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국회에 이은 동물국회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생사가 달려있는 선거구제 개편안이 포함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처리가 간단치 않을 것이란 전망은 이미 예상되어왔다.

하지만 ‘김학의-윤중천 사건’을 재수사 하면서 알려진 검찰의 사건축소 은폐 의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명분을 주어 패스트트랙의 동력이 되었다.

패스트트랙 합의, 긍정평가 앞서지만, 서울과 PK에선 긍정-부정 엇갈려

관련하여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합의한 시점의 여론을 살펴보자.

오마이뉴스-리얼미터가 지난 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합의한 것에 대해 ‘잘했다’는 긍정평가가 50.9%, ‘잘못했다’는 부정평가가 33.6%, 잘모름 15.5%로 긍정 평가가 부정평가보다 17.3%p 높았다. [응답률 5.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유사 문항으로 실시한 3월 13일 조사결과를 보면 ‘선거제·검찰개혁 법안 패스트트랙 처리’ 에 대해 찬성은 50.3%, 반대는 30.8%였고, 같은 달 22일 조사에서도 찬성이 54.3%, 반대가 30.0%로 패스트트랙을 긍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3, 4월내 계속 우위에 있었다.

다만 각 조사에서‘잘모름’ 응답층이 15∼18%로 비교적 높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패스트트랙의 명분에는 공감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리에 대해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한다는 의미가 포함돼있다.

특히 23일 실시한 패스트트랙 조사에서 서울지역민들은 긍정평가(42.8%)와 부정평가(41.3%)가 팽팽하게 엇갈렸고, PK지역에선 긍정평가(36.5%)보다 부정평가(45.5%)가 더 높은 점은 주목할만 했다.

한편, 패스트트랙 안건 상정 이후 여야의 물리적 충돌에 대해 ‘자유한국당 책임’ 의견은 48.0%, ‘제1당과 합의하지 않고 패스트트랙 상정을 강행한 여야 4당 책임’ 의견은 39.6%로 한국당으로 귀책 사유를 돌리는 견해가 좀 더 많았지만 그것이 이제부터 시작인 패스트트랙 정국을 푸는 동력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문제는 선거법과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 넘어야 할 ‘현실적 고개’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정개특위위원인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225석으로 선거구가 개편되는 것을 전제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는 수도권 10석, 호남권 6석, 영남권 7석, 충청권 4석, 강원권 1석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돼 향후 이를 둘러싼 진통이 상당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각 정당 지지층 결집도 높아 명분 싸움이 중요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한 것도 아니고 접수만 시킨 상황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극한 투쟁을 이끈 이유는 지지층 결집을 통해 총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기 위함일까?

오마이뉴스-리얼미터의 패스트트랙 합의에 대한 정당지지층 응답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은 긍정평가가 84%, ‘한국당 지지층’은 부정평가가 80%로 이미 진영별 결집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당 지지층의 이러한 응답패턴은 남북관계 인식 등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패스트트랙 정국 직후인 지난 22∼26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CBS-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조사를 보면,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0.2%p 상승한 38.0%, 31.5%로 나타나 격렬한 여야 충돌에도 양당의 견조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p]

총선 승부처 PK, '황교안 변수‘가 더 큰 영향력 가능성

즉, 지금처럼 당 지지층의 결집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정당 지지율의 등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며 각 당이 주장하는 패스트트랙 명분의 균형점이 깨질 때 변동폭이 발생할 수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조사결과다.

한편, 일각에선 패스트트랙을 계기로 PK지역의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이 역전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데 PK에서의 유동성은 ‘황교안’이라는 한국당내 대선후보가 등장하면서부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고 황교안 대표의 향후 행보가 PK에서의 유동성 변화에 더 큰 영향요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한국당내 황교안 당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투톱 리더의 경쟁은 향후 더 극대화 될 것 같다.

끝으로 강대강 대결 국면은 곧 있을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의 의미를 변화시켰다. 한국당의 결사항전 태세는 한편으로 국정운영을 책임져야할 여당 입장에서 대화와 협상을 이끄는 원내지도부가 들어설 명분을 높여 놓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소고발 남발 등 살얼음판 대치 상황에서 능수능란한 강온 원내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실력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 등판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4.15 종착역을 향해 험난한 여정을 출발한 패스트트랙 열차는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등장을 계기로 첫번째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보 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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