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닮은꼴 기아자동차의 장시간 노동체제

 

허 영 구(월간좌파 편집위원장, 좌파노동자회 대표)

 

1. 현대자동차 재벌그룹 속 기아자동차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 자동차 자본이 독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연간 현대, 기아, 한국GM, 쌍용, 르노삼성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각각 640,865(46.4%), 458,000(33.1%), 159,686(11.6%), 63,970(4.6%), 60,027(4.3%)이다. 현대, 기아자동차 시장판매 점유율이 전체의 79.5%에 달한다. 1998년 현대차자동가 부도에 처한 기아자동차를 인수·합병하여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성장했다. 2001년 생산량 세계 9위에서 2010년에 세계 5위로 상승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삼성재벌처럼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상호·순환출자를 통해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회장은 현대차 지분 5.17%를 가지고 주력사를 장악하고 있다.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의 33.9%를 가지고 있다. 기아차는 소형차 모닝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1967년 설립하고 1974년 주식 상장한 현대차는 자본금 56조원, 총자산 133조원(전년 대비 증가율 9.8%), 유동자본 58조원, 부채 76조원, 부채비율 135.8%, 매출액 87조원, 영업이익 8.3조원, 당기순이익 9조원인 글로벌 기업이다. 국내공장 판매는 182만대, 해외공장판매는 291만대에 달한다. 현대차가 합병한 기아차는 1944년 설립되고 1973년 주식 상장했다. 자본금 2조원, 자산총계는 39조원, 부채는 16조원이다. 2013년 국내 판매가 458천대인데 반해 해외 판매는 5배인 229만대일정도로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 해 매출액 476천억원, 매출 총이익 10조원, 영업이익 32천억 원, 당기순이익은 38천억 원이다. 부채비율은 78.6%, 차입금비율 16.5%, 주당 순이익은 9,425원으로 매우 건실하다. 821일 현재 주당 가격은 6만원이고 시가총액은 24조원이다. 외국인 보유비율은 37.45%이다.

 

2. 기아자동차 2014년 임·단협 요구안

 

기아자동차지부는 지부가 속한 산업노조인 15만 조합원의 금속노조는 공동요구안을 통해 2014년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임단협 요구안에서 임금의 경우 기본급 대비 7.9%인 월 159,614원의 정액 인상(정기·호봉승급 제외), 그 외 각종 수당인상과 성과급 등을 요구했다.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 정액임금의 50%로 미조직 공단노동자 최저임금 요구안을 반영한 월 1,400,300(시급 6,700)을 요구하였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 내년도 최저임금 5,580원보다 1,120원 높은 금액이다. 생산공정 및 상시업무는 정규직화 한다. 지난 10년 동안 자동차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파견 비정규직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임단협이 진행되던 지난 818일 현대차지부는 불법파견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전원 정규직화가 아니라 울산공장비정규지지회를 제외한 전주, 아산비정규직지회의 동의와 함께 사측과의 특별교섭을 통해 채용형식을 통해 정규직화 했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이 821, 22일 선고키로 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은 다음 달로 미뤄졌다. 금속노조가 요구하는 임금과 노동시간 체계 개선을 보자. 첫째, 실노동시간은 52시간 상한으로 한다. 둘째, 선택적 근로시간, 근로시간저축휴가제, 탄력적 근로시간, 단위기간 확대 등유연근로제 일방 실시 않는다. 셋째, 근무형태, 교대제도개선 시 노동조건 후퇴를 막기 위해 기본 보전 수당을 신설한다. 넷째, 근무형태 및 교대제도 개선과 함께 현 임금체계를 기존의 기본급과 기본 보전수당, 제수당 등을 통합한 월급제를 실시한다. 시급을 통한 장시간 저임금노동체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오랜 요구이기도 하다. 그 동안 논란이 되어 온 통상임금의 요구안은 첫째, 정기상여금,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한다. 둘째, 기존 지급 정기상여금을 성과급에 포함하여 변동상여금 등으로 변형해서 지급하거나 고정급 및 통상임금 범위를 축소할 수 없다. 15만 금속노조 조합원 다수가 완성차 3사인 관계로 2014 자동차 분과 완성사 공동요구안을 별로로 마련했다. 노동시간의 경우 금속노조의 요구와 같이 52시간 상한제 및 월급제 전환을 요구했다. 실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주 40시간 초과 휴일근로의 경우 할증(50%) 추가한다. 월급제는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고 미지급 임금을 지급한다. 정년은 60세 이상으로 연장한다. 자동차 산업발전과 고용안정을 위한 미래발전전략을 마련한다.’

 

3. 현대자동차 판박이 장시간 노동 통한 고임금 구조

 

금속노조 자동차분과 완성사가 공동으로 요구하는 주 52시간 상한제와 관련한 해설에서 한 주 최대 52시간 노동상한은 이제 시대적 환경이라고 주장한다. 2500시간을 노동하는 게 시대적 환경이라는 주장이 되는 셈인데 이는 구시대적이거나 후진적 장시간 노동체제다. 이 정도의 장시간 노동은 OECD국가 중 장시간 노동으로 상위권인 우리나라 평균노동시간보다 높고 유럽에서 연 노동시간이 낮은 나라와 비교하면 두 배를 일하는 노동시간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대는 보편적인 시대거나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시대가 아니다. 이런 주장을 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주 68시간까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주 법정노동시간 40시간에 노사합의로 12시간 추가노동이 가능하고 휴일(, ) 16시간까지 더하면 완벽하게 유럽노동자들 보다 두 배 넘는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 노동부 해석으로는 토, 일요일 노동은 연장근로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들의 행정해석엔 일주일은 7일이 아니고 5일이다. ‘5에 대한 해괴한 해석이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과 대구고등법원은 토, 일요일 노동에 대해 연장노동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대법원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시대적 환경변화는 68시간52시간으로 주 16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주 52시간은 주 40시간에 더해 12시간 초과노동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노사합의라는 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냥 초과노동을 하는 게 아니라 더 높은 임금을 얻기 위해서다. 진정으로 노사합의를 이루려면 낮은 시간당 임금(시급)을 높이고 이를 기초로 조기에 월급제로 전환하는 것이어야 한다. 장시간 노동을 통한 고임금 특히 주간 2교대를 실시하면서 고강도 노동을 통한 고임금은 높은 임금이 아니다. 노동자의 살을 깎아 생명을 단축하면서 얻는 고임금은 생애에 걸친 임금총량으로는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기아자동차지부는 요구안 세부해설에서 휴일근로수당 할증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토, 일요일 노동의 경우 8시간까지는 통상임금의 150%, 8시간 이상의 경우는 200%를 지급하고 있는데 8시간까지 일해도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기아자동차에서도 주간 2교대제가 실시되고 있다. 기아자동차 지부가 발행하 <주간연속 2교대제 백서>에는 노사간 12년 임·단협 협상에 방점을 찍고 201334일 시행에 합의했다고 선언했다. 나아가 50년 넘게 시행해 온 제도인 주야간 맞교대에서 주간 2교대제로 전환한 데 대해 스물에 입사하여 주야간을 돌다 야간이 싫어 퇴사하고 떠난 동료들, 생명단축을 외치던 선배 노동자도, 입사해서 정년까지 일하다 퇴사한 늙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기다리던 날이었는가를 생각할 때 심야노동철폐의 역사는 길이 남을 것이다. 34천 조합원이 이뤄 낸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주간 2교대 ‘8+9’20163‘8+8’을 목표로 금년 중에 노사협의를 실시키로 되어 있다. 노조 스스로 평가하고 있듯이 심야노동이 철폐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3년 전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다. 밤에는 잠 좀 자자!’고 외치며 주간 2교대제 요구를 했던 자동차 부품회사인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정권과 자본에 의해 직장폐쇄, 폭력, 구속, 해고의 고통을 당하며 지금까지 싸우고 있다. 이 역시 주로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부품회사가 원청인 완성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주간 2교대제를 실시하려다 맞은 탄압이었다.

 

기아자동차는 주간2교대제 실시로 심야노동은 철폐되었지만 여전히 장시간 노동체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임금의 과자를 줄에 매달아 놓고 장시간노동으로 그 과자를 입으로 따게 하는 게임을 계속 강요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지부 임단혀 요구에서 보듯이 주 52시간 상한제를 말하면서 토, 일요일 노동을 설정하는 것은 주 56시간을 가정하는 것이다. 주간 2교대 중 9시간을 노동하는 주는 63시간이 된다. 결국 장시간 노동체제가 변화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노동시간이 연장될 경우 주 68시간을 넘어설 수도 있다. 노동자 스스로 임금소득=소비지출이라는 자본주의 소비구조에 깊숙하게 편입되어 아무리 벌어도 끝이 없는 나날들이 계속되는 한 자본이 주렁주렁 걸어놓은 높은 임금이라는 과실을 외면할 수 없다. 노동조합의 생리상 뭔가를 요구하고 쟁취해야 함으로 더 높은 임금을 쟁취하는 방법이 노사합의의 이름으로 더 많은 노동을 하거나 심지어 노동강도를 높여주는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요구안 해설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201211월 국내자동차 완성 3사 전체 총액임금 중 기본급 비중은 28.2% 통상고정급 비중은 33.5%에 불과했다. 결국 초과노동을 통한 장시간노동체제를 통한 고임금 획득 구조이다. 그것도 현대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산업의 경기호황 시기 장시간노동고임금 구조일 뿐이다. 국민연금 지급시기가 연령에 따라 61세에서 65세로 늘어남에 따라 60세 이상으로의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나라처럼 연금 지급시기가 70세까지 늘어난다면 그 때까지 공장에서 장시간노동에 시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4. 10년이 흘러도 변함없는 장시간 노동 체제

 

16년 전 현대자동차가 7조원대의 기아자동차 부채를 안고 11700억원에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 지분 51%를 확보하면서 현대-기아자동차 경영체제가 확립됐다. 기아차 생산능력은 연 29만대로 늘어났고 1999년부터 적자상태를 벗어나 1500억원 내외의 흑자를 내면서 국내 시장점유율 2위에 복귀했다. 2002년 총 종업원 수 3만 여명에 생산직 종사자는 19000여명이었고 당기순이익은 6400억 원이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종업원수, 생산대수, 1인당 매출액도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6배나 증가했다.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만들어 낸 자본의 탐()스런 열매라 할 것이다. 2002년 당시 기아자동차노조는 단체협약에 의해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 42시간으로 정했다. 그렇다고 상한시간이 42시간은 아니었다. ‘노사합의로 주 12시간 한도 내에서 연장노동이 가능했다. 다만 당시의 기아자동차는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는 기준인 월 노동시간이 226시간으로 현대차 240시간보다 낮아 동일한 통상임금 하에서는 임금단각 조금 높았다. 법정 노동시간이 주 48시간, 44시간, 40시간으로 단축되는 추세에 맞춰 형식적으로는 주 42시간으로 줄였지만 평균 52시간, 보통 55~56시간을 노동했다. 또 당시 토요격주 휴무제였지만 공장은 소음과 분진을 내뿜으며 거친 숨을 쉰 채 가동되고 있었다. 노조는 2037월부터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주 5일 근무를 요구하고 있었다. 민주노총이 주 40시간, 5일 노동을 통한 200만 일자리를 만들자는 투쟁에 동참한 것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44시간, 42시간, 40시간이 된다는 것은 초과노동에 대한 할증료를 통한 더 많은 임금을 얻는 것이었을 뿐 실 노동시간 단축운동은 아니었다.

 

장시간 노동체제는 자본이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기 위한 장기전략 속에서 진행됐다. 현대자동차 자본은 기아자동차 인수 후 내부통합과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먼저 전 세계 자동차 자본이 일반적으로 추진하는 플랫폼 통합에 착수했다. 2000년 당시 현대, 기아차 각각 12개 플랫폼에 41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이를 7개로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다음으로 부품산업의 대형화와 모듈화를 추진하고 해외부문의 통폐합, 영업 및 서비스 부문 재정비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였다. 공장간 생산차종 차별호, 부가가치가 낮은 부분 외주화, 용역 등을 통해 노동강도 강화, 다품종 소량생산, 전환배치, 비정규직확대 등을 통한 고용유연화를 추진하였다. 2002년 당시 공고실습생을 제외한 사내하청노동자는 생산직 노동자 9,900여 명 중 11.1%였다. 광주공장은 IMF 직후 1200여명의 사내하청노동자를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나 2000년에 생산규모가 20만대로 늘어나면서 사내하청노동자는 1000명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당시 기아자동차 광주지부는 사내하청 비율을 15%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으나 실제는 20% 이상으로 늘어났다.

 

2014년 현재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 전체 조합원 수는 약 34000여명인데 그 중 조합원 수는 2400여명으로 7% 수준이지만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숫자를 포함한 전체 비정규직노동자 수 5000여명을 감안하면 비정규직비율은 14%에 달한다. 현대기아차 자본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착취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불황시기 언제든지 계약해지를 통한 고용조정 즉 정리해고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고용유연성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2년 당시 1차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 평균임금의 40.4%, 2차의 경우는 38.4%, 그 이하는 30%대에 머물렀다. 이직률은 20~30%에 달했다. 2014년 현재 기아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투쟁을 전개한 결과 임금은 인상됐지만 정규직과의 임금격차가 크고 장시간 노동체제에 묶여 있을 뿐만 아니라 고용은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주야간 맞교대로 인한 심야노동은 철폐됐지만 장시간노동체제는 변함이 없다. 심야노동 역시 완전히 해소된 것도 아니다. 주간 2교대의 경우 ‘8+9’시간제이기 때문에 단체협약으로는 시업과 종업시간은 보통근무의 경우 07:00부터 15:40까지로 하고, 2교대 2직 근로의 경우에는 15:40부터 익일 00:20까지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은 오전 9시다. 그런데 오전 7시에 근무를 시작하려면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오후반이라 할 수 있는 2직의 경우 자정이 넘어 작업이 끝나기 때문에 귀가하면 역시 새벽이 된다. 여전히 완전한 주간근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8+8’이 아니라 ‘7+7’노동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노사합의를 명분으로 하는 초과노동시간이다. 자본은 기존 노동력으로 생산량을 늘려 매출과 이익을 높일 수 있고, 노동자는 노동시간을 늘리고 노동강도를 높여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합의는 서로의 이해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노동자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개인의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학습해야 한다. 지역사회나 인류전체가 직면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운동해야 하며 노동자 정치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 장시간 노동과 과로()는 개인과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다. 고용 없는 성장시대,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지금보다 더 적게 일하고 모두가 함께 일하는 공동체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기아자동차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완성차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앞장 서 실천해야 할 과제다.

 

(2014.9, <월간좌파>17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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