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미국이 北을 ‘독 안에 든 쥐’로 보고 잡으려 해 러시아로 간 것”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사진=폴리뉴스DB]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사진=폴리뉴스DB]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6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결과에 대해 “러시아가 6자회담으로 가자고 말을 했으니까 그것을 카드로 쓸 수 있는 것이고 지렛대로 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tbs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인 전날 단독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관련 “지금 6자회담으로 판이 커지게 생겼다. 6자회담으로 판이 커지면 사실 미국의 위상과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 아닌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정 전 장관은 “6자회담이 시작되면 언제 결론이 날지 모른다. 왜냐면 6국의 정상들은 만날 수가 없고 결국 차관보급 회담으로 내려간다”며 “그렇게 되면 실무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권한이라든가, 또 그 사람들의 기본 프레임이 있기 때문에 1~2년 내에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트럼프 행정부 1기 임기 내 비핵화 진전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이 같은 상황 전개에 대해 “(하노이 회담 때) 빅딜 카드를 노란 봉투에 넣어서 줄 때는 존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까지도 북한이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이) 스스로 돌아갈 길이 없다, 절벽 위에 서있다는 표현을 썼으니까 독 안에 든 쥐인 줄 알고 두들겨 잡으려고 했다”고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김 위원장은 볼턴이 준) 봉투를 찢고 나온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로 가  푸틴 대통령을 만나서 5시간이나 회담을 했다”며 “그만큼 여러 가지 얘기를 다 했고, 미국이 북한을 지금 그야말로 목 졸라오는데 이럴 때 ‘당신, 내가 그래도 우방인데 좀 도와줘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어 “미국이 북한을 만만하게 보고, 북한 외교술에 대한 연구 없이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했던 착각의 결과”라며 “미국이 북한에 대해 공부를 해야 된다. 과거 50-60년대 중·소 분쟁시절 거대 공산대국 사이에서도 등거리 외교로 주권적 입장을 잘 유지해 왔던 소위 성공의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전 장관은 “이번에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니까 러시아 품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중국이 무역문제 때문에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을 알고, 상대적으로 지금 러시아가 조금 자유롭기 때문에 러시아 품으로 들어가서 미국이 압박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정책을 쓰기 시작한 것”으로 봤다.

또 정 전 장관은 북한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전부장을 경질하고 대미 외교라인에서도 배제한데 대해 “완전히 파면 그 상태까지는 아닌 것 같다. 국무위원 자격도 아직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것은 지난 번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서 문책을 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미국한테도 메시지가 가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미국에서 그동안 김영철 부위원장을 불편해 했었다고 한다. 리용호라든지 이런 외무성 사람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었다고 한다”며 “미국의 뜻을 맞춰주면 미국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바꿀 수는 없지만 볼턴 보좌관은 못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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