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변화의 핵심 될까

천정배 무소속 의원과 손학규 전 상임고문(왼쪽부터) <사진=폴리뉴스 DB></div>
▲ 천정배 무소속 의원과 손학규 전 상임고문(왼쪽부터) <사진=폴리뉴스 DB>
[폴리뉴스 서예진 기자]4·29재보궐선거의 여파는 새정치민주연합 뿐 아니라 야권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1야당의 위기는 야권의 위기로도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3월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광주 서을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은 야권 재편과 제1야당의 뼈를 깎는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천 의원의 존재가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또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체제의 위기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부상을 가져왔다. 7·30재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손 전 상임고문은 전남 강진의 흙집에서 칩거를 계속하고 있다. 방문객도 고사하고 자연과 함께 살고 있는 손 전 상임고문의 부상은 예상됐던 바였다.

20대 총선까지는 앞으로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총선에 앞서 야권이 교통정리를 할 시간은 더 짧을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4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혁신위원장으로 공식 위촉했다. 문 대표는 혁신이라는 카드로 국면을 자신 쪽으로 전환시켰지만 이후 혁신위의 활동에 따라 야권 재편의 키가 걸려있는 상황이라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혁신기구가 이렇다 할 쇄신안을 내놓지 못했을 경우, 혹은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당내에 적용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갈 경우 새정치연합의 분당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분당의 핵심에는 당 바깥에서 혁신을 외치고 있는 천정배 의원과 정계은퇴를 하고 산 속에서 은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어떤 형태로든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혁신외치는 천정배신당 창당은 새정치연합에 달려있다

야권 재편을 외치며 무소속으로 나선 천정배 의원은 4·29보궐선거 광주 서을에서 당선됐다. 전문가들은 제각기 친노의 새정치연합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라 분석했다. 또한 이런 상태로는 내년에 있을 20대 총선을 이길 수 없다고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문재인 대표는 그 경고에 쇄신안으로 답한 것이다.

그러나 천 의원은 과거와 같이 흐지부지 되는 혁신을 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지난 522<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당 최고위원 시절, 새로운 안을 만들어놔도 최고위원회가 의지를 갖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다추진된 것도 없이 얼마 뒤에는 새로 조정하겠다라는 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손학규 대표 시절에 최고위원으로서 당 혁신위를 맡아 활동했으나 그의 혁신안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에 비춰 말한 것이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최근 5년간 다섯 번의 혁신기구를 구성해 쇄신안을 마련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손학규 대표의 천정배 위원장 혁신안, 이후 문재인 후보(안경환 위원장 혁신안), 대통령선거평가위원회(한상진 위원장 평가안), 김한길 대표(정해구 위원장 혁신안),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원혜영 위원장 혁신안) 등이다. 혁신기구 설치가 당 내홍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천 의원은 혁신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외부인사에 전권을 주고 그 혁신안을 당 인사들이 그대로 따라가는 형식. 그리고 최고위원들이 직접 혁신위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당론에 따라 정직하게 실천하면 된다. 특히 당 대표는 정치 생명을 걸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야당은 기득권 내려놓자는 이야기만 할 뿐 누가 무엇을 내려놓자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기득권은 지역위원장이나 국회의원들이 당내에 모든 결정권과 아성을 직접 쌓아놓고 있는 것을 말한다라며 풀뿌리 당원들이 선거 시 동원 대상으로만 이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새정치연합 내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혁신의 내용은 내년 총선 공천 물갈이인 것인데,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혁신기구가 이 부분을 미흡하게 다룰 경우, 즉 정말 혁신적인 공천 방식이 아니라 당내 존재하는 계파안배 수준에서 멈춘다면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분당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 쇄신이 성공했을 경우 천 의원은 어떤 위치에 서 있게 될까. 그는 “(새정치연합이 혁신에 성공할 경우, 천 의원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당이 그렇게 변화한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다. 나 역시 당의 변화에 작게나마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그러나 거취를 당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 당이 정말 그렇게 변한다면 정치를 그만해도 좋다고 말했다. 적어도 신당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당에 복귀하겠다는 것인 지가 불분명하다. 어느 쪽이든 이제는 결국 새정치연합의 혁신안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독야청정(獨夜淸淨) 손학규, ‘저녁이 있는 삶부활할까?

현재 야권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는 인물은 역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일 것이다. 현재 그는 탁류에 휘말리고 있는 여의도를 떠나 전남 강진에서 자연을 벗삼아 살고 있다. 그러나 그의 흙집 앞에는 늘 사람이 몰려있다. 그 곳을 찾는 정치부 기자들이 정치 복귀라는 한마디, 아니 복귀의 자라도 들어볼 요량으로 말을 붙여보지만 손 전 고문은 그저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를 꺼내거나, 차를 대접하며 스스로를 다 떠난 사람으로 지칭한다.

그러나 그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말을 100% 믿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아직 완전히 떠나지 못했다. 대중정치인으로서 그를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를 선언했으나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의 복귀를 점치는 이유는, 그의 은거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8, 대선과 총선을 연달아 패배한 상황에서 당시 민주당의 대표였던 손 전 고문은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강원 춘천으로 떠났다. 이후 그는 민주당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고 나서야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대표 경선에서 잃어버린 600만표를 찾아 오겠다며 화려하게 대표로 재기했다. 이번에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번이 20년 정치인생 중에서 두 번째 칩거인 것이다.

현재 친노 진영의 좌장은 문재인 대표다. 그러나 비노 진영에서는 뚜렷하게 떠오르는 이가 없다. 이는 지난해 7·30재보궐선거 배패로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물러난 이후 비노진영을 아우를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등장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주류의 대안 세력으로 손 전 고문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호남 지역에서 손 전 고문이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를 기록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시사저널이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손 전 고문은 22.4%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는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국면에서 친노 패권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친노 세력을 향한 문제의식이 분명하면서도 내부의 다양한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도 성향이 강하고 계파 색채도 옅어 당내 갈등을 완충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호남 출신 정치인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말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강진을 방문하려 했으나 손 전 고문 측에서 정중히 거절했다. 천정배 의원도 최근 만남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문에 의하면 안 전 대표도 강진을 방문하려 했다고 한다.

또한 최근 손 전 고문이 분당의 자택을 처분하고 서울 종로 구기동에 집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를 두고 정치적 행보를 재개하려는 수순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손 전 고문 측은 이러한 추측을 딸이 거주하는 구기동 쪽으로 집을 옮긴 것이라며 일축했다. 아직은 정계와 거리를 두려는 모양새다.

이같이 끊임없이, 줄기차게 그의 복귀가 점쳐지는 가운데, 그는 다산 정약용이 18년간 귀양살이를 하던 다산 초당을 지근거리에 두고 독야청정하고 있다. 그가 돌아오는 시점은 야권이 크게 요동치고 있을 때일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비노가 집결했을 수도 있고, 신당이 창당될 수도 있다. 혹은 문 대표가 대선을 위해 그를 잡을 수도 있다. 18세기 조선에서 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이루지 못했던 다산처럼, 그도 아직은 자신이 내세웠던 저녁이 있는 삶을 이루지 못한 상태다. ‘저녁이 있는 삶이 부활할 수 있을까. 선택은 이제 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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