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전 열린 차담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전 열린 차담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고 기소돼 재판을 받으면서 헌정 사상 초유의 길을 걷고 있다. 사법부의 수장이 법정에 서는 것은 71년만에 처음이다. 사법부 입장에서는 최대 오점이다. 권력은 무한하고 사법권은 영원함을 믿고 있는 사법부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가 사법부 수장을 ‘사법농단의 주역’으로 몰아가고 연루 법관들까지 색출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를 듯하다.

이에 사법부내 ‘양승태 키즈 군단’이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문 정부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전병헌 전 의원의 뇌물수수혐의에 대해 이례적으로 중형을 선고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역시 구속됐다. 이런 분위기라면 여러 가지 의혹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여권 잠룡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실형과 법정구속도 배제할 수 없다.

전 전 의원과 안 전 지사는 사법부 반란에 유탄을 맞은 격이지만 김 지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김 지사는 ‘대통령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현 정권 핵심 측근이다. 김 지사 역시 선고일날 ‘실형’에 ‘구속’까지 되자 얼굴빛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그럴 정도로 사법부의 판단은 전격적이었고 기습적이었다. 무엇보다 여권내 잠룡군중에서 친문 주류를 대표하는 주자로 떠 오른 김 지사였다. 하지만 유죄를 받을 경우 대권 도전은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부내 양승태 ‘키즈’들의 도발에 가만있지 않는 모습이다. 2월15일에는 국정원.검찰.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개혁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일제시대 비뚤어진 권력기관의 그림자를 벗는 원년으로 만들 것”이라고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 이상 사법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도 천명했다.

실제로 집권여당은 검찰을 통해 양 전 대법원장뿐만 아니라 관련 사법농단 연루 판사 100여명에 대해 ‘무더기 기소’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기소가 공소 시한에 걸려 무산될 경우 탄핵소추를 통해 법관 탄핵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정의당은 탄핵법관 명단 10명을 발표한 상황이다.

역대 정권에서 검찰은 정권의 힘이 빠지는 경우 예외없이 사정의 칼날을 휘둘러 임기말 레임덕을 부추켰다. 검찰과 정권의 ‘힘 겨루기’는 문 정부도 마찬가지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추진 등으로 불만이 누적돼 있다. 하지만 현 정권 임기는 3년이나 남은 데다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검찰이 함부로 반기를 들긴 쉽지 않다.

반면 사법부는 검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적 바람이 크게 불지 않는 곳이다. 권력은 길어야 10년으로 유한하지만 사법부는 무한하다. 사법부가 김경수 경남지사 2심 재판장으로 양 전 대법원장과 더불어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을 배정한 점 역시 검찰과는 결이 다르다.

청와대도 검찰보다 사법부가 더 단도리가 힘들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비주류에 비문출신으로 지난 대선에서 안희정 캠프에 몸담아 문 대통령과 충돌했고 현 당 지도부에게도 쓴소리를 날리는 박영선 의원을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유력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여당내에서 ‘사법개혁의 전도사’로 불릴정도로 사법개혁에 앞장선 강경 사법개혁주의자다. 사개추 위원장도 맡고 있는 박 의원이 법무부장관으로 온다면 사법개혁이 속도를 낼 공산이 높다. 이뿐만 아니라 사법부내 포진돼 있는 ‘양승태 키즈’들에 대한 단도리도 가능하다.

청와대가 사법부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이이제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 정부와 검찰은 구원이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과 악연이 깊다. 검찰 개혁을 대선 공약에 내걸고 올해를 사법개혁의 원년으로 삼은 배경이다. 하지만 문 정부는 사법 개혁에 검찰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박 의원도 마찬가지다. 박 의원은 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개각때마다 법무부장관 기용설이 나왔다. 하지만 친문 주류의 반발로 무산됐다. 한 마디로 비문이라는 딱지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박 의원을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하는 것은 개혁에 불가피하게 따르는 피를 자기 식구 손에 묻히고 싶지 않은 친문 주류의 정서가 깔려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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