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1.75%로 전격 인하함으로써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1.75%로 전격 인하함으로써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1.75%로 전격 인하함으로써 한국도 글로벌 ‘환율전쟁’에 동참하게 됐다.

‘환율전쟁’은 자국의 기준금리를 내림으로써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 뜨려 대외 거래면에서 자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자국 상품의 수출 증가와 수입 상품의 감소를 초래해 거래 상대국의 부(富)를 인위적으로 뺏어 오게 된다는 점에서 ‘인근 궁핍화 정책(beggar-my neighborhood policy)’이라고도 표현한다.

그러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각국의 통화정책 완화 움직임을 환율전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가격 경쟁력 면에서 마켓 쉐어를 높이는데 동참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될 수 있지만 어느나라 중앙은행이건 간에 환율전쟁으로 표현한 예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지금의 환율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2일 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0원 오른 1131.5원에 거래를 시작해 한은 의 금리인하 결정 직후에는 1136.4원까지 올랐다가 오전 11시 30분 현재 1133.6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환 당국에서도 지금의 상승 분위기를 편하게 보는 분위기여서 당분간은 환율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일단은 1150원 선이 저항선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문제는 속도”라며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고 있고, 외환 당국에서도 가파른 상승은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속도가 가파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도 “최근 환율이 올라가는 추세였는데, 기준금리 인하로 환율 상승 방향은 더 뚜렷해질 것”이라며 “이번 금리 인하로 인해 대내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돼 당분간대외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22.6원으로 급등했다. 이는1,096원 수준이던 3월 초와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2.39% 오른 것이다.

특히 이달 들어 원화 절하 속도는 아시아 주요 국가 중 가장 빠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본(1.82%), 말레이시아(2.07%), 싱가포르(1.66%), 인도네시아(0.97%), 태국(0.93%), 대만(0.75%) 등 다른 아시아 국가 통화의 절하 속도는 한국보다 느렸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현상의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오는 6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가치는 최근 빠르게 치솟았다.

유로존과 일본의 양적완화 기조도 강 달러 현상을 부채질하는 중이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일 기준 98.618로 지난 2003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이런 추세는 더욱 뚜렷해 질 조짐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2분기 1,126원, 3분기 1,132원, 4분기 1,137원으로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의 원화 약세는 통화당국이 금리 인하나 추가 유동성 공급 등을 취할 것이란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강 달러와 원화 약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은 올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에는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자금 유출에 따른 금융시장 위기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한국은 펀더멘털이 많이 개선돼 달러 강세에 따른 자금 유출 등 1차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인도와 태국, 필리핀 등 신흥국이 충격을 받으면 2차적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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