여전히 지휘명령계통에 문제는 남는다. 청와대가 이번 사고를 맞아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는 책임회피적인 입장을 고수하기 위해 ‘국가안전처’를 들고 나온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민관유착 근절을 위한 조치들은 여론의 질타에 따른 공직자의 유관기관 취업제한을 골자로 했고 공직사회 개혁은 고시를 통한 공채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대증요법을 제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사안들은 구체적인 실천 담보가 여의치 않은 것들이라 시간이 지나면 편의적 운영으로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포퓰리즘에 입각한 대증요법의 제시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로 쏟아져오는 비판여론 차단용으로 읽혀지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 과정에서 청와대가 재난 대응에 거의 ‘무용지물’에 가까웠다는 평가와 함께 자신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 KBS 등 방송을 통한 보도통제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의 눈을 돌리기 위한 대응책으로 비쳐진다.

이는 특검과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특검의 범위에 대해 청해진해운의 비리와 민관유착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치권에서 협의하라고 던졌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요구해온 박 대통령과 청와대까지 포함한 ‘진상조사’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던 ‘만기친람(萬機親覽) 리더십’과 ‘이념 대립의 리더십’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국민들의 비판여론이 향하는 지점이 이곳에 있음에도 조금도 반영하지 않았다. 이번에 드러난 정부 무능의 근본적인 원인이 대통령 눈치만 보는 내각에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쇄신은 없었다.

또 김기춘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 등이 주도하는 ‘정권 안보’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편법이라도 다 동원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외면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횡행하고 있는 검찰 장악, 언론 장악 등이 세월호를 기폭제로 민심이 이반하는 배경이 됐음에도 이에 대한 시정의지는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최근 논란이 되는 KBS 보도통제와 보도국장 청와대 낙점의혹 은 이러한 ‘이념 대립의 리더십’의 곁가지에 불과하다.

야권 “1인 군주 시스템과 받아쓰기 내각의 행태를 그대로 지속할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새누리당은 “단 한 번도 시도하지 못한 충격적이고 대담하며 과감한 인식의 전환”이라고 극찬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의 반응은 이와는 극적으로 배치됐다. 새누리당으로선 박 대통령의 담화발표를 정국 전환의 기회로 보고 적극 환영의 뜻을 비친 셈이지만 야권은 오히려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해경해체’ 등의 방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이같이 평가하면서 세월호 국정조사와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 추진, 특검 등과 관련해 “국회에서도 초당적으로 이번 문제를 뒷받침하고, 우리도 야당보다 더욱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며 특검에 대해서도 “절대 회피하지 않는다. 검찰조사가 미진하고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 때 우리 당이 먼저 특검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특검과 진상조사의 범위에 청와대를 넣을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담화문이 국정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며 반발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사과는 있었지만, 진단은 미흡하고, 처방은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세월호 참사의 총체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청와대와 내각 전반의 책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흡한 진단”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 야당에서 일관되게 주장해 온 국정 운영 스타일의 변화, 1인 군주 시스템의 변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받아쓰기 내각의 행태를 그대로 지속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1인 군주 시스템의 변화 없이 현장에서 우왕좌왕,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그런 무책임한 행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박 대통령의 국정리더십 변화 없는 담화문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해경’ 해체에 대해서도 “지극히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요법으로 모든 책임을 해경에 넘기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국가안전처 신설에 대해서도 “육상과 해상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갖게 하고, 또한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실효성이 없는 공룡기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고 실효성을 의심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