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국내 경제 성장세 다소 완만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1.75%로 동결됐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내 경기 둔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 요소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낮췄고, 금리인하 가능성은 일축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다섯 달째 동결이다.

한은은 금통위를 마친 뒤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은은 “세계 경제가 완만한 움직임을 지속하고, 국내 경제도 설비 및 건설투자의 조정과 수출 증가세 둔화가 지속됨에 따라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현재 연 2.6%에서 연 2.5%로 낮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1.4%에서 1.1%로 하향조정했다.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낮고 수요 압력도 높지 않아서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해왔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2.7%)을 보인데다 반도체 수출 부진 등으로 경제지표가 불안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국내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7%가 한은의 금리동결을 전망했다.

올해 들어 국내외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한 점이 이러한 전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까지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1개월 연속,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개월 연속 하락했다.

금투협은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완화적 기조로 전환된 점도 시장에서의 금리동결 전망의 이유로 꼽았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조(통화완화 선호·비둘기 기조)를 보이면서, 강력한 금리인상 압박요인인 한미 금리차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가 오른다는 건 달러에 대한 투자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는 신흥국 통화에서 투자자 이탈을 부르는 요인이 된다. 한미 금리차가 커질수록 한국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대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한국의 금리인상 요인도 줄어든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로 한은 기준금리(1.75%)보다 0.75%포인트 높다. 이 차이가 1%를 넘기면 한은은 금리를 인상하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

일각에선 정부의 ‘9·13 대책’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하고, 한은이 지난 2017년부터 두 차례나 금리인상의 근거로 내세웠던 ‘금융불균형’ 문제가 완화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금리인상이 아닌 인하로 통화정책 방향이 선회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한은은 아직까지 금리인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하) 검토하지 않는다”며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이며 금리인하를 검토할 상황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선 올해 기준금리 동결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미세먼지 대응과 일자리 확충 등을 위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규모가 7조 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효과를 지켜보자는 ‘관망’ 의견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며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신흥시장국 금융·경제상황,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전개상황과 국내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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