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中 경기 하방압박·美 금리인상·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불확실성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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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산업기상도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폴리뉴스 전수영 기자] 2017년 우리나라 산업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흐릴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국내 정치의 향배, 하방압박에 직면한 중국 경기, 미국 금리인상과 후폭풍, 그리고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4가지 먹구름이 몰려올 것이란 예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0여개 업종단체와 공동으로 ‘2017년 산업기상도’를 조사한 결과 IT·가전산업만 ‘맑음’으로 관측됐다. 건설, 정유·유화, 기계 등 3개 업종은 ‘구름 조금’, 철강, 섬유·의류 등 2개 업종은 ‘흐림’, 그리고 조선, 자동차 2개 업종은 ‘눈 또는 비’로 예보됐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4차 산업혁명의 수혜가 기대되는 IT·가전, 산유국 설비투자 재개 수혜 등이 기대되는 기계 업종은 호전된 반면 정유·유화는 중국 시장의 자급 확대로, 건설은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1단계 악화됐다.

쾌청한 업종인 IT·가전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기존 PC, 스마트폰 위주에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드론 같은 신기술·신제품으로 적용 범위가 급격히 확대 중인 반도체 부문이 호조세를 견인할 전망이다. 고성능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성장세도 빨라 지난해 773억 달러였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규모는 올해 853억 달러로 10.3%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마트폰 화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LCD 액정 대신 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95% 이상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교체될 것이라는 점, 9월 말 단통법상 보조금 상한제가 종료되면 고급형 스마트폰 구매수요가 늘어날 것도 긍정요인이다.

건설산업은 부동산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구름조금’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11·3 부동산 안정화대책, 울해 금리인상 전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대규모 입주 본격화 등의 영향으로 건설경기는 지난해보다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수주계약 이행 등으로 주택건설투자 감소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 유가 상승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공사발주가 재개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건설경기는 구름 속 햇볕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유·유화 업종도 구름조금으로 예보됐다. 정유는 국제유가 반등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중국이 환경기준을 강화한 데 따른 국내산 정유의 반사이익 등으로 수출이 전년 대비 10.7%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석유화학은 최대수요처인 중국의 성장둔화에도 불구하고 경쟁국의 생산시설 가동중단 및 교체 등으로 공급 부족이 지속돼 수익성은 유지될 것이지만 유가 상승에 따라 마진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계산업은 해외 인프라투자 확대 영향으로 구름조금으로 예상된다.

신승국의 노후 건설기계 교체주기가 도래하고 유가상승에 따른 산유국의 설비투자 재개,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재정확장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중국산 기계제품의 기술력이 높아지며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점은 부담요인이다.

철강산업은 공급과잉과 주요국의 수입규제가 겹치며 구름으로 예보됐다.

최근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50% 이상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가운데 태국, 인도, 대만 등 신흥국도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여기에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국내수요도 답보상태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감산조치를 본격화했고 철강재 가격 상승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경기회복세가 약해 철강 경기 불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섬유·의류도 구름으로 나타났다.

신흥국의 저가 물량공세와 모발인·인터넷 거래 확대로 단가하락,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그나마 새로운 의류생산기지로 부상해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베트남의 수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면 수출경쟁력이 나아질 것이란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조선업종은 구조조정과 수주절벽의 직격탄을 맞으며 비 또는 눈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 무역량 감소로 수주가뭄이 계속되고 구조조정으로 건조물량 취소와 계약취소 등 일감부족이 예상된다. 과당출혈경쟁과 구조조정 적기를 놓쳐 10년 전 중국에 추월당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일본에 재역전당해 세계 3위로 내려앉았다. 해운산업 악화로 외국에 비해 자국발주가 여의치 않은 것도 일감확보에 불리할 전망이다.

자동차도 내수 감소, 중국차 상륙, 미국 내 투자압박의 삼중고가 겹치며 비 또는 운으로 전망됐다.

올해 내수 감소 폭이 3.5%로 지난해(0.4% 감소)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중국 자동차가 내수 시장 잠식에 나서며 경쟁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도 미국 정부가 자국 생산·판매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우리 업체는 외국업체(평균 67.5%)에 비해 미국 현지생산 비중이 낮고 관련 이슈를 논의할 한·미 정상회담이 주요국보다 늦어질 것이란 점도 부담 요인이다. 다만 올 상반기 한시 적용되는 노후 경유차 교체 세지지원, 고급브랜드 해외 론칭 확대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 등은 긍정적 요인이다.

최규종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심리경기가 바닥인 데다가 대외상황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 매우 위협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어 산업계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는 한국 산업을 위해 관심 갖고 응원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의 산업기상도는 업종별 실적과 전망을 집계하고 국내외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분석해 이를 기상도로 표현한 것이다. 맑음(매우 좋음)-구름조금(좋음)-흐림(어려움)-비(매우 어려움) 4단계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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