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정 칼럼리스트이고 매달 개최하는 정국좌담회 고정 패널이신 유창선 박사께서 인문학에 관한 저서를 발간하셨다. 어떤 계기로 이 같은 책을 내시게 되었는지 저자를 모시고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 총선이 불과 한 달이 남지 않은 시점이다. 각 당이 공천 문제 등으로 복잡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바야흐로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로 접어들었다. 이런 시점에서 잘 알려진 정치평론가이신 유창선 박사께서 한발 떨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인문학을 주제로 저서를 편찬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이 같은 저술을 하시게 된 것인지 우선 듣고 싶다. 

 저를 알고 있는 분들은 조금은 의아한 생각을 하시기도 할 것이다. 정치평론을 하는 사람이 선거철에 왜 정치에 관한 책이 아니고 인문학 책을 낸 것인지 궁금해 하실 것 같다. 사실 인문학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저의 개인적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주로 정치평론을 해 왔는데 근래에 와서 그 일 자체가 정치적 환경에 휘둘린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자유롭게 정치평론 활동을 하고 방송활동을 하면서 그것을 천직으로 알면서 살아 왔는데 정권이 바뀐 후에 갑자기 일이 모두 끊겼다. 이런 일들이 반복이 되면서 그동안 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디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자 했는데 외부의 힘에 의해서 저의 활동과 일이 좌우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정치적 환경이 다시 자유로워지는 것이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은 내 삶은 내가 지켜야 하고 더 물러서지 않고 나의 자존을 지키면서 나의 활동영역에서 부지런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무엇이 필요하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고민들을 하는 과정에서 인문학 책들을 많이 읽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울림’을 느끼게 되었다. 이것을 나 혼자의 ‘울림’이 아니라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공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생각의 결실로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되었다. 

-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마 대상으로 하는 층이 유 박사님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한번 되돌아보아야 하는 시기를 맞은 분들에게 이 책이 던지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는 것인지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도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내용이 그렇게 가볍지가 않은데 소개를 좀 해주시기 바란다. 이렇게 여러 분야에 걸친 내용을 집약해서 책으로 내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독서가 필요했을 것인데 평론을 하시면서 독서에도 시간을 많이 투자하신 것 같다. 

그렇다. 상당히 많은 책을 열심히 오랫동안 읽었다. 사실 제가 방송활동을 열심히 하다가 정치환경이 바뀌면서 거의 방송에서의 활동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 시기를 활용해서 거의 칩거를 하면서 인문학 서적 독서에 열중하게 되었다. 이 책은 한권으로 정리가 되어 나가지만 그동안 제가 읽었던 수백 권의 책 중에서 저에게 ‘울림’을 주었던 부분, 그런 메시지를 중심으로 담았다고 보시면 되겠다. 

- 과거 역사에서 중국의 사마천이나 다른 경우들에서도 고난의 시기에 역사에 남을 좋은 저작을 남긴 경우들이 많았다. 유 박사께서도 방송활동이 끊긴 고난의 시기를 적극적인 계기로 잡으신 것 같다. 

이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히 다산 정약용 선생을 떠올린 경우가 있었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면서 공부를 하고 글을 쓰면서 수많은 저서를 후대에 남기셨다. 물론 거기에 비할 바가 되지는 못하는 내용이지만 적어도 그 정신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방송을 하고 바삐 활동을 해 왔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아침부터 할 일이 없어진 것이었다. 처음에는 망연자실했지만 아예 독서실을 끊어서 매일 그곳에 가서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정신적인 의지로는 가능한 일이었는데 육체적으로 많이 힘에 부쳤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여기서 더 물러설 수는 없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누가 나를 떠밀어내더라도 내가 여기서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지켜준 것 같다.l           

- 이미 5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인데 의욕이 있다고 하더라도 생활의 문제도 있고 체력의 문제도 있어서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인데 잘 극복하시고 이렇게 결실을 거둔 것 같다. 이 책의 내용들은 그동안 아프리카 TV에서 강의하셨던 내용들을 토대로 담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해 아프리카 TV에서 유창선의 인문학 동행이란 제목으로 8차례에 걸쳐 방송을 계속했다. 사실 인터넷 방송에서는 인문학을 주제로 강좌를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인터넷 방송에서는 아마 초유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난 해 아프리카 TV에서 연말에 특별상을 시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역시 인터넷에서 하는 강좌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 내용을 기초로 하되 책을 쓰는 작업은 대부분 다시 한 것이고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다듬어서 책으로 내게 되었다. 

- 담고 있는 내용은 삶의 자세,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존감을 가지라는 것, 그리고 세상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 등인데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소개해 달라.  

지금 우리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그동안 사람이 살아온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류의 역사는 어느 한 시기 어렵지 않고 힘들지 않았던 시기가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희망을 가졌던 시기는 짧고 어렵고 고통스러웠던 시기는 길었던 것 같다. 이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본다. 정치가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세상이 좋아지는 일이 과연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힘들 것이라 보는 것이 냉정한 태도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켜나갈 것인지 생각을 해야 한다. 각자 자신의 얼굴이 있는 것인데 끝없는 경쟁의 올가미에 묶인 채 살아가면서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되돌아보면 스스로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을 깨닫게 된다. 또 지금 내 자신이 내가 살려고 했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회의를 품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를 다시 찾고 싶은 욕구가 간절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힘든 삶을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나를 지키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 개인의 영역으로 도피해서 나만의 밀실에 갇혀서 세상과는 담을 쌓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를 돌아보고, 나의 힘을 키우고, 그 힘을 바탕으로 세상으로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손을 잡고 연대해서 함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과 손을 맞잡을 때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 동양 고전에서 말씀했던 ‘수신제가’하고 ‘치국평천하’하라는 말씀이 생각한다. 나이를 들어서 치국평천하에 관심을 갖다보니 어느새 자신을 다스리는 수신의 문제는 등한시 하게 되었는데 다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바로 잡는 수신을 다시 한 연후에 세상으로 나아가라는 것으로도 들린다.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이미 앞선 사람들이 많은 고민들을 해 왔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 책에는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등 다양한 방면에 걸친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 그 가운데 많은 부분들 속에 그런 고민들이나 해담들이 이미 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고전에 이미 담겨있는 내용들과 접맥을 시켜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 유박사께서는 인문학도 더 정진을 하시겠지만 역시 주된 본업은 정치평론이시다. 지금 정치영역에서는 테크노크라트에 대한 지나친 선호 경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반면 정치인들의 인문적 소양이나 깊이가 과거에 비해 오히려 부족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된다. 이 책이 자신을 되돌아 보고자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많이 읽는 것이 필요하겠다. 

인문학은 사실 사람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치에서도 사람에 눈을 돌리는 인문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사람이 먼저라는 이야기를 쉽게 말하지만 과연 사람을 위한 정치라는 것이 무엇이고 사람이 먼저인 정치는 무엇인지 구체적인 고민을 더해야 한다고 본다. 그 동안 보수 정치에서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고 인간을 폭력적으로 대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소위 진보적인 정치에서도 대단히 거칠어졌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사람이 우선이고 사람에 대한 사랑을 우선해야 하는데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것을 우선시 하면서 정작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우리 정치, 정치인들이 인문학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 첫발을 내딛은 유창선 박사의 인문학 여행이 앞으로 더 큰 걸음으로 더 깊게 더 멀리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목차
책을 펴내며 • 5 
프롤로그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

인간이 생각한다는 것 • 10 
인간에게는 자신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 15

1장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시대 • 24 
진실은 원래 불편한 것이다 • 26 
허위에 가리워진 행복에서 탈출하기 • 28 
동굴 밖으로 나갈 용기가 있는가 • 30 나의 소중한 삶, 어떻게 살 것인가 • 32


2장 우리는 왜 불안한가
인간은 원래부터 불안한 존재이다 • 38 
사회가 강요하는 불안 • 40 
근대 사회에도 불안이 계속된 이유 • 42 
불안은 고통이 아닌 자유의 가능성 • 49 
탐욕은 우리를 불안의 굴레에 가둔다 • 51 
사람에게 필요한 땅은 많지 않다 • 53 
독방에서 나와서 손 잡아라 • 57


3장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 62 
인간의 자유 의지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 65 
과학에 대한 인문학의 시선 • 67 
어느 것이 진짜 내 얼굴인가 • 70 
페르소나 뒤에 숨어있는 내 얼굴 • 73 
정체성을 고백하지 않을 권리 • 77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의미했던 것 • 80
자기배려를 통해 자신을 돌보는 노력 • 83 
진실의 용기와 도덕의 법칙 • 85



4장 자존감, 삶의 마중물
왜 자존감에 인생을 걸었을까 • 90 
자존감에 목숨 걸었던 철학자들 • 92 
자존감을 지키며 독배를 든 소크라테스 • 95 
자존감은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이다 • 99 
자기도취에 빠진 나르시시즘의 위험성 • 101 
아모르 파티, 나 자신을 사랑하라 • 104 
내 하고 싶은 일에 모든 것 걸어보았나 • 107 
자존감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 111


5장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 118 
안티고네의 조건 없는 사랑 • 120 
분노를 다스릴 줄 아는 능력 • 122 
분노, 혁명과 공포의 두 얼굴 • 125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지 말라 • 127 
성찰 없는 이념의 위험성 • 129 
예수의 부활을 의심했던 도마 • 132 
혁명적 이념의 출발도 사람이었다 • 134 
영원한 것은 푸른 생명의 나무 • 135 
내 얼굴을 잃지 않는 삶 • 138


6장 고통에도 의미가 있는 걸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 • 144 
라오콘은 왜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 • 147  
고통을 드러낼 것인가, 참을 것인가 • 150 
고통스러웠기에 깨어있었던 니체 • 153 
병은 살아있는 자에게만 걸린다 • 155 
고흐, 가난 속에서 불태운 열정 • 157 
고통이 그들의 영혼을 깨운다 • 159 
왜 아직도 고통을 말하는가 • 160 
암흑의 시대에도 새싹은 텄다 • 162 
시지프적 고통의 깨어남 • 165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고통의 윤리 • 166


7장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
제우스는 인간에게 부끄러움을 줬다 • 171 
부끄러움,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 • 174 
스스로 견딜 수 없는 부끄러움들 • 175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쓸 수 있는가 • 177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 • 179 
자기심판, 부끄러움에 대한 책임 • 184 
소시민적 삶의 자괴감 • 186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내는 고통스러운 과정 • 190


8장 죽음을 기억하는 삶
우리는 죽음을 통해 삶을 생각한다 • 197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 하는 이유 • 200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현인들 • 202 
태어나고서 죽어가는 것은 자연의 순리 • 204 
늙어간다고 변화를 포기하지 말라 • 207 
자살은 존엄사가 될 수 있는가 • 209 
역사에서 자살이 금지되었던 이유 • 211 
죽음을 기억하라, 삶이 달라질 것이다 • 214


9장 손잡을 수 있는 용기
억지로 만들어낸 희망의 한계 • 222 
정의는 과연 이기는 것일까 • 223 
박탈감이 낳는 정의의 결핍 • 225 
손잡는 아름다운 연대의 힘 • 227 
우리는 꼭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 231 
나와 무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233 
어느 대학생의 외로운 죽음 • 237 
풀은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239


에필로그   내가 만들어가는 나
통념은 시대를 넘지 못한다 • 244 
내 생각은 다르다고 말할 용기 • 245 
생각은 사람을, 사람은 세상을 바꾼다 • 248


유창선은 지난 20여 년간 활동해온 1세대 정치평론가이다. 연세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많은 방송에서 진행자도 지냈고 고정 출연을 해왔다. 또 많은 언론들에 고정 칼럼도 연재했고, 활발한 온라인 활동으로 대한민국 블로그어워드 대상과 아프리카TV 대상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아프리카TV에서 ‘유창선의 인문학 동행’ 강좌 방송을 진행하여 특별상을 수상했다. 

몇년 동안 방송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들고 나타난 것은 정치평론집이 아니라 인문학 책이었다. 유난히도 정치의 바람을 타야했던 정치평론가 생활을 하면서, 외부의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자신의 삶을 지키고자 인문학 공부를 했고, 생각의 이음들을 써내려갔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그는 세상을 사는 것은 원래부터 힘든 일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솔직히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어려울수록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 나를 만들어나갈 것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정치보다도, 어떤 이념보다도 우선해야 할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며, 그를 위해 우리는 더 넓고 깊어져야 한다는 것, 저자가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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