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수사권·기소권 모두 갖춘 ‘공수처’ 입장 견지
故 노무현 대통령 “기소권 가진 ‘공수처’, 또 하나의 괴물될 수 있어”
정동영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개혁’...문재인 대통령이 잘 알 것”

故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공수처의 수사권을 강조한 바 있다.  ⓒ폴리뉴스DB
▲ 故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공수처의 수사권을 강조한 바 있다. ⓒ폴리뉴스DB


민주정부의 오랜 염원 가운데 하나는 권력기관의 정치적 독립으로 그 첫 번째 과제는 ‘검찰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 조직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법으로 제시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는 민주 정부 3대째인 문재인 정부에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의 문제로 꽉 막혀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소권 없는 공수처의 수사권에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故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 검찰 개혁 과정에서 공수처의 ‘수사권’만을 강조한 바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는 검찰권 행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한 방법으로 전직 대통령·국회의원·판검사·법관 등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독립기관이다. 이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을 공수처를 통해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세우자는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공수처와 관련한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현재의 핵심은 공수처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다. 공수처가 기소권까지 가지게 될 경우 또 다른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탄생한다는 지적에서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논의에 포함된 공수처 문제는 현재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문제로 꽉 막혀있다.

패스트트랙의 키를 쥐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최근 검사·판사·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세 분야에 대한 기소권만 공수처에 남겨 두고 나머지는 분리하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정책조정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갖춘 공수처가 필요하다”며 “우리당은 기소권과 수사권이 모두 있는 공수처에 대한 입장에서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검찰 개혁의 핵심인 공수처는 또다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문제로 패스트트랙 조차 태우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공수처에 대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국민 3명 중 2명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고 있다. 이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3월 2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다.

다만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 10명 중 6명에 가까운 대다수는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를 더 자세히 보면 공수처 설치에 대해 찬성(매우 찬성 46.1%, 찬성하는 편 19.1%) 응답이 65.2%로, 반대(매우 반대 12.9%, 반대하는 편 10.9%) 응답(23.8%)의 두 배 반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6년 7월 공수처 신설 조사에서 찬성이 69.1%(반대 16.4%)를 기록했고, 약 1년 후 문재인 정부 출범 초인 2017년 9월 공수처 설치 권고안 조사에서도 찬성이 68.7%(반대 21.5%)로 보수·진보 정부 모두에서 10명 중 7명에 이르는 대다수가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도 공수처가 수사권, 기소권을 다 가지면 이것도 또 하나의 괴물이 될 수 있기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게 맞다고 했다'고 전했다.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도 공수처가 수사권, 기소권을 다 가지면 이것도 또 하나의 괴물이 될 수 있기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게 맞다고 했다"고 전했다.

▲故 노무현 대통령 “기소권 가진 ‘공수처’ 괴물”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문제로 공전하게 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지만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못 다 이룬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지난 11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 당시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도 공수처가 수사권, 기소권을 다 가지면 이것도 또 하나의 괴물이 될 수 있기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게 맞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정부 3대째인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검찰개혁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민주정부 3대째인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검찰개혁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서전 ‘운명이다’서 공수처 ‘수사권’ 강조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인 ‘운명’을 보면 ‘검찰 개혁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운명이다’에선 검찰 개혁의 실패에 대한 글 서두에 김대중 정부의 이야기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민변이 국민의 정부 개혁 과제를 제안했는데, 첫 번째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민변이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 주된 이유가 검찰 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내내 검찰의 정치적 독립 요구를 외면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발췌)

국민의 정부에서 실패한 검찰개혁에,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검경수사권 조정과 함께 ‘공수처 설치’를 추진했다.

노 대통령은 ‘운명이다’에서 ‘고위공직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를 해 검찰에 이첩해 기소하게 하고 만약 검찰이 부당하게 기소를 하지 않으면 법원이 기소를 강제하도록 재정신청을 하게 하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발췌)

결국 노 대통령 역시 검찰 개혁에 실패했지만 공수처의 기소권 보다는 수사권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때문에 민주정부 3대째를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공수처의 ‘기소권’ 문제가 아닌 ‘설치’에 이목을 집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동영 대표는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잘 알 것이다. 굳이 기소권, 수사권이 온전하게 결합되지 않으면 공수처를 안 한다는 건 핑계며 성립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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