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제안 모두 부결
주주 지지 확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까지 기세 이어가나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안건이 모두 원안 통과되면서,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5월 지배구조 개편안에 패배를 안겨준 엘리엇에 설욕하게 됐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22일 개최한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결과 엘리엇의 제안이 모두 부결되고, 각사 이사회 제안들이 원안 통과됐다.

이날 현대차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과 주주배당 승인 안건을 먼저 논의했다. 현대차 이사회는 보통주 1주당 기말배당 3000원을 제안했고, 엘리엇은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서면표결 결과 이사회 방안이 86%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엘리엇 제안에는 13.6%가 찬성했다.

사외이사 선임 표결에서도 현대차가 승리했다. 이사회가 추천한 윤치원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 등 3명이 모두 77∼90%의 찬성률로 선임됐다.

반면 엘리엇의 후보들인 존 Y. 류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빌슨 CAE 이사 등은 모두 탈락했다.

현대차 이사회가 엘리엇의 제안을 반영한 정관 변경안은 표결 없이 원안 승인됐다. 엘리엇은 이사회 안에 보수위원회와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열린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엘리엇이 제안한 주주배당,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이 모두 부결됐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이유로 이사 수를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자는 제안도 21.1% 찬성으로 부결됐다.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하지 않은 양사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이사회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대차 사내이사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 이원희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이 선임됐다.

현대차는 이사회를 열고 정 부회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 정의선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 하언태 대표이사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이날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정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고 대표이사에 올라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게 되면서 그룹 내 영향력이 한층 더 커졌다는 평가다.

이번 주총으로 정 부회장의 책임경영이 강화된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 전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초 우려됐던 고배당 지급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수소차와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기술 투자로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계속해서 강조해왔다. 현재 대내외 악재를 겪고 있는 현대차의 활로를 찾기 위해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 기조연설에서 ‘친환경·이동의 자유로움·연결된 이동성’ 등을 미래 모빌리티의 3대 전략 방향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신축공사 기공식에서는 중장기 수소 및 수소차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국내에서 연 50만 대 규모 수소차 생산체제를 구축, 글로벌 수소차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연간 3000대 규모인 현재 수소전기차 생산 능력을 2020년 약 4배 수준인 1만1000대로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출신 지영조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그 공석에 5G 이동통신 전문가인 윤경림 전 KT 부사장을 영입해 현대차 전략사업본부장을 맡기는 등 외부 전문가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5년간 연구개발(R&D)과 경상투자 등에 약 30조6000억 원을,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 분야에 약 14조7000억 원 등 총 45조3000억 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이번 주총에서 엘리엇에 완승함에 따라 향후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가 모두 부결되면서 양사 경영에 참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고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의 방법으로 총수일가의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엘리엇을 포함한 ISS, 글래스 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로 지난해 5월 합병 주주총회를 취소했다.

그러나 당시와는 다르게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주총 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은 현대차에 우호적인 입장을 밝혔다. 주총 결과 엘리엇이 생각보다 큰 힘을 갖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현대차를 향한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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